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과 지지난 시간엔 아이템의 구성 요소인 큐브와 쉘에 대해서 알아봤구요. 이번 시간에 기초사법 8단계에 대해 알아보겠숩니다.
이건 귀찮으니 본문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봅니다^^
살을 먹이지 않은 활을 편히 들고, 20여 장 떨어진 곳에 우뚝 선 소나무 가지 끝으로 가만히 시선을 옮겨 갔다.
선찰지형(先察地形).
살이 과녁에 닿기까지 거치적거리는 장해물은 없는가.
지형을 살핌에 있어 흐린 눈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니, 한무혁은 최대한 흐트러진 정신을 다잡으려 노력했다.
그동안 눈을 뜨되 제대로 사물을 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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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없는 눈을 다시 뜨는 일이다.
그건 곧 시들어가는 꽃에 물과 거름을 주는 일과 같았다.
이 경우 물과 거름은 다름 아닌 의지였다.
흐렸던 그의 눈이 찰나 그의 의지를 받아들여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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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관풍세(後觀風勢).
바람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감각으로 느낀다.
다행이 바람은 약했다. 온몸이 약동해 그 느낌을 전해주었다.
그렇다면 자세를 잡는다.
먼저 다리.
왼발을 과녁의 오른쪽에 두어 비정(非丁)을 이루고, 사선으로 뒤로 뺀 오른발과 앞선 왼발이 팔(八) 자가 되지 않게 한다.
비정비팔의 자세로 하체를 세운 한무혁은 가슴에 힘을 빼고 하단전에 숨을 불어 넣으며 치켜든 활을, 시위를 당겼다.
‘심법(心法)을 익혔더라면 흉허복실(胸虛腹實)의 단계를 보다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었을 텐데.’
시위를 당기는 것을 제외한다면 흉허복실의 단계는 심법의 운기 과정과 상당히 유사한 측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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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추태산(前推泰山)과 후악호미(後握虎尾)는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아니, 흉허복실의 단계부터는 아예 쉴 틈이 없었다.
이를 테면 밀고 당김이다.
활을 쥔 왼손으론 활을 밀고, 시위를 당기는 오른손은 계속 시위를 당겨야 했다. 결코 나뉠 수 있는 과정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왼손이 줌손, 오른손이 깍지손. 줌손은 태산을 밀듯이, 깍지손은 호랑이 꼬리를 잡아채듯이.’
손으로 밀어봐야 꿈쩍도 하지 않을 태산을 밀고, 자칫 잘못 잡아 당겼다간 횡액을 면치 못할 호랑이의 꼬리를 잡아당기라는 말은 결국 가진 전부를 불어넣으라는 뜻이었다.
비로소 활이 활짝 펼쳐졌다.
이게 만작(滿酌)이다, 만작.
한껏 부푼 활의 생김이 넘치기 직전까지 따른 술잔 속의 술의 그것과 참 많이도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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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쏜다. 아니, 낸다.’
후악호미의 마지막 과정은 시위를 놓는 것이다. 시위에서 깍지손을 떼어내는 것이다. 깍지손을 떼어냄으로써 버팀목을 잃은 화살은 절로 앞으로 나아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화살은 쏘는 것이 아니라 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뭐라고 해야 할까?
화살을 쏘기 위해 활을 당긴 것이 아니라, 활을 당기다 보면 자연스레 화살이 나아간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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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한무혁은 시위에서 손을 떼어냈다.
휘리릭!
빈 시위가 바람을 가르며 날카로운 소음을 자아냈다.
“크윽!”
그와 동시에 섬뜩한 통증이 오른손을 파고들었다.
마치 예리한 칼날에 베인 것처럼 엄지에 피가 묻어났다.
피만 나지 않았지 검지와 중지 역시 쓰라리긴 매한가지였다.
아무래도 시위를 놓는 순간 발생한 마찰력에 상처를 입은 모양이다. 그로 인해 살을 쏘아 맞지 않으면, 남을 탓하지 말고 자신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먼저 살펴보라는 발이부중(發而不中)과 반구제기(反求諸己)의 과정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워낙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받은 고통인지라 한무혁으로서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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