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글 쓸때 인내하는 법에 관하여.

작성자
Lv.1 담적산.
작성
09.05.25 22:57
조회
914

요즘은, 사실 인내하지 말고 그냥 져버릴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유혹에 빠진 거죠.

사실 제가 유일한 출간작을 처음 낼때는, 고무공장에서 금형 들었다 놨다해가며- 그것도 사실 그런 일 안해보신 분들은 저걸 사람이 어떻게 들어!- 라고 놀라실 만한 크기와 무게의 그런 금형들입니다.

고무찍는 냄새, 그 독한 유황의 연기에 쩌들고 노가다에 쩌들어 지친 몸 이끌고 집에 와서 우연히 인터넷 연재란걸 했습니다.

그런데 첫글에 출간이 됐습니다.

공장일 하고 하루 여섯시간씩 글 써서, 서너시간씩 자고, 다섯시 반에 또 일어나고, 그걸 이년즈음 하다가 얻은 결과물이었습니다.

매일 그렇게 쓸때는 감이 좋아집니다.

그런데 사람이란, 그런 집중력이란게 아무래도 다른 모양입니다.

저는 그정도 집중력을 출판 계약을 하자마자 잃었습니다.

(멍석 깔아주면 안한다더니 속담에 표현된 그 수많은 사람들에 속했던 모양입니다.)

당연히 글쓰는 속도가 늘어졌고, 그러니 하루이틀 안쓰는 날도 늘어났고, 그러다보니 글에 대한 감각도 떨어졌습니다.

그걸 아직도 되찾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공장일을 먼저하고, 다른 생계수단을 알지못한 상태에서 마누라 애둘 먹여살리려니 생활에 쩌들었다는 핑계도 할수 있기야 합니다만,,,,,

그런데 작가들 모임 나가면 저보다 더 혹독하게 노력하고 글쓰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일도 저보다 더 빡센거 하고요, 노동시간도 저보다 더 많은 작가들이 한달에 한두권 가량 쓰는 경우도 봤습니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흐트러지지 않는 그 의지가 너무 부러워서 속으로 그저 눈물만 줄줄 흘릴 뿐입니다.

그렁저렁 나이를 사십이나 처먹었으니, 그게 이꽉 깨물고 죽어라 쓰는 길 말고 아무 방법이 없다는 걸 훤히 알면서도 아직 이짓입니다.

직장이 있는 투잡 작가들이 대단하다, 그럼 전업작가들은 어떤가.

그쪽은 투잡 작가들이 양반처럼 보일정도로 눈물납니다.

남에 의해서 제약을 받으며 서러움을 당해야하는 직장이 아닌지라, 전업 작가는 글쓰기가 오히려 더 어렵습니다.

자기 자신을 더 혹독하게 채찍질 해야만 간신히 글을 쓸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일 다하고 남는 시간 조금더 힘내면 되는, 말하자면 밥상에 밥숟가락 하나 더올리고, 설거지 조금 더 하는 기분으로 할 수있는게 투잡이거든요.

물론 글쓰기가 그렇게  만만한 걸로 본다는건 아닙니다. 비유상 그렇다는 거죠.

글쓰기에 관해 관심있으신 분들은 몇몇 작법서 책을 보셨겠지만, 지금 세계에서 최고다, 헐리우드에서 선계약하자, 이런 대접 받는 대가 분들이 충고 하는건 절대 투잡을 하지 말라는 겁니다.

아무리 생활이 어려워도 절대, 글만 쓰라는 겁니다.

매일매일 놀지말고 열시간 이상, 월요일 부터 토요일까지 주욱.

그리고 중요한건, 타협이니 나발이니 지껄이지 말고 포르노 소설이라도 써서 글로 먹고살라는 겁니다.

뭣?

어느 대가가 그런 헛소리를 한단 말이냐?

라고 하시겠지만, 딘쿤츠라는 분이 쓰신 작법서 책에 그런 문구가 있더군요. 포르노 소설도 쓴적이 있다고요.

'쓰라'는 언급이 없기는 했습니다만, 행간의 의미를 살펴볼때, 아무래도 그정도 처절하게 버티라는 얘기이니 결국 그런 선택을 하게 될때가 오면, 서슴없이 글로 먹고사는 길을 택하라는 얘기인것 같습니다.

자존심은 글보다 더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중요한건 여기 입니다.

자존심은 글보다 중요한것이 아니다.

이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글을 쓰는 것은 서비스 업입니다.

손님에게 자존심 내세우는 가게는 물건을 못팔고, 결국 문 닫습니다.

덤으로 욕까지 얻어처먹습니다.

서비스업으로 먹고 사는 새끼들이 자존심 내세우다니 일을 안하고 돈을 벌려고 한다고.

맞습니다.

서비스 업은 자존심을 죽이는 것이 일입니다.그래서 제조 쪽 보다는 돈을 더 많이 법니다.

자존심을 안죽이면 서비스업은 돈을 벌면 안됩니다.

술집 지배인은 자존심을 죽여야 됩니다.

안그려면 술집이 아닙니다.

손님 등처먹는 거죠.

글쟁이랑 술집이랑 연결하자니 뭔가요상(...-_-?) 합니다만 어쨌든, 장르글이든 순문학 글이든 장르 구분없이 글은 자존심 죽이는 사람들이 더 빨리 늡니다.

글쟁이가 자존심 죽이는건 권리가 아니라 의무 입니다.

