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님의 [이계공명전]을 어느분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어요.
저는 평소 무협이나 판타지를 음식에 비유하는 것을 즐겨하곤 했는데, 저의 표현력이 약해서 음식에 빗대어 말해야만 그 뜻을 쉽게 전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 무협이나 판타지를 굳이 어떤 한 범주의 음식으로 생각하냐고 누가 물어보신다면, 초등학교 문방구 앞에서 파는 떡볶이나 오뎅, 튀김, 혹은 쫄쫄이 같은 음식이 아닐까해요.
물론 장르소설을 폄하하거나 비하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이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엉뚱하고도 기발한 이야기를 더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또 어쩌면 논리적으로나 과학적으로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쉽게 상상의 나래를 펴고 빠져드는 점이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초등학교 문방구 앞에서 파는 음식을 영양학적으로나 아니면 위생적으로 보면, 어쩌면 영양가도 없고 조미료로 범벅이 된 음식일 지도 모르고, 또 비양심적인 주인이 파는 것이라면 기본적인 위생조차 보장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러나 어린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맛있는데 어쩌란 것이냐!"며 그냥 열광하고 매일 하교길에 무조건 들러야 되는 아주 즐겁고 아드레날린을 엄청 분출시키는 그런 곳이죠. 물론 요즘의 초등학생과는 격이 맞지 않는 곳일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최소한 수십년(?)전 초등학교(그 때는 국민학교)를 다닌 사람에게는 그조차 추억의 한 끄트머리에 있는 정겨운 장소지요. 문방구앞 떡볶이는요.
그런데 나이가 들고 나서부터는, 이런 떡볶이 같은 기호식품에도 조금만 아이디어를 첨가하면 멋드러진 음식이 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죠. 이른바 퓨전이나 크로스오버 같은 것인데, 간단히는 떡볶이에 피자치즈를 올리거나 튀김에 찍어먹는 소스를 외국레스토랑에 나오는 머스타드소스등으로만 바꿔주어도 길거리 떡볶이나 튀김은 그냥 길거리 음식에서 한차례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느낌을 받게 되지요.
장르소설에서도 이렇게 영화나 다른 소설에서 어떤 소재나 클리셰를 따와서 창작하는 경우 쉽게 각광을 받게 되기도 하지만, 이런 것은 어쩌면 너무 쉬운 방법으로 보여서 쉽게 식상해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TV에서 보듯 정말 손맛좋고 장맛(?)좋기로 소문난 가정주부가 주위사람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음식점을 내어, 성공하는 경우를 한번 씩 볼 수가 있는데, 마치 숨어있던 고수가 떡~ 하니 강호에 출도하여 단박에 그 명성을 얻듯이 말이죠.
그리고 이런 경우에 이런 고수나 대가들은 대대로 내려오는 집안의 비전이나 요리비법을 하나씩 가지고 나오거나, 혹은 이런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엄한 시어머니 밑에서 수십년간 수련받았던 정갈하면서도 품격있는 그 솜씨, 손맛 만으로도 같은 음식을 만들면서도 그냥 강호를 평정해버리는 게 다반사에요.
만약 이런 분들이 혹자가 길거리표 불량식품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떡볶이나 튀김을 만든다면 그 맛이 어떨 것 같습니까? 생각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돌게 만들지요.
서론이 엄청 길었습니다. 소월님의 [이계공명전]을 보면서 들었던 그 미묘한 기분을 설명하기 위해서 엄청 돌아왔습니다.
평소에 삼국지와 관련된 소설을 잘 보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삼국지라는 걸출한 소설에 맞게 글을 잘 쓰기도 힘들기도 하거니와 흔히 역사대체의 방향으로 글을 쓰기시작하면 기존의 삼국지가 방해가 되어 용두사미의 글이 되기 쉽다는 것이었어요. 어쩌면 삼국지라는 소재자체가 요리로 치자면 황제에게 진상되어 사흘에 걸쳐 먹어야 했던 만한전석처럼 엄청난 재료와 정성 그리고 노력으로 만들어진 이미 완성된 요리인데, 이런 요리를 끌어다가 떡볶이에 적용하기란 어쩌면 시작부터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죠.
거기에 저처럼 삼국지란 소설자체에 별로 흥미가 없어서 읽어보지 않았던 사람들, 혹은 그저 한번 정도 건성으로 읽어본 분들에게는 그 삼국지의 매력에 쉽게 젖어들기 힘들었다고 생각해요. 그저 지루할 뿐이고 이해불가능(?)하고 어렵기만 한 소설이 되기가 십상이지요.
하지만 [이계공명전]은 그 위험(?)을 시작부터 피해가고 있어 저같은 빙충맞은 독자에게 반갑게 다가설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거기다 작가님의 글솜씨가 대가집 마나님의 음식솜씨마냥 정갈하고 절제되어 그 품격이 느껴지는 것도 반가운 일이구요.
즉, 어설프게 삼국지의 세계관에서 어떻게 그 흐름을 바꿔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삼국지의 소재와 이야기를 새로운 판타지의 세계에 풀어놓고 있습니다. 또한 작가님이 삼국지에 대해 정통하게 잘 알고 계시는 분인 것 같은데, 글의 군데 군데 삼국지에서 차용한 소재나 이야기에 대해 그 연원과 그에 대한 생각을 소소하게 풀어놓고 계셔서 그 또한 다른 즐거움이 되고 있어요.
아직 시작부분이라서 어떻게 결말이 날지는 모르지만 끝까지 좋은 글로 출판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앗.. 그럼 줄거리는요? 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에게는, 서론이 너무 길어서 줄거리를 소개할 엄두가 안난다고 변명아닌 핑계를 댈 뿐입니다.(다 쓰고 봐도 엄청 기네요. ㅠ.ㅠ)
일단 삼국지의 주인공중의 하나인 제갈공명이 판타지세계의 주인공의 의식속에 등장해서 간섭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직접 가셔서 몇편 읽어보시면 금방 파악되실꺼에요. ^^;
좋은 글로 출판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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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어느분의 추천글이 밑에 네임즈님이 쓰셨던 요즘 장안의 화제라고 하는 추천글입니다. ^^
네임즈님 땡큐베리감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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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상세한 줄거리를 알아야겠다고 하시는 분들은 위에 언급한 네임즈님의 추천글을 참조하세요. 내용에 관해서는 네임즈님 추천글보다 잘 쓸 자신이 없고, 괜히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그만 두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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