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가장 쉽게 필력을 늘리는 법.

작성자
Lv.34 카이첼
작성
12.07.26 22:42
조회
5,967

가끔 필력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적어 봅니다.

좋은 소설을 필사하는 것이죠. 글 쓰는 분이 이상이라 생각하는 소설을 하나 선정해 매일매일 부지런히 필사하시면 필력이 쑥쑥. 전통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꽤 힘든 일이기도 하죠. 오죽하면 조정래 작가는 아들과 마누라에게 너희가 내 인세로 평생 먹고 살 것이니 한 자도 틀리지 말고 태백산맥 필사를 하라는 숙제를 냈을까요. (두 사람은 열심히 해서 숙제를 해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쉽고 확실한 방법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그건 단어를 많이 아는 겁니다. 단순히 단어를 많이 아는게 아닙니다. 주변에 있는 사소한 사물들의 이름을 상세히 알고 있으면 참 좋습니다. 그리고 그런 주변 사물의 이름을 의외로 우리는 모르는 경우가 굉장히 많죠. 뻔하게 '아 이거'라고 하는데 실제로 그게 뭔가 소설로 적으려 한다면 뭐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고.

그래서 그런걸 자세히 알면 묘사력 자체도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압도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다루고자 하는 사물의 명칭을 상세히 알면 그런 명침이 모여 만들게 되는 글의 풍경 또한 세밀하고 적확하게 묘사할 수 있게 되니까요.  

그래서 자신이 다루고자 하는 공간과 사물에 대한 분절적이고 상세한 명칭을 알고 다루고 있는건 가장 독자가 체감할 수 있는 필력의 증거가 됩니다. 한 사람의 언어의 한계가 그 사람의 세계의 한계라는 말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닌 거죠.

다만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작가는 알아도 독자는 모르는 단어를 너무 많이 구사하면 가독성이 떨어져서 장르에 속하는 소설이 가져야할 미덕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고, 또한 작가가 자신이 아는 단어를 통해 글로 구사한 풍경이 꼭 독자에게 가 닿지도 않기 마련입니다. 단어가 의미를 가지는 것은 독자와 작가가 그 단어에 대해 공유된 상을 가질 때 인데, 그게 없으면 역시 작가의 단어 구사는 무의미해지거나 심지어 오해를 부를 수도 있을 겁니다.

보르헤스는 그래서 자신이 믿는 것은 표현이 아니라 암시라고 했었죠. 다만 이런건 대가들의 경우고, 일단은 확실하게 단어를 많이 알면 좋습니다. 글쓰는 사람의 재산이죠.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창조한 세계관과 캐릭터를 확실히 장악하는 것입니다만 이건 뭐 편법이 없는 듯...

은빛어비스 북큐브로 옮겨가고 문피아에 글 남길 일이 없어져서 오랜만에 작게 끄적여 봤습니다. 글 쓰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군요.


Comment ' 18

  • 작성자
    Personacon 적안왕
    작성일
    12.07.26 22:44
    No. 1

    간만에 글 남기시네요.
    은빛 어비스 잘 읽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유제하
    작성일
    12.07.26 22:45
    No. 2

    좋은 정보 감사하고, 연재 열심히 하세요.
    화이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성공(星空)
    작성일
    12.07.26 22:50
    No. 3

    좋은 가르침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실픔
    작성일
    12.07.26 23:03
    No. 4

    어휘 부분은 정말 공감하게 됩니다. 고등학교 때 문학 맡으신 선생님께서 항상 하시던 말씀이 너희들이 일상생활에서 쓰는 단어는 우리말의 고작 몇퍼센트 뿐이 안 된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게다가 디지털 치매인지 글을 끄적이다보면 아 그 단어 뭐지, 그 단어 쓰고 싶은데 이러면서 골싸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네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찰즈씨
    작성일
    12.07.26 23:15
    No. 5

    필사가 정말 제일 확실한 방법입니다. 옛 문인들도 자신이 존경하는 작가를 수도 없이 베꼈다고 하더군요. 문학특기생 출신들에게 물어봐도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방법이었다고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1 v마늘오리v
    작성일
    12.07.26 23:46
    No. 6

    한담강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7.26 23:58
    No. 7

    예전에 필사과제 한 거 생각하면 멘붕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워리도꾸
    작성일
    12.07.27 00:02
    No. 8

    멋진 말씀입니다. 그리고 고마운 말씀입니다.
    한강 +2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Schwalz
    작성일
    12.07.27 00:09
    No. 9

    5번 베끼고 난 재능이 없구나 하고 느꼈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6 알라성
    작성일
    12.07.27 00:13
    No. 10

    영단어 외우다가 모르는 단어가 영어가 아닌 한글 쪽일 때가 가끔 있을때 당황합니다. 우리말도 보면 진짜 모르는 단어가 많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백수77
    작성일
    12.07.27 00:54
    No. 11

    필력 올리는 유일한 방법~!!!
    연필 들고 팔운동하세요. ㅡㅡa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7.27 01:59
    No. 12

    카이첼님의 조언이니까 더 신뢰가 가네요.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묘로링
    작성일
    12.07.27 04:24
    No. 13

    다양한사람들이랑 만나서 사람마다의 어휘를 접해보는 것도 좋아요. 문학계열 분들은 평소 쓰는 어휘 자체도 다채로워서 좋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박무광
    작성일
    12.07.27 05:57
    No. 14

    오호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Duellona
    작성일
    12.07.27 08:38
    No. 15

    필사...예전부터 들어서 해보고 싶었지만
    제 글씨체는 급해지면 마구 흘려쓰게 되는 편이라서
    나중에는 필사하고도 어디까지 했는지 모르게 되고
    그래서 결국 다 버리고 그럽니다;

    단편 필사는 몇 번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존경하옵는 작가 글은 장편이 많아서...단편이라고 해도 초기 스타일이고ㅠ
    어휘는 정말 공감합니다. 저번에 '왜 그게 뭐지 벽에서 불쑥 튀어나온 창...'
    이러고 있다가 겨우 '퇴창'이었다는 걸 기억해냈습니다
    이런 식으로 글 쓰려니 정말 힘듭니다.
    게다가 멋지게도 제 글에 뼈대부터 다시 세우라고 나타나신 분이 생겨서ㅋㅋ
    좋은 아침이네요 응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연목
    작성일
    12.07.27 10:06
    No. 16

    그림도 첨에는 모사부터 시키지요. 정말 생각외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답니다. 그리고는 재료의 이해를 공부하지요. 내가 쓰는 재료의 특징 질감 물성 등등. 그담에야 자신만의 OS 랄까 그런게 필요한 듯. 오랫만에 카이첼님 아이디를 보니 반갑네요 건필 하시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현무연
    작성일
    12.07.27 12:06
    No. 17

    ...헹...ㅠㅠ 내가 번역본을 많이 봐서 이렇구나...ㅠㅠ 다른 괜찮은 책 골라서 도전해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최민혁
    작성일
    12.07.28 01:03
    No. 18

    수능 끝나거든 채월야나 한번 필사해볼까.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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