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금 유식한 척 하는 헛소리를 들으며 자세를 좀 더 편하게 고쳤다. '들을 필요 없음, 자동 필터링 가동-'이라고 대뇌에서 지령이 내려왔기에. 어차피 암만 길고 복잡하게 말해봐야 요약하면 이 에세이는 어쩌고 하는 평일 것이고, 내가 듣고 싶은 건 좀 더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특별맞춤으로 제작한 대리석묘비 아래 묻혀계신 내 할아버지보다 몇 살 어린 교수의 연구실을 방문할 리 없잖아. 세상 사람들의 0.1%를 제외한 나머지 99.9%는 맑고 화창한 수요일 오전에 유쾌한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를 젖혀두고서 지도교수를 찾아오진 않는 정상인이다.
성적이라는 중차대한 문제가 걸리지만 않았다면.
그래. 성적만 아니면.
아, 정말 그 놈의 성적이 뭐 길래 1부터 9까지의 단순한 숫자로 인생을 결정하고 가치를 평가한단 말인가. 그런 의미로 성적제도는 인권을 유린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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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성적제도를 불신하는 부잣집 도령의 상큼발랄한 캠퍼스 생활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쓸모없는 제도는 성적제다. 라는 말에 자그마한 공감이 드신다면 한번쯤 훑어봐주세요.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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