글쓰는 사람은 나 죽었소 하고 아뭇소리 안해야 만이 글쟁이 입니다. 뭐,,,,

요 며칠 형님 한분하고 동생 작가들 몇이 열폭하기는 했습니다만, 관외로 변명 한마디 하지면 자존심 죽이는게 뭔지 아는 사람들이라 누가 나서서 뭐라고 하지 않아도 곧 자숙모드 들어갈 분들입니다.

어차피 상황도 여러가지 복잡해서, 저작권법 문제도 그렇고,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되는 대여점 시장도 그렇고, 이런게 짬뽕으로 한꺼번에 터지기 직전입니다.

좀 과장하면 소설시장 자체가 대폭풍을 맞기 직전입니다.

곧 그일에 매달려야 할 사람들이고 이런데 신경쓸 여가도 없구요.

저는 투잡이라 그 폭풍을 그리 어렵지 않게 버틸 수있긴 합니다그러나 전업작가들은 걱정입니다.

글 못쓰는 놈이 더 잘쓰는 사람들 걱정해봐야 쓰잘데기 없는 짓이긴 합니다만, 제 걱정은 '글쓸 때 참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 전업작가들 중에 더 많다는 겁니다.

그런 사람들이 망가지면, 글 읽던 독자들은 어찌 되겠습니까.

어느날 우연히, 그런 작가들 글 읽고 나도 글을 쓰겠다라고 마음먹고 이제 갓 삐약삐약 종종대던 동생글쟁이들은 어쩝니까.

변명이랄까 해명 같은건 여기까지구요,,,,

어쨌든 글쓸 때 참는 법은 이렇습니다.

1. 인터넷 접속.

2.연재란에서 일단 한줄 쓴다. 한글 문서가 아닙니다.

그냥 연재란 게시판 띄우고 거기다 직접 쳐넣으시란 얘깁니다.

3.계속 이어지면 그냥 써질 때까지 그냥 쓴다.

4. 막히면 ,,, 저는 다행히 글쓸때 담배피우던 습관을 잡았습니다.그래서 담배는 안피웁니다. 막히면 연재게시판에 직접 처넣은걸 복사해서 거꾸로 한글문서에 붙입니다.

수정해 봅니다.

문구를 수정해도 마음에 안들고 안이어지면, 사건 전체를 들어내고 다시 짜서 써봅니다.

요기서 자기 인내력의 한계가 각기 다 드러나는데요, 이때를 무조건 넘겨야 됩니다.

안그러면 그날 연재분량 못씁니다.

그날 못쓰면 다음날 또 못씁니다.

요때 만큼은 무조건 참아야 됩니다. 나죽었소 하고 참아야 됩니다.

그런 고통을 겪어야 만이, 자기글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에 조금더 정이 가게 됩니다. 거왜,,, 자기 돈주고 산 물건 아끼는 거라든지, 어느 모입에서도 좀 돈 좀 들이고 유지되는 모임이 그만큼 더 정이 가듯이, 지금 자기 쓰는 글에 애정이 늘어나야 인내력도 더 생기게 됩니다. 그런 원리죠.

등장인물이 사실 줄거리 다 정하는 것이니 등장인물의 말하는거 뛰어노는거 일거수 일투족에 정이가야만, 그 글에 더 정이가고, 감정이입이 되고, 그래야 집중력있게 '참고 쓸 수'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인내는 오늘 연재분 올리고 내일 또 이어져야 됩니다.

계속해서 주욱.

출판본으로 다섯질 낼때까지 주욱~ 이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글로 먹고살 재질인지 아닌지 감이 오게 됩니다.

한질 끝날때 며칠 놀고~ 이러면 어김없이 도태, 저처럼 육년이상 헤매는 꼬라지로 전락합니다.

그리고 중요한거 하나 더.

그 무렵즈음 가면, 명작을 왜 안쓰냐? 너 뭐냐?

라는 댓글들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이때 못 참으면, 그 역시 도태됩니다.

글을 쓰려고 마음먹은 분들,

여느 직업군 중에서 생존율이 가장 낮은 직업군중의 하나가 글쟁이라는걸 늘 명심하고 키보드를 대하셨으면 합니다.

제가 보니 천명중에 열명이 채 살아남지 못하는 군요.

그리고 대가의 경지로 올가갈 분들은 당연히 그보다 더 적다는 것도요.

어차피 그정도 낮은 확률이니, 저같은 글쟁이가 이런 소릴 해도 쪽팔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철면피이긴 했지만요.

건필.


Comment ' 4

  • 작성자
    Lv.15 문백경
    작성일
    09.05.25 23:15
    No. 1

    가슴에 새겨두겠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선배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경암
    작성일
    09.05.26 00:50
    No. 2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시두김태은
    작성일
    09.05.26 04:15
    No. 3

    아직 취미로 글을 끄적이는 사람이라 자존심만 펄펄 살아날리지만 직업작가가 되려면 자존심 죽여야죠. 맞습니다.(정말 힘들겠지만) 글이 막히면 제 경우에는 며칠 지켜봐도 계속 막혀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실연재가 되지 않는 주요인이지요. 털썩. 글을 계속 쓰고 있어야한다는 말씀에는 적극동감입니다. 몇 년동안 손놓았다가 예전의 감을 찾는데만 궁해지더군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3 핫세루
    작성일
    09.05.26 11:30
    No. 4

    ^^ 담적산님 !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사실은 저도
    글이 안쓰여져서 일주동안 놓았습니다.
    적산님 말을따라해보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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