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느냐?]
한참 후, 그가 그에게 조용한 어조로 물었다. 란아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란아의 표정이 그에 대한 대답을 하고 있었다.
란아의 눈에서 다시금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려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선택권을 주마. 지금 지옥에 떨어져 모든 업을 씻고 이번 생보다 훨씬 유복한 집에 태어나겠느냐 아니면 지옥을 거치지 않고 이번 생과 비슷한 환경에서 강하게 일어날 것이냐. 허나 이럴 경우엔 넌 이번 생의 죄업을 후생에 다 짊어져야 하기 때문에 힘들 것이다.]
란아는 갈등했다.
하지만 그 갈등 또한 길지 않았다.
후회하지 않겠다는 건, 그 후회했던 일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시 환생한다면… 또 이번 생의 죄업을 모두 잊은 채 다시 쓰레기에서 쓰레기처럼 살 것 같아요…."
[…….]
란아는 멍한 눈으로 그를 보며 말을 이었다.
"후자를 택하겠습니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기억이 필요해요…. 다람쥐 쳇바퀴 돌듯 그런 삶을 살기는 싫어요. 하지만… 출발이 똑같아야 합니다. 그래야 후회하지 않으니까…. 이번 생의 죄업을 그 곳에서 모두 지더라도… 아무 것도 모른 채 멍청히 사는 건 싫어…. 솔직히… 지금 지옥에 가는 것도 무섭습니다…. 그치만 지옥에 가면 계속 후회만 할 거잖아요! 벌을 받는 동안 내내 후회만 할 거잖아요!"
- [본문 프롤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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