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작가의 02時19分-
그냥,
우연히 걸음을 멈추었다.
나를 느낄 만큼 밤은 깊어있었다.
익숙한 골목길.
까만 비닐봉지하나가 한가득 헛바람을 안고 비행했다.
바로 눈앞이었다.
UFO를 만난 듯 내 눈은 깜깜한 바람을 보았고, 나의 눈빛은 함박눈의 겨울을 꿈꾸며 폭죽처럼 환호했다.
겨울날의 호접몽(胡蝶夢).
그 빌어먹을 찬란한 꿈은 길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깔깔거리며 달아나는 얄팍한 바람.
짧게 멈춘 걸음은 돌부리에라도 걸린 듯 어느새 취해버렸고, 흔들리는 고개를 들면 불빛창문이 속삭인다.
‘패배자.’
그 잔인한 말끝에 당신의 자애로운 눈길이 있다.
관심(觀心)에 걷어차인 개새끼마냥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너의 눈길 앞에서 난 걸음을 떼어놓았다.
비겁한 걸음의 그림자가 까만 비닐봉지를 뒤따라간다.
쓸쓸한 책장(冊張)의 폐지(廢紙).
그 위에서 나는,
까맣고 얄팍한 한 마리 나비였나 보다.
나래의 함성은 가슴에 머물고 분노한 칼날엔 침묵뿐이다.
귀와 눈을 찢는 폐지의 거짓.
스-각!
난 울고서야, 내 손에 들린 까만 비닐봉지속의 소주병을 발견했다.
어둠이 투영될 만큼 투명한 패배감.
너는 알고 나만 모른다.
어쩌면,
갈 곳 없는 너의 꿈이 내게 달려와 죄 없는 나의 가슴에 바람을 헉헉 불어넣었다.
그래, 내가 너의 꿈을 간직한다.
난, 네 연인의 따뜻한 젖가슴을 훔치며 굶주린다.
그러니 너의 잘못은 이제 없다.
그러한 가난한 습성이 낳은 퀴퀴한 연유로 날 패배자라 깔깔거리지 마라.
너의 철없는 눈은 칼을 들었고, 나의 무딘 손끝은 마냥 떨린다.
스-각!
도망가는 바람은 차갑고 멈춘 꿈은 뜨겁구나.
어느 듯,
부상(浮上)하여 떨어지는 호접몽의 나래는 소주잔에서 비워졌다.
너는 알고, 나만이 모르고 있다.
한 잔의 소주를 꺾어놓은 내 모가지에 칼날의 바람이 분다.
너의 눈길은 속삭이고,
나의 잔인한 마음은 호접몽의 나래를 듣는다.
스-각!
★ ★ ★
안녕하세요?
“에-엥? 누구세요? 누구신데 뜬금없이?”
.....그렇군요.
연중상태인 무협, ‘애기별꽃’과 출간 중인 무협, ‘남북무림’의 글쓴이 ‘류재한’입니다.
“그래요? 근데 무슨 일 있어요?”
아뇨, 아뇨! 뭐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어쭙잖은 작품을 출간한답시고 놀면서도 바쁘게 지냈습니다. 그러다보니 문피아에 글 남길 일이 점점 줄어들고, 이러다가 몇몇 아시는 분의 기억에서마저 잊히는 글쓴이가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하고 소심해졌습니다.
그래서 인사치레 삼아 한담란에 들렀습니다.
“아! 그러셨어요? 연중 작가분이시구나!”
예. .....좋은 주말되시고요.
“예. 님도요. .... 근데, 무슨 다른 하실 말씀이라도? 하실 말씀 있으시면 얼른 하세요.”
곧 남북무림 4권이 출간 될 거란 것 외엔 뭐 특별한 건 없습니다.
“남북....무림?”
예.
“남북....무림? 아! 그래요? 전 다른 중요한 말을 못 꺼내놓고 우물거리시는 것 같아 보여서요. 아무튼.....”
아! ...예.
“좋은 하루 되세요.”
.....예. 여러분들도 좋은.....하루....
....걸음도 참 빠르시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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