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이 힘겹게 글을 쓰시는데 독자가 편히 누워서 작가님이 먹여주시는 연참의 떡을 받아먹는 것도 못할짓이라고 생각되어 이렇게 장문의 추천글을 적어봅니다.
독자인 제가 작품속 인물에 대하여 관찰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독백의 형태를 띄다보니 이하에서 경어체를 쓰지 아니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관찰자 입장에서 본 마신의 성장
마신은 아직도 성장 중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성장과정을 돌이켜보면 벌써 여러 단계의 성장과정을 지나쳐가고 있다. 이하의 글은 마신의 성장을 분석하며 그 단계를 따라가 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적어본다.
제 일 장; 탄생의 장
[... 왕이는 눈을 떠서 전면을 응시했다. 붉은 살덩어리가 들어왔다. ... 이 인간의 형상이라 볼 수 없는 고깃덩어리에는...]
- 본편 (9) 원(元) 중에서
적들은 너무나도 잔인하였다. 나른해보이는 듯 하면서도 무심해 보이는 장우현에게도 눈 앞에서 어미가 찢겨져 나가고, 호랑이 같던 아비의 몸이 고깃덩이마냥 짓이겨짐을 지켜보는 일은, 분명 견디기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제 부모의 핏물이 고여드는 어두운 지하감옥 배수구 속에서 장우현은 느껴야 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잔혹한 죽음으로부터 두려움을,
비참한 부모의 죽음 앞에서 깊은 슬픔을,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원수를 향해 분노를,
이 모든 일이 일어나게 만든 마교를 향한 미움을,
그들에게 똑같은 방법의 복수를 상상함으로부터 쾌락을.
이 모든 감정의 격랑에 흔들려야 했던 그, 자칫 두려움에 정신을 내어주어 복수에서 도망칠 수 있었고, 분노에 정신을 내어주어 헛되이 제 목숨마저 버릴 수도 있었지만, 모든 감정의 폭풍을 통해,
정의의 신이 그를 불쌍히 여겨 준 선물인지, 아니면 고약한 악마들의 신이 던져주는 저주인지 모를 미증유의 힘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는 그 또한 원수들을 닮은 악마가 되었다.
[... 부모의 죽음과 적의 모습을 똑똑히 머리에 아로새겼다. 이제부터 그의 삶에 하나의 방향이 주어진 것이다.
세 명.
이곳 지옥탕 입구에는 지금 세 명의 악마가 있었다.]
- 본편 (9) 원(元) 중에서
제 이 장; 성장의 장
[... 그는 처음으로 위기에 봉착하였다. 바로 허기였다. 수인들이 먹고남은 찌꺼기를 모아서 버리는 곳이 있었지만 마인들의 눈을 피해 그것을 얻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핏물을 씻기 위해 사방에 뿌려대는 물 덕에 물 걱정은 없었다는 것이다.]
- 본편 (11) 원의 발현 중에서
감옥 속에서도 그는 살아야만 했다. 아니, 그것으로 모자랐을 게다. 그는 강해져야만 했다.
[... 내가 받겠소. 당신의 모든 지식, 내가 받아 세상에 보이겠소.
당신이라는 천재가 살았다, 이런 놀라운 지식을 남겼다 하고 말이오.]
- 본편 (13) 만학자
그야말로 누구보다도 도움이 절실하였을 것이다. 복수하기 위해서 강해져야 하는데, 이 저주받은 감옥 속에서 무슨 수로 강해질 것인가. 열살 남짓의 장우현이, 무표정한 얼굴로 만학자에게 선심쓰듯 건넨 저 말 속에는, 아마도 절박한 심정 또한 섞여있었으리라.
[... 그리고 그렇게 칠 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본편(15) 칠 년 중에서
제 삼 장; 탈피의 장
[... 마침내 소년이 멈춰섰다. 그리고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 누가 나의 뜻에 따를 것인가?" ]
- 본편(19) 인간수거 중에서
뱀은 더 큰 몸을 얻기 위해 허물을 벗고, 나비는 날개를 얻기 위해 고치에서 벗어난다. 감옥이라는 껍질 속에서 장우현은 너무나 비대해져, 그 때쯤 벗어나지 않고서는 더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 ... "그래 언제 움직일 것이냐?"
만학자의 물음에 장우현은 허리춤에 달린 장검의 검병을 슬쩍 쥐었다. 이 감촉, 오늘 상태는 나쁘지 않다.
"지금부터요" ]
- 본편 (23) 개시 중에서
그의 탈피는 유난히도 시끄러웠다. 그의 원수 중 일부를 처형하며 그는 자신의 탈피를 자축하였다. 부모의 피를 뒤집어 쓰고, 죄수들의 남은 밥을 훔쳐 먹으며 숨죽여 왔던 악마는 처음으로 숨겨두었던 날개를 펼쳐내었다.
제 사 장; 위장의 장
[ ... "한 달동안 천천히 인간들을 관찰할 작정이오. 무림맹에 도착하는 순간, 난 완전한 정파의 협사로 탈바꿈 할 것이오." ]
- 본편 (38) 마신출도 중에서
탈피를 하고도 왜인지 그는 만족하지 못했던 듯 싶다. 그는 자신의 강함 외에 무엇인가 더 얻고 싶어하였다. 그래, 어쩌면 갓 세상에 나와 보호색을 필요로 하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가 진실한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위장된 또하나의 자신을 필요로 하였으리라.
[... 그는 결정적인 결함이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만들어 놓은 인물상은 빈껍데기일 뿐이었다. 말과 행동, 지식이 있지만 그 모든 것의 바탕이 되는 마음, 혹은 철학이 부족하다.
... 그런데 지금, 장우현은 드디어 발견했다. 협심]
- 본편 (40) 협 중에서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은 훔치고 빼앗아서라도 가져간다는 그였기에 자신의 위장된 인격마저도 다른 사람의 것을 훔쳐서 만들어 내었다. 그 것은 그가 그만큼 속이 텅 비어버린 인간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찌되었든 그는 협심을 자신의 위장색으로 결정하였고 능숙하게 연기하기 시작했다. 놀라운 실력과 그에 합당한 투철한 협의심, 그리고 너무 완벽해 거부감을 낳지 않도록 배려된 순진함과 부족함까지.
[... 태허는 부르르 떨었다. 누가 믿을까. 저 순진한 정파의 신성이
몇 달 전만 해도 몸에 피칠갑을 두른 채 무림에서 닳고 닳은 노인들
위에 오연히 서 있었다는 것을. 고깃덩이가 된 왕이의 시신과
육포가 되어 나뒹구는 왕양의 시신을 아무렇지 않게 일별한 바로 그 자라는 것을]
- 본편 (43) 출현 중에서
광명신성. 이제 그가 입은 보호색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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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나름 본편을 인용해가며 흥미를 돋구어 보려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군요. 이러한 짧은 추천글도 쓰기 힘든데, 작가님은 연참하기 위해 얼마나 고생하실까요.
아, 너무 오래 끌었는데 제가 추천한 이 작품은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바로 협객열전님의 마신의 철퇴라는 작품입니다. 초보 작가님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매끄러운 글솜씨와 무엇보다 연참, 광참, 폭참의 절세신공을 보유하신 분이지요.
많은 분들과 이 재미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최근 제가 포탈 형성하는 법을 배웠는데 될지 모르겠네요. 처음 시도해봅니다. 이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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