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아름다운 나라, 조선. 10년 권력을 뒤로 한 채 운현궁으로 물러난 대원군과 다른 나라들의 힘을 이용해 권력을 지키는 중전. 국가를 건 두 사람의 싸움. 그 가운데에서 손과 발이 돼 움직이는 사람들.
오래전 사라진 암살 조직 비화의 일원이었던 박서산은 대원군의 칼이 되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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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이. 우리가 칼을 마주하는 건 처음이군.”
“마주할 일이 없었지.”
“자네는 우리 둘 중에 누가 이길 것이라 생각하나?”
“몰래 상대를 암살하는 것에는 자네를 따르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나, 맞대결한다면 양태정 이외에 두려운 자는 없네.”
박서산이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칼을 뽑았다. 오신달도 허리의 장도를 뽑아 허공에 몇 번 붕붕 휘둘렀다.
서로 노려보던 중 박서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같은 마을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 얼마 남지 않은 동지로서 이리 칼을 겨누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정녕 우리가 이리 적이 되어야 하는가.”
“피를 나눈 형제끼리도, 시아비와 며느리끼리도 칼을 겨누는 세상이네. 하물며 우리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는데, 어찌 적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겠나.”
오신달이 낄낄 소리를 내 웃으며 말했다. 박서산은 대답 없이 오신달과의 거리를 좁혀나갔다.
-‘일몰’ [친척끼리도 칼을 겨누는데 하물며 우리는] 中-
누가 옳다고 말할 수 없는 치열한 권력 쟁투. 시대는 옛 친구들과 술 한 잔 나누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다.
역사소설 일몰 https://blog.munpia.com/tootoo111/novel/40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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