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쓸때마다 생각하는 일이지만 초창기엔 아이디어가 펑펑 샘솟아서 키보드에 손만 올려두면 자동으로 글이 만들어지는 시기가 있습니다.
그때에는 참 의욕적으로 매일마다 글을 쏟아내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퍼도 퍼도 끝이 없을 것 같던 아이디어도 고갈되고 앞으로 써나갈 스토리는 생각해뒀는데 정작 세세한 글을 쓰려니 손가락이 까딱도 하지 않는 현상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때에는 정말 누가 나 대신 글 좀 써줬으면 싶은 생각도 자주 납니다.
여튼 그런 단계에 접어들어서 어떤 내용을 써야할지는 생각을 해뒀는데 정작 표현을 잘 못하는 현상과 씨름하던 때였습니다.
본래 목표하던 분량의 반 정도에 불과했지만 나름대로 한화를 마무리하기엔 충분하다는 생각에 빙긋이 미소지으며 확인을 눌렀습니다.
아, 그때의 멍청한 나 자신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습니다.
" 멈춰! 그건 공명의 함정이다! "
그렇습니다.
그때의 저는 노트북이 오묘한 미소를 지으며 필드에 함정카드를 셋팅해둔 상태였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대가는 뼈아팠습니다.
버튼을 누르는 것과 동시에 새하얀 화면이 뜨더니 흑형이 오묘한 미소를 짓는 모습이 신기루처럼 모니터에 아른거렸습니다.
제 귓가에는 어느새 익숙한 배경음악과 지금은 한물 갔지만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메세지가 떠오릅니다.
"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
그랬습니다.
저는 노트북 우측 하단에 떠있던 '인터넷 접속이 끊겼습니다.' 라는 메세지를 그만 간과해버렸던 것입니다.
으아아아아니 챠아아아아아아아아!!!!
하필이면 오늘따라 메모장에 저장해두지도 않았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이렇게해서 오늘 또 한명. 인터넷 연결의 피해자가 방구석에 처박혀 머리를 쥐어뜯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렇잖아도 진도가 안나가서 끙끙대는데 이런 참변까지...
그만둬! 내 라이프는 이미 0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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