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금강 님이 적으신 논단을 하나 읽고 이렇게 한담을 하네요.
"요즘 판타지는 너무 처참하다."
....라고 말씀하셨더군요.
예.
동감입니다.
처참해도 너무 처참합니다.
(골베 비율만 봐도 압니다.)
그럼, 왜 이렇게 처참할까요?
간단합니다.
판타지를 물로 봅니다.
오크 나오고 오우거 나오고 예쁜 여자 엘프를 그리며 슈퍼 먼치킨만 그리면....
판타지 완성.
뭡니까 이게?
판타지는 말 그대로 환상입니다.
자신의 판타지를 쓰고 싶다면 자신만의 환상을 도입해야 합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판타지를 물로 보고 기존의 틀에 박혀 있는 설정을,
Ctrl + c, Ctrl + v 해서 그대로 가져옵니다.
창작의 고뇌가 전혀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누구나가 그렇게 쓰니까.
그렇게 안 쓰면 안 보니까.
그래요.
여기까진 이해합니다.
시장에 굴복해서 그렇게 쓰는 당신을 나도 이해합니다.
왜냐면 나도 그렇게 쓰니까.
하지만 말이죠.
정말 하지만 말이지요.
이런 분들도 계십니다.
'뒷 이야기는 어떤 식으로 써내려 가야 할까요?'
'제목은 아직 미정입니다.'
...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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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의 시나리오는 짜놓으시고 글을 쓰셔야지요.
고딩이 이계로 소환되고 거기서 대마법사의 힘을 물려 받고 오크 천마리 물리치고 예쁜 여자와 둥가둥가 잘 살면 끝입니까?
주제는요?
감동은요?
뭘 위해서 글을 쓰시는 지요?
대리만족?
스트레스 해소?
나쁘진 않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판타지 작가... 아니 판타지 타자(키보드를 두드리는)들께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게 문제이지요.
몇몇 분들은 이런 장르문학에 굳이 주제를 심어 놓을 필요가 있나? 나만 재밌게 잘 읽고 스트레스 해소만 하면 되지... 라고 생각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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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뻔뻔하게도 장르 시장을 걱정합니까?
(장르 시장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하면 입이 열 개라도 아무말도 하지 못할 테지만 그건 그것 대로 뻔뻔한 것이겠죠.)
이런 가벼운 글들로 엥간히도 장르 문학이 살아나겠습니다?
우리가 덕후 취급을 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덕후=드래곤, 오크, 오우거 나오는 판타지를 읽는 사람.)
소위 말하는 1g의 중량감도 느껴지지 않는 이런 글들 때문이라고는 생각 안 해보십니까?
1.글의 시나리오를 완성한 후에 글을 씁시다.
2.글에 주제를 담읍시다.
1번의 경우엔 필수라고 봅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초보입니다.
사건을 연결짓고, 이 상황에선 이렇게 하고 저 상황에선 저렇게 반전을 주고…… 이런 것이 익숙치 않습니다.
이런 우리가 시나리오도 짜놓지 않고 감히 키보드를 두드립니까?
유명 작가분들도 이러시지 않는데?
(그 분들은 오히려 몇 달 간의 창작과정을 가지시지요.)
따라서 글의 시나리오를 완성시키고 글을 쓰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초보자가 어물쩡하게 사건을 진행 시키면 그만큼 재미없는 것도 없지요. 문장력도 안 되는데 사건 진행도 개판이다.
……누구도 안 봅니다.
시나리오를 쓰다보면 여기저기 복선을 깔게되고 인물 설정도 조심스러워 집니다. 글을 막 써나가는 것보다 훨씬 글의 질을 향상시켜 주지요.
양질에 좀 더 가까워 진다. 라고 할 수 있겠군요.
2번.
글에 있어서 주제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주제가 없는 글은 마치, 골 빈 머리 이지요.
기본적인 주제는 꼭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한 남자의 행복이라든지, 한 여자의 실연의 아픔이라든지, 7살 꼬마 아이의 여자 문제라든지.
뭐든 좋습니다.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를 어떤 사건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이것을 정하고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제가 무협은 아예 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판타지는 상황이 정말 좋지 않습니다.
자연란에서 아무글이나 클릭해보면 어처구니가 없어서,
'뭔데 이게?'
..하는 글들이 정말 많습니다.
저 또한 '뭔데 이게?' 라는 글을 썼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글을 남깁니다.
판타지를 너무 가볍고 쉽게 여기지 마시고, 충분한 주제와 시나리오로 판타지를 써주셨으면 합니다.
이상, 문피아를 일주일만에 들어왔다가 약 30분간 접속하고 나가는 보잘 것 하나 없는 문피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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