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글을 보고 며칠동안 1부를 독파했네요.
다읽고 추천해야겠다고 생각한 글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열왕기를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은 대체역사소설임에도 그냥 역사소설을 읽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동북아시아 역사 중에서도 가장 격동적이라고 할만한 임진왜란이 끝나고 고작 2년이 지난 시점. 일본에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전국통일을 노리고 있고 요동에서는 여진족의 대칸인 누르하치가 기지개를 펴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조선의 선조가 원래 역사보다 일찍 죽으면서 작가님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소설이 전개됩니다.
현대인의 과학기술 개발이나, 제도개선, 특별한 발명품같은 이벤트 없이 그 시대의 인물과 역사적 상황을 기반으로 글을 이끌어가는게 정말 대단합니다. 광해군이 주인공이라지만 한중일 삼국지를 보는듯한 전개라고 할까요? 일본과 중국의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고 자신의 권력과 야망을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음모를 꾸미며 치열하게 살아가는게 재미있습니다.
솔직히 전 주인공이 무조건 잘되고 먼치킨이고 이런거 좋아합니다. 그러므로 이소설은 제 취향과는 어찌보면 반대입니다. 주인공인 광해군은 진짜 제가봤을때는 너무 안습인 주인공이에요. 왕이 되는것도 정말 간신히 된다고 말할수 밖에 없고, 나라는 7년 전쟁후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서 답이없죠, 양반들은 명에대한 사대가 극에 다다른 시점이고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반역도 서슴없이 할 인물들입니다. 그리고 광해군의 어린 어머니인 인목대비가 적통이라고 할수 있는 영창대군을 낳았기에 왕권이 더욱 위험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남북으로 잘난 효웅들이 기지개를 펴고 있으니 보는 내가 한숨이 절로 나오더군요.
그렇기에.. 이런게 역사고 이런게 현실이구나 싶어서 더욱더 몰입했습니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광해군이 어떻게 난국을 헤쳐나갈지 너무 궁금하더라구요. 광해군이 특별히 천재거나 무력적으로 숨겨진 힘이 있는것도 아니고 지극히 현실적인 타협안들을 늘어놓고 그안에서 정말 몸부림치듯 머리를 굴리며 신하들과 싸우고 북방과 일본의 정보를 모으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하지만 정말 참혹한 전쟁에 짓밟힌 조선이란 나라에 대한 비애도 느껴지고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기득권층에 대해서는 분노마저 들더군요.
이렇듯 소설이 개연성이 넘치다 못해 지극히 현실적이라 통쾌함은 사실 덜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과학기술과 사상과 제도를 강제로 주입하다 시피하여 세상을 바꾸는거 솔직히 아무리 우리나라 최고라도 정말 치트키고 불공평 하잖아요? 이 소설은 인물들이 똑같은 조건으로 동등한 상황에서 단지 주어진 정보로 어떻게 판단하냐에 따라 생사가 갈릴수 있는게 좋습니다. 저는 그 동등함이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제가 광해군 안습이다 어쩐다 하지만 나름 대체역사로서 통쾌함이 없는것도 아니랍니다. 물론 광해군이 단숨에 어려움을 극복하는 일은 없으나, 일단 선조가 일찍 죽었으니 원래 역사의 광해군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고 광해군도 발빠르게 정적들을 처리하거든요. ㅇㅇ
어쨌든 저처럼 암투물, 권력투쟁물, 전쟁물 좋아하시는 분들 '열왕기' 추천드려요. 작가님의 필력과 배경지식도 대단해서 완결까지 무사히 된다면 충분히 수작소리는 들을 소설입니다. 추천글이 참 길기도 긴데, 결론은 꼭 읽어보세요~ ㅎㅎ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bn_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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