카밀레의 이야기
안녕, 내 이름은 카밀레. 내 이야기를 들어볼래?
난 신비주의를 추구하는 미소년 애호가이자 데어 하이데(Der Heide)라는 소설을 쓰는 글쟁이야. 글을 쓰기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됐고 최근에서야 내 소설이 매니악하다는 걸 깨달았지.
내 미소년관이 보통사람과는 달라서 미소년인 주인공부터 매니악하다는 거야. 나는 주인공이 귀여워 죽겠는데 말이지. 정말 안타까워.
내 미소년관이 어떠하냐고? 긴 설명을 하긴 뭣하니 강호정담에 가서 내 이름으로 검색해 봐. 계속 검색하다보면 '미소년 시리즈'라는 강좌를 읽을 수 있을 거야. 그걸 참고하도록.
그리고 나는 내 소설의 소재가 그저 독특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종교전쟁이라는 게 매니악한 모양이야. 사실 나도 이렇게 머리 아픈 걸 다룰 마음은 별로 없었다고. 그런데, 어쩌다보니 이런 걸 다루게 되었지. 난 별로 똑똑하지가 않아. 하지만, 주인공에 대한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려고 노력하지.
독일어를 쓰는 것도 매니악하다는 모양이야. 쳇,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영어에 익숙해졌다고 이러는 거야. 노 터치(No touch)를 노다지로 만든 게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영어든 독일어든 꼬부랑말인 건 매한가지잖아. 너무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진 말라고. 독일어를 잘 모르는 주제에 영독사전을 뒤적이며 소설을 쓰는 사람이 여기 있으니까 말야.
그리고... 세밀한 전투씬 묘사가 매니악하다는 이야기가 있었어.
내 소설에는 검강이니 소드 오러니 하는 검술이 안 나와. 마법은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나오질 않았지. 그래도 종교전쟁이라 신의 권능은 조금 나왔어. 아무튼,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의 첫 전투가 5만4천 자 정도 돼. A4로 30장 정도 되지. 이 세밀한 전투씬이 매니악하다는 군. 늘어진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면서 말야. 게다가 요즘은 빠른 전개가 보통인데 나는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고 있거든.
그리고 내 소설이 매니악한 결정적인 이유는 주인공의 비중이 낮다는 거야. 나는 이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열두 살짜리 견습사제가 전장에서 뭘 할 수 있지? 신의 권능도 쓸 수 없는, 아직 진심 어린 신앙도 없는 어린애가 무슨 대단한 활약을 하겠어. 요즘은 어린 나이에도 대단한 활약을 하는 천재가 적지 않지만 유감스럽게도 내 소설은 그렇지가 않아.
덤으로 나는 내 소설에 가끔 도이칠란트 조크를 쓸 때가 있어. 덕분에 농담마저도 매니악하다는 소릴 들었지.
이 정도면 대충 내 소설이 매니악하다는 걸 알겠지?
그런데 말야, 나는 내 소설이 매니악해도 그다지 대중성 있는 글로 바꿀 마음은 없어. 일단 이제 와서 그렇게 바꿀 재주가 없어. 그리고 지금 이대로 나가는 게 좋아.
매니악한 내 소설을 꾸준히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그래서 나는 행복해. 어제는 처음으로 추천글을 받기도 했어. 정말 기뻤지.
혹시 내 소설에 관심있는 사람은 정규연재란의 데어 하이데를 찾아오도록. 강호정담에서 연재하는 미소년 시리즈도 관심이 있다면 퍽 기쁘지만 유감스럽게도 요즘 바빠서 휴강 중이야.
이상이야. 내 긴 이야기를 들어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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