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우리도 같이 가죠. 말해주지 않겠다면....."
"권야."
번개가 친 듯 충격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밤꾀꼬리가 운다. 그러나 그것의 희미한 울음소리도 피안의 목소리는 지우지 못한다. 나는, 마침내 현실을 인정했다. 피안은, 아니지. 해모로는 나의 '이름'을 불렀다. 기파랑이 아니라 권야를. 속에서 차가운 것이 끓어올랐다. 얼음물이 차오른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차가운 노란 눈. 그는 지금, 단연제를 요청한 것이다. 나는 씹어먹듯이 이를 드득 갈며 천천히 말했다.
".....나는, 푸른 밤 최후의 길손, 광휘 없는 심해의 가장 시린 먹물. 권야."
그는 평온하지만 어딘가 가슴을 찌르는 듯한 울림을 지닌 목소리로 화답했다.
"나는 저승의 새벽을 지키는 자, 해를 삼키고 달을 낳는 먹구름, ....달난. 우리들의 인연은 이것으로 끝났으며 나는 그대에게, 그대는 나에게 그 어떤 것도 물어 볼 자유가 없소."
해모로가 아니었다. 그는 달난이었다. 그러나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끝이다.
"....또한 이제부터 우리는,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도 남이며, 서로의 일에 간섭할 수 없소. 우리가 서로를, 죽인다 하더라도 죄가 되지 않으며 또한 지금부터 그대와 나는 서로를 사람이라 부르지 않소. 우리 둘은 서로에게, 세상의 유일한 짐승이오. 그대는 나의 사냥감, 나는 그대의 사냥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 마리의 짐승으로서 나는 그대의 영역을 인정하고 떠나겠소. 나를 쫓아온다면 그것은 나에 대한 도전, 흔쾌히 받아들여 그대를 죽이겠소."
나는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해모로는....아니, 달난은 고개를 무심히 끄덕이고 몸을 돌렸다. 하얀 등이 어둠 속에서 빛났다.
나는 온몸에 힘이 빠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제 그와 나는 만날 수 없다. 만나면 남는 것은 죽음에 이르는 싸움일 뿐. 그리고 난 안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되겠지. 그는 강하니까.
한 명의 각린과 하얀 등불이 멀어졌다. 나는 누웠다. 그리고 꿈 하나 없이 잤다.
-3 승냥아비로서, 각린으로서 - 4의 일부
추천글을 클릭하자마자 나타난 글이 당황스러우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저는 이것을 읽자마자 바로 추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에 있는 글을 보고 있으면 이해 못할 부분이 많으실 거에요. 승냥아비라던지, 각린이라던지, 그 밖의 상황과 말들 말입니다. 궁금하신가요? 읽어보세요. 재미를 장담합니다. 이따금씩 터지는 웃음과 상황을 가릴 줄 아는 진지함들... 정말 재미있는 글입니다. 이 소설이 왜 이렇게 글 하나에 댓글 10개를 못 넘기는지 모르겠어요. 충분히 고정 독자를 확보할만한 글인데도 말입니다. 사실 분량을 다 읽지도 않은 주제에 이러는 저도 좀 웃기지만 말이에요.
이 글은 아래 홍보글에서 작가님이 말하셨듯이 J. R. R. 톨킨씨의 세계관을 벗어나고자 한 세계관을 가진 글입니다. 뭔가 동양적인 미가 있고, 자주는 아니더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순우리말이 그것을 더욱 돋보이게 해요. 딱히 걸리는 것 없이 부드럽게 읽히는 소설입니다. 참... 좋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네요.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았으면서 정작 줄거리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지 않았네요. 줄거리는 간단하게 축약해서 이러합니다. 두 배달부가 목적지를 잃은 소포인 사슴아이를 돌려보내기 위해 해가 지는 마을에서 이대륙까지 동쪽으로 태양의 길을 거슬러 가는 이야기에요.
...음, 잠시 딴짓을 하고 오니 뭔가 진지한 분위기에 손발이 오그라드는군요(다시 보니 그건 아닌데, 이거 쓸 당시에는 진짜 진지하게 써섴ㅋㅋㅋ). 이글 재밌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적당한 진지함에, 빵 터지는 개그들, 다 좋아요. 보러갑시다! 택배왔습니다로 갑니다!
p.s ...그, 근데 이거 진짜 스포일러인가?
p.s2 제가 추천글을 잘 안써서... 어색해도 이해바랍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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