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미련하게 1주일에 한 번씩 홍보 글만 쓰다가 한담 글은 이번이 처음이군요. 글도 제대로 안 잡히고 오늘 신경도 예민해서 살짝 올려봅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녀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저랑 가장 가까이 있던 녀석이 한 마디를 건네더군요.
"그러고 보니까, 너 글 쓴다며?"
어디서 그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부정할 필요가 없었죠.
"응, 그냥 조그맣게 써.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고."
"하긴, 요즘 글은 초딩도 쓰니까."
그 말이 살짝 거슬렸지만, 워낙 말투가 그런 놈이라 여기까진 참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그다음에 한 말에 전 참을 수가 없더군요.
"어차피 글 쓰는 건 차라리 쉬워. 음악 하는 녀석들은 얼마나 어려운지 아냐? 곡 하나 나오려면 며칠을 지새우는데. 그리고 요즘은 개나 소나 다 출판하잖아? 판타지나 무협, 뭐, 그런 게 많아서. 그런 거야 어차피 쉬엄쉬엄 쓰는 거잖아. 지들은 출판했다고 좋아라하지 그런 푼돈 받아서 뭐하냐? 저작권도 약해졌다며? 그럴 거면 왜 쓰는지 몰라. 여기저기서 불법이 난무하는 시대에."
하하, 그냥 그 자리에서 주먹 한 대 갈구고 싶은 심정을 꾹꾹 누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녀석이 베이스리스트가 꿈이라서 요즘 한숨도 못 자다 보니 신경이 예민해진 건 알겠지만, 저 또한 글 때문에 많이 예민해져 있었거든요...
이번 사건 때문에 우정에 많은 금이 갔지만, 전 그 친구만을 욕하는 게 아니라, '창작 활동'을 무시하는 사람들의 인격을 판단하고자 합니다.
가끔 심심하면 네이버 소설 카페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요, 그럴 때마다 창작에 대한 비판 글은 어디서나 끝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쓸 거면 왜 쓰냐.', '차라리 그 시간에 공부해라.'라는 게 대부분이고요... 심지어 일본 연재 사이트에서도...
'만화가나 PD는 힘들어 죽겠는데 소설가는 너무 쉽게 산다.'라는 제목의 글이 있더군요.(제대로 번역했는진 모르겠습니다.)
하아...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자신이 불편하면 남들은 전부 편해 보이고... 어딘가에는 꼭 분을 풀어야 한다는, 그런 개념 말이죠...;
제 꿈이 방송국 PD이며... 지금은 글쟁이라서 창작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밴드부에서 음악 제작도 해봤고, 글쟁이가 되기 전에는 만화도 그렸고요...(그러고 보니, 제가 한 일이 전부 창작 활동이군요...)
힘든 거라는 건 여기 문피아 분들이라면 잘 알고 계시겠죠. 독자분들이 속독이거나 정독이거나 읽고 넘어가는 것에 작가분들은 며칠 동안 구상하는 내용도 있다는 것을요.
여기서 '시'를 생각해 볼 건데요. 대부분 사람이 시를 우습게 본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을 추궁할 생각은 전혀 없고요, 대게 시는 빠른 시간에 딱딱 나온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주장하시는 분들도 봤고요...
과연, 시를 쓴다는 게 그렇게 쉬울까요?
시집 한 권에 대략 40~50질의 편이 들어 있는데요, 그것을 전부 쓰는데 평균 2~3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50질에 3년이면 한 질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지, 머리 좋은 문피아 분들이라면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다음으로는 '글'에 대해 생각해 볼 건데요... 제가 아직 초보글쟁이라 3000자에서 4000자 정도 연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대략 2~4시간 정도 됩니다. 하루 날짜를 잡아서 쓰면 1/10 권 분량이 나올 때도 있고요.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을 땐 같은 장면에서 2, 3일 끈 적도 있습니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쌓이지만, 그래도 적지만 몇 개의 덧글을 달아주시는 독자분들을 보곤 다시 힘을 내곤 하지요...
창작이라는 것의 고통은 시나 글뿐만이 아니라, 음악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게임이든, 만화든, 애니메이션이든... 수많은 창작 활동 전부가 해당됩니다. 그 고통이 어느 정도인가는 '분야'가 아니라 '개인적'인 것이지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적어도 창작을 하는 분에게 무시는 하지 말자는 겁니다. 이렇게 보시면 그저 한을 푸는 글처럼 보이실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말할 때 '겨우'라든가, '고작', '별로', '쉽다.'라는 말은 쓰지 맙시다.
학교에 보고서 제출할 때의 고통은... 다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설마 그 보고서, 남의 것을 베꼈다는 건 아니겠지요...; 그냥 창작 활동하시는 분들, 제대로 인정해 주시고... 우대까지는 아니어도 위로는 해줍시다.
Ps. 그리고 작가분들, 요즘 불경기 속에서 글쓰기도 힘겨운데 저작권 때문에 돈도 제대로 안 벌리고 있습니다. 미치겄죠... 저는 한 작품도 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건 우습겠지만, 적어도 책은 사서 봅시다!
Comment '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