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축 늘어진 새를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그러자 두 손으로부터 희미한 빛이 새어나왔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안으로부터 작은 새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소년이 기대에 찬 얼굴로 두 손을 펼쳐보았다. 힘없이 쓰러져있던 새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기가 넘쳤다.
“안녕하세요? 많이 놀라셨죠? 죄송합니다.”
소년은 어눌한 말솜씨로 새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새는 소년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저의 이름은 라파엘입니다. 한 번 불러주시겠어요?”
소년은 명량하고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음, 당신에게도 이름을 붙여드릴게요. 루시엘, 어떠세요? 백 번 하고도 서른네 번째 루시엘. 좋죠?”
새는 그저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때, 새의 행동이 이상해져갔다. 마치 몸서리치듯 온몸을 떨며 쓰러졌다. 마치 발작을 하듯 부르르 떨던 새는 금세 움직임이 없어졌다.
“왜 그러세요! 루시엘!”
라파엘은 몇 번이고 새를 부르며 흔들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새는 움직이지 않았다.
“루시엘······.”
라파엘은 자신의 손 위에서 싸늘하게 식어가는 새를 멍하니 바라보며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라파엘의 표정은 슬픔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참을 보낸 라파엘은 새를 내려놓고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깊숙하게 파헤친 흙 속으로 새를 넣고는 도로 흙을 덮었다.
라파엘은 새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두 눈도 질끈 감았다.
“신이시여, 제 말이 들리시거늘 하루 빨리 다음 루시엘을 보내주세요.”
기도를 마친 라파엘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을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선악과 : 비상 중...>
포탈을 깜빡했네요.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gof&category=4884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