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자, 촬영 들어갑니다.

작성자
Personacon 큰불
작성
10.02.06 17:10
조회
2,204

“어? 뭐라고, 이 자식아?”

감독의 사인에 반쯤 남은 술잔을 탁자에 거칠게 내려친 애쉬가 눈을 부라린다. 붉은 기운이 한껏 올라와 있다. 취했다. 그를 비추고 있는 화면이 떨린다. 촬영자가 뒷걸음 치고 있는 건지 애쉬의 모습이 멀어진다. 그에 분개한 남자가 벌떡 일어났다. 머리엔 붉은색 두건을 질끈 동여매고 있다.

“여태 그렇게 굴리고 이젠 강제로 사생결단을 찍어 놓고 한다는 게 또 촬영이라고? 쉴 시간도 안 주냐, 감독 놈아!”

그러더니 술잔을 들어 남은 걸 벌컥 마신다. 그러더니 빈 잔을 집어던졌다. 와장창 소리와 함께 유리파편이 바닥에 널브러진다.

화면이 급하게 옆의 다인에게 향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자연의 싱그러움이 한 가득! 체리에이드’를 마시고 있다. 말릴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그 무릎 위에 검은 고양이 하나가 몸을 웅크리고 흥미진진하다는 시선을 보내온다.

화면 뒤편에서 도움을 청하는 음성이 들렸다. 그에 검은 머리의 청년이 빙긋 웃는다.

“광고는 저번의 실패작으로 충분합니다. 이번엔 좀 맞으셔도 될 것 같은데요. 리메이크 한답시고 반년이나 잠수를 했었으니, 이 기회에 무력에 의한 갱생이란 걸 체험해 보시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친절하게 거절하는 청년에게서 화면이 급격히 흔들리며 움직였다. 카메라를 향해 달려드는 장신의 남자 애쉬가 보인다.

“너도 죽어봐라!”

화면으로 커다란 주먹이 확대된다. 화면에 보이는 영상이 어지럽게 회전한다. 어디선가 가쁜 호흡이 들려왔다. 매우 가깝게 느껴진다. 곧 화면이동이 멈추더니 안정 되게 영상이 흘러나온다. 어느새 멀찍이 떨어진 애쉬가 애꿎은 의자를 일격에 박살내곤 씩씩거리고 있다.

“그럼 이것도 피해봐라?”

살기충천하여 흉악하게 얼굴을 일그러트린 것이 클로즈업 된다. 손목에서 비수 하나를 꺼내 들더니 던지려고 자세를 잡는다. 그의 실력이라면 일수에 카메라와 촬영자를 꿰뚫는다. 사내가 비수를 뿌리려는 순간 뒤에서 구경하던 다인이 음료가 든 잔으로 머리를 내려쳤다.

유리가 깨져나가고, 밝은 적색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게 흡사 피를 흘리는 것 같다. 애쉬가 ‘어어?’ 하더니 기우뚱 무너진다. 바닥에 쓰러져서 미동도 않는다.

“술이 과했습니다, 애쉬.”

쓰러진 동료에게 들리지도 않을 말을 건네고는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화면이 다소 흔들리며 다인에게 다가간다.

“홍보 영상 따위 안 찍어요. 저번에 해준 걸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무섭게 노려보며 말하더니 종업원에게 ‘같은 걸로 부탁드립니다.’라고 친절히 말한다. 촬영자가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 말에 솔깃했는지 다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화면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그럼 제가 촬영 할 테니 감독이 홍보하시죠. 그게 좋겠군요.”

그러더니 화면을 향해 손을 뻗는다. 힘겨루기라도 하는지 잠시 화면이 떨리더니 180도 전환 된다. 방금 전까지 촬영하던 것으로 보이는 남자가 화급히 얼굴을 가린다.

“아, 찍지 마! 초상권 침해야, 이건!”

“그럼 그러고 소개하시죠.”

둘 사이에 짧은 침묵이 스친다. 망설이는 건지 안절부절 못하던 감독이 여전히 얼굴을 가린 채로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에, 음……. 바, 반갑습니다. 죽음의 전선 기획, 대본, 촬영, 연출 모두를 맡고 있는 큰불이라고 합니다. 이 작품은 나름대로 야심작으로서 리메이크 이전과는 초반부터 아예 다른 전개로 봤던 분들의 흥미가 반감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물의 추가로 주인공이 바뀐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을 수 있지만, 주인공은 그대롭니다. 에, 그리고 또……더 할 말이 있나?”

멍청하게 되묻자 다인의 짜증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걸 말하면 되잖습니까!”

“아, 그랬지. 그러니까 앞으로 일어날 애쉬의 고민, 암영의 정체, 다인의 스토킹과 그런 스토커를 스토킹하는 여인의 등장, 출생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무슨 출생의 비밀이야, 아침 드라마냐!”

“아, 원래 막장이 잘 팔리…….”

그 순간 화면이 급속도로 감독의 얼굴을 클로즈업 한다. 아니, 화면이 감독에게 가까워졌다. 그리고 이어진 충돌.

와장창!

뭔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비명이 들려온다. 화면은 시커멓게 변하더니 치지직 노이즈를 일으키며 쉼 없이 점멸하는 무수한 흑색과 백색의 입자로 가득 찼다.

불규칙하게 움직이던 흑백의 입자들이 잠시 뒤 어떤 규칙을 따르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곧 흑백으로 점멸하는 소용돌이가 되어 버리더니 묘한 입체감을 띤다. 그 소용돌이의 끝에서 아마도 출구로 짐작 되는 백색 원이 보인다.

들여다본다/채널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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