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지?
그렇다. 나는 김준석.
나는 죽었다.
사인은 간암.
발견한 날 벌써 3기였다.
그 동안 벌었던 돈 다 쏟아 붓고 집 날리고 땅 팔고...
그랬는데도 못 고쳤다.
기왕 죽을 건데 뱃속에 있는 우리 아이 생각해서 재산은 그냥 남겨둘 걸 후회막심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누가 안 낫고 죽을 줄 알았나.
난 분명히 내가 나을 줄 알았다.
이승의 한 같은 건 없다.
예쁜 아내와 결혼도 했고, 하고 싶은 일도 원 없이 했다.
효도도 어느 정도 했고, 자랑은 아니지만, 애인도 있었다.
하지만 무슨 소용이랴.
죽으면 만고 쓸모 없는데.
나는 죽었다.
돈도, 명예도, 사랑도 필요 없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지금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지?
난 분명히 죽었는데.
그때였다.
굵고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나라.’
나는 일어났다. 저승 사자가 눈 앞에 있었다.
‘여기 사인해라.’
사인?
저승 사자가 명부를 내밀었다. 아, 그러고 보니 죽으면 명부에 이름을 적어야 된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나는 서둘러 명부에 사인을 했다.
김 준 석.
저승 사자는 명부와 펜을 챙겨 넣더니 뒤를 돌아 뚜벅뚜벅 걸어갔다.
‘저, 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저승 사자가 대답했다.
‘따라와라. 저승을 안내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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