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의 영역이 점점 확장되고 있다는 반가운 반증이겠죠. ^^
*** 상상의 세계선 나도 협객, 무협소설
무협소설이라면 고개를 젓는 이들이 많다. 스토리는 황당한 데다 천편일률적이고 우연을 남발하며 문장도 거칠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건 무협소설이 아니라 옛날 대본소 무협지 얘기다. 요즘의 토종 신무협 작품들은 재미와 진지함이 '정통소설' 버금가는 것이 적지 않다. 선입견을 버린다면 주말을 책임질 협객들을 취향별로 만날 수 있다.
톰 클랜시 류의 전쟁 전략 소설을 즐긴다면 유재용의 '청룡장' '청룡맹'연작을 권한다. 집단 전투의 전술 전략에 대한 깊은 분석이 일품으로, 개별 인물의 성격도 생생하다. 한백림의 '무당마검'도 교묘한 전략싸움과 집단 전투신의 흡인력이 뛰어난 전쟁 무협.
삭막한 현실을 벗어나 잠시 마음의 위안을 받고 싶다면 임준욱의 '괴선'이 으뜸이다. 사랑과 그리움, 아픔이 어우러져 가슴 뭉클한 대목이 많은데다 무공과 법술이 함께 하는 장쾌한 전투장면도 일품이다. 그 반대의 극단에 선 게 한상운의 '비정강호'다. 밤거리의 지배자들이 목숨을 걸고 생존경쟁을 벌이는 비정한 이야기다. 흥미진진한 누아르 컬트라고 할까. 복잡한 상황과 개인 심리에 대한 묘사가 치밀하기 이를 데 없고 반전을 예비하는 복선이 수없이 깔려 있다.
머리 쓰는 건 딱 질색이라면 술술 읽히는 코믹 무협이 있다. 검류혼의 '비뢰도'는 막강한 무공실력, 잔머리와 뻔뻔함으로 무장한 젊은이의 좌충우돌이 이어진다. 작품 수준을 놓고 논란이 있지만 돈 밝히는 수전노에다 남 괴롭히는 취미와 능력, 제멋대로의 스타일로 미인을 사로잡는 행태가 요즘 젊은이들의 대리만족용으로 딱이다.
그래도 어린 시절 읽은 무협에 향수가 남은 이들은 금강의 '대풍운연의'가 반가울 법하다. 시한부 인생의 사나이가 협의란 무엇인가를 지략과 무공으로 보여주는 장쾌한 대륙적 서사시다. 용대운의 '군림천하'는 현재 출판이 진행 중인 작품으로 그 스케일과 유장함이 정통 무협의 맥을 잇고 있다는 평이다. 아참, 어디 나무그늘에 들고 나가서 읽기엔 좌백의 '대도오'가 제격이다. '큰 칼을 든 건방진 놈'이란 제목부터 근사한 이 작품은 신무협의 새 지평을 개척한 기념비적 걸작이다. 최근 800쪽 한권으로 개정판이 새로 나왔다.
김용의 '사조영웅전'(사진)도 정식 번역본이 새로 나왔다. 김용소설번역연구회가 예전 해적판들의 오역과 누락을 모두 바로잡았다니 '신필' 김용의 향기를 제대로 느껴볼 기회다.
조현욱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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