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그렇게나 지키고 싶어 하던 아가씨가, 저에게 어떤 제안을 했는지 아십니까?」
순간, 미소에 한 가지 감정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그것은 분명한 조소(嘲笑)였다.
「아버지.」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제가 이겼습니다.」
거짓말처럼 찾아온 기회, 살아남기 위해서는 화려함으로 무장을 하라.
“내가 이해할 수 없다면, 나를 이해하게 만들면 돼.”
메르노아는 입술을 비틀었다. 힘이 있는 자만이 당당함을 가질 수 있다면, 그 힘을 가지면 되는 거였다. 힘을 가진 자에게 굽실거리는 건 모든 인간들이 가지는 보편적인 습성이자, 이 세계에 암묵적으로 흐르는 법칙이었다. 힘이 있다면, 그들을 이해하지 않아도 알아서 그들이 메르노아를 자기들의 세계에 끌어들이려 애쓸 터였다.
메르노아는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버지도, 그녀도, 다른 누구도 메르노아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오만함을 꺾지 못했다. 제국의 귀족들 역시 그러하리라. 날 때부터 부여되는 권위? 그런 것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권력도, 지위도 쟁취하는 것. 자신의 운명에 순종적이어 봤자 돌아오는 것은 무기력한 일상.
사교계의 정점, 최초의 티아라(Tiara)가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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