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판 공지란에서
이해할 수도 없고
도저히 묵과해서는 안 될 공지문 하나를 읽었습니다.
얼마전부터 불거진 표절문제에 관한 출판사의 입장과
계속적인 책 발행에 관한 공지였습니다.
표절이 문제가 된 책은 마검사 아이젠입니다.
이미 여러 경로로 표절이 확인된 책이며
출판사도 그것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내용의 공지였습니다.
적어도 공지문의 초반은 그렇습니다.
그러나...읽다보니 열받더군요.
문제가 된 부분만 고쳐서 계속 출판을 하겠다, 가 요점이었으니까요.
전 내 눈을 의심하고 거듭 읽어봐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아래의 글로 댓글을 달았습니다.
- - -
왜 이렇게 하시는 겁니까?
결국 출판사나 작가 모두 반성할 마음은 전혀 없다는 뜻이로군요.
그러니까 잘못된 부분만 슬쩍 고치고 넘어가보자, 이거지요.
표절이 확인되었다면,
그리고 진정 반성할 마음이 있다면
1)출판사와 작가 모두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심은 물론
2)책을 회수함과 아울러
3)출판사는 이 제목으로의 출판계획 자체를 철회해야 할 것이고
4)작가는 적어도 근신해야 할 것입니다
헌데, 철회나 근신은 고사하고
슬쩍 고쳐 내겠다, 는 것이로군요.
뭐 그리 큰일이냐, 라는 의지로군요.
대단하십니다.
만일 책을 출판하신다면 문피아와 기타 인터넷 매체를 통해
그 책에 대한 지속적인 불매운동은 물론,
작가와 출판사에 대한 안티 운동을 시작하겠습니다.
독자의 한 사람이자 문피아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엄중 경고합니다.
- - -
존경하는 문피아 회원 여러분!
저도 문피아 회원이자 여러 글을 읽는 독자이고
못난 필력으로 졸저를 출판해 본 바도 있는 사람입니다.
많은 사람이 읽은 대박은 아니었지만,
그 한 권의 졸저를 완성하기 위해 흘린 땀은
글을 써본 모든 작가분들이라면 다 공감하는 바일 것입니다.
한 권을 완성하기 위해 잠 한숨 자지 않고
하얗게 밤을 지새운 것이 꼬박 일년입니다.
하루 밤에 여섯 잔의 커피를 마시고 술을 퍼 마시다
결국 병을 얻었습니다.
그래도 글이 떠오르지 않으면 옷 하나 둘러 입고 나와
세 시간, 네 시간을 짐승처럼 정처없이 걷고,
걷다가 밤을 새운 것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도 안 되면 망가진 몸으로 또 밤을 새우고
또 한 잔의 술을 마시고(따라하진 마세요),
그 한 잔의 술에 슬퍼져
나의 무능을 탓하며 숨죽여 울었습니다.
그렇게 지샌밤이 늘어나며 새까맣던 머리는 하얗게 탈색되었고
6권의 졸저를 완결하는 동안
3번이나 염색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고도 글은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그건 나의 부족함이므로
내 책임이라 생각하며 독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일 년 동안 그 짓을 했어도 돈은 돈대로 벌지 못해
얼마 전 아이들 생일상을 차려 줄 돈이 없어
중고차를 팔아 아이들 생일상을 차려줬습니다.
"그짓 좀 그만해. 밥이나 먹고 살아야 할 거 아냐." 라고
친구들과 동생이 말려도 난,
"내가 하고 싶은 걸 어떡해." 라고 말했습니다.
슬펐습니다.
그래도 내가...
하나의 이야기 세계를 창조해낸다는 그 기쁨을
다른 무엇과 바꾸고 싶지 않아,
바꿀 수 없어
전 오늘도 이 짓을 계속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계속 고민합니다, 새로운 글을 위해...
남들이 쓰지 않은 글,
남들이 말하지 않은 이야기,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자,
그것이 창작이고
그것이 글이고
그것이 작가의 길이다,
그래서 오늘도 고민합니다.
가난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나의 무능과 창조의 고통 때문에 고민합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남이 한 이야기를 대강 따라가보고 싶은 마음은
단 한 번도 먹어본 일이 없습니다.
그건 작가의,
'강간'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하물며 남의 글을 그냥 베껴 쓰다니요.
쉽게 가고 싶은 유혹은 언제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이 작가의 정신입니다.
작가가 되기 위해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좋은 문장도 아니고
독자들의 성향 파악도 아니고
바로 이 정신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칼의 노래를 쓰신 김훈 님이
"꽃이 피었습니다." 란 표현과
"꽃은 피었습니다."란 표현을 놓고
몇 날 밤을 지새며 고민했다는 말을
우린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그 마음이 작가의 마음입니다.
마음의 우물을 파는 것,
그 우물에서 창작의 고통을 길어내는 것,
그리하여, 부족하지만, 내 이야기를 마시게 하는 것
밤을 새우고, 머리가 하얗게 새고, 고통에 울더라고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그게 작가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런데...너무나 쉽게 남의 글을 베끼는 작가들
그런 작가들의 글을 보고 '다 똑같네." 하면서도
허용하고 읽어주는 독자들
그리고 그러거나 말거나, 돈만 된다면 책을 내는 출판사
심지어 표절인 줄 알면서도
그 부분만 바꿔 다시 책을 내고,
책 바꿔주면 되지 않느냐 말하는 출판사..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냥 이대로 놔둬야 합니까?
어차피 여긴 중딩, 고딩 판이니까 별 수 있겠어,
어차피 여긴 익명으로 다 되는 인터넷 판이니까 뭘 못하겠어, 하며
방관하면 되는 것입니까?
누가 좀 알려주십시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래도 되는 겁니까?
작가님들!
독자님들!
출판사님들!
그리고 모든 문피아 회원여러분!
누가 대답 좀 해주세요.
*출판사소식란(출판사:조은세상)으로 가서 댓글을 달아주십시오.
저항해주십시오.
안 된다고 말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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