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세가의 태상호법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서 제 생각을 올립니다.
남궁세가의 태상호법이 된 노인... 을지호 일행이 노호문 패거리들과 관련된 일을 끝내고 돌아오다가 마주친 노인이죠. 을지호 조차도 한 수 접고 들어가는 인물이고요.
처음에 저는 곽검명을 생각했거든요. 을지소문의 의형이고 무공에 미쳐 '무치'라고까지 불린 인물, 그 정도로 무공에 열중했다면 큰 깨달음을 얻어 높은 경지에 다다를 수도 있었을 테고요.
사실 곽검명보다는 검왕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이미지가 완전히 검왕이라고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검왕이라고 생각할 때 걸리는 점이 바로 나이 였습니다. 을지소문의 할아버지와 구양풍은 이미 죽었는데, 검왕만 혼자 쌩쌩하게 살아있다는 것이 영 이상해서요. 그래서 차선책으로 곽검명을 생각한 것이죠.
그런데, 검왕이 을지호를 혼내면서 을지소문 뿐 아니라 환야까지 같이 하대를 하는 것을 보니 곽검명은 절대 아니죠. 을지소문에게 하대를 하는 것도 좀 그런데 환야에게까지 하대라니...
그래서 결국 남는 것은 검왕이더군요. 여전히 나이 문제는 의문으로 남았지만요.
하지만 그 의문도 약간은 이해가 될 것 같더군요. 물론 제 추측이지만요.
이해한 이유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궁귀검신 2부 제일 처음에서 을지소문이 을지호를 혼내면서 을지명(을지소문의 할아버지)과 구양풍에 대해서 언급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대충 '두 어르신이 죽기전에 노망이 들어서 그 덕분에 을지호가 수많은 오랑캐를 쓸어버렸다' 정도의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을지소문이 그 얘기를 하자 을지호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고, 을지소문은 환야에게 혼났죠.
그 때에는 그냥 넘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도 이런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즉, 을지명(을지소문 할아버지)과 구양풍은 차기 장손인 을지호에게 자신들의 내공을 전부 전수해주었고,
그 덕분에 을지호는 엄청나게 강해져서 오랑캐를 마구 쓸어버릴 수 있었으며,
하지만 내공을 전해주었기 때문에 을지명과 구양풍에게 곧 죽음이 찾아오게 되었다.
이런 내용으로 추측됩니다. 이렇다면 앞뒤가 딱 맞거든요.
을지소문이 그 이야기를 꺼내던 당시 상황이, 을지호를 혼내던 상황이었거든요.
그 와중에 '노망...'를 언급한 것도 을지호 같은 놈에게 두 분이 내공을 전수해주셨다는 것에 대한 의미였을 것 같고요.
을지소문이 그 얘기를 꺼내자 을지호가 우울한 표정을 지었던 것도, 두 분의 죽음이 결과적으로(본의가 아니라 해도) 자신 때문이라는 자괴감에서라면 이해될 테고요.
그 얘기를 꺼낸 을지소문을 환야가 질책했던 것도 이해되죠.
검왕보다 을지명과 구양풍이 먼저 죽은 이유도 설명되고요.
이에 반해서 검왕은 무공을 전수해줄 만한 사람이 없다는 가정 하에, 아직 쌩쌩하게 살아있는 것이 납득되죠. ^^
다른 '왕'들을 얘기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소문과 친한 사람은 검왕, 궁왕, 암왕 정도밖에 없습니다. 즉 나머지 권왕 등은 아니라는 얘기죠.
그리고 궁왕에 대해서는, '환영시'는 원래 궁왕의 기술입니다. 납득이 안되시는 분들은 1부에서 을지소문과 궁왕이 대결하는 장면을 보세요. 그럼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만약 그 노인이 궁왕이라면 을지호가 쏘는 환영시에 대해 '오랫만에 본다'라고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자기가 직접 쏘면 되는데?
반대로 을지소문은 궁왕이 쏜 환영시를 직접 몸으로 겪어보았으니 그를 본따서 만들 수도 있었겠죠.
암왕은... '환영시'에 대해 알기나 하나요? 아, 혹시 알지도 모르니...^^;;
암왕의 키는 작습니다. 궁귀검신 1부에 보면 암왕이 작은 키로 묘사되었습니다. 근데 저 노인의 첫 등장을 보면 키는 훌쩍 크다고 나와 있습니다.
새로운 성장기가 온 것도 아니고, 작았던 키가 안보던 새에 커져 있을 수는 없겠죠 ^^;;
그리고, 암왕의 무공이라고 해봤자 당가의 무공입니다. 그 노인은 남궁세가의 무공을 안중에도 두지 않을 정도인데, 당가의 사람으로서는 그럴 수 없죠. 게다가 암왕과 검성은 친구인데 친구 가문의 무공을 그렇게 낮게 생각하지도 않을 거고요. 암왕은 절대로 아닙니다.
아직까지도 노인의 정체가 '구양풍'이나 '수호신승' 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1부부터 제대로 읽으시는 게 좋겠네요 ㅡ,.ㅡ
정리하면, 남궁세가의 태상호법이 된 노인은 검왕이 맞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위에 언급한 이유들로 인해서 다른 왕들은 아닐 테고요.
가장 의문이 일었던 나이 문제는, 을지명과 구양풍이 을지호에게 자신들의 내공을 전수했다는 가정(제 추측입니다만...) 하에 나이 문제도 해결될 것이고요.
을지명과 구양풍이 을지호에게 자신들의 내공을 전수했다는 가정이 맞다면 2부 처음의 을지소문&을지호&환야 의 대화와 그 분위기도 이해되죠.
이상이 제 생각입니다.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딴지 걸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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