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외국인이 쓴 문장을 전문가가 융통성있게 잘 다듬어 번역하였다면 그것은 마치 한국인이 쓴 듯한 새로운 국어 문장이 되는 것이지 따로 번역체라고 지칭하진 않지요.
하지만 어떠한 외국인이 쓴 문장을 비전문가가 번역하였다면 문법상 틀리기도 하고 우리나라 사람이 보기에 어딘가 어색한 표현이 되어버리겠지요. 이런 것을 통칭하여 번역체라고 하는 것 같은데요. 문제는 안타깝게도 이러한 번역체를 표현의 한 방식이나 일부분으로 보는 분들이 꽤 많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소설과 일본의 만화책은 작품성이 아닌 글로써만 볼 때 수준의 차이가 큽니다.
먼저, 국내에 출판된 일본의 소설들의 대부분은 글의 깊이도 깊이지만 번역된 대사와 문맥의 흐름이 참 자연스럽습니다.
그와 반대로 일본 만화의 대사들은 일본 소설 속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이상한 문맥, 이상한 의성어, 비현실적이고 오글거리는 표현들을 찾기가 쉽습니다. 그렇게 재미를 살린 것도 특징이지만요.
이런 만화에서나 나온 대사 하나하나의 어법을 문장화시켜 자신의 소설로 차용하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문체를 가꾸고 싶다고 싶다면 왜 굳이 소설이 아닌 만화를 통해서여야만 하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저는 일본에 관해 좀 부정적인 사람이지만 아사다 지로나 무라카미 하루키 이 두 작가들은 독자로써 좋아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엔 만화와 마찬가지로 일본식 문화나 정서가 당연히 담겨있지만 그들의 문체와 단어의 배합들 속에서는 만화에서나 볼 수있었던 어색한 표현은 없었습니다. 여러 언어로 번역되더라도 같은 느낌과 감동을 줄 것 같은 섬세한 기술만 있을 뿐입니다.
좋게 말해 번역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만화를 통해 습작을 한 결과물이 되는 것은 아닐지. 마찬가지로 미소녀며 츤데레며 만화스러운 캐릭터들과 만화스러운 소재들이 장르소설의 일부분이 된 지금의 익숙한 풍경은 또 얼마나 창조적이지 못한 풍경인지......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번역체 안쓰면 문제가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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