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무엇으로 저자의 신분을 보장한다는 것이오?”
“이 아이는 내 사제에요!”
“……!”
한영령의 말에 그들의 얼굴이 일순 일그러졌다.
특히 설향과 알고 지내던 사람들은 마치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그 아미파가… 그 아미파였구나……. 그런 줄도 모르고…….’
반호는 단번에 자신이 그동안 착각했음을 이해했지만 남대성은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저……. 가지마…….”
한영령은 순간,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다. 설향이 잠꼬대로 자신들을 찾을 정도로 외로워했단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 아무대도 안가.”
한영령이 작게 속삭이면서 그를 품에 꼭 안았다.
여인은 맞은편에서 힘없이 걸어오고 있는 설향을 보고 묘하게 눈을 빛냈다.
“…….”
설향은 잠시 여인과 눈이 마주쳤으나 곧 그대로 지나쳤다.
그 순간, 여인의 입가가 살짝 올라가며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설향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남대성에 대한 일로 꽉 차 있었던 것이다.
“왜 그래? 영영.”
“아니야.”
그렇게 대답하면서 뒤를 돌아보는 여인은 예전에 설향과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던 당문의 당영영이었다.
“멍청한 놈! 그따위 오만한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느냐? 강호에 구대문파나 팔대세가만 있는 줄 아느냐? 강호에는 알려지지 않은 기인이사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명문가 출신이 아니라고 얕보다가는 단칼에 목이 날아간단 말이다.”
“하, 하지만…….”
“아직도 못 알아듣느냐? 무공이 천하제일이라는 일도무적만 해도 어느 문파 출신이더냐? 그가 어느 명문가 출신이더냐?”
마항달은 놀라움으로 인해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자신의 손에 있는 부러진 검을 내려다보다가 검집에 집어넣고 설향을 똑바로 바라봤다.
“무슨 검법이냐?”
“감각검법입니다.”
“초식을 이미 벗어났느냐?”
마항달의 말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설향을 바라봤다.
그것을 보는 빙소소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여태까지 그 어떤 동물도 호야 앞에서는 몸을 사렸다. 심지어 호야보다 훨씬 크고 포악한 북해의 흰곰조차도 호야한테는 덤벼들지 못했었다. 그런데 겨우 손바닥만 한 고양이가 전혀 위축됨 없이 마치 한판 붙어보자는 듯이 위협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호야였다. 혈묘를 쳐다보지도 않고 무시하면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조그만 혈묘가 자신에게 덤비려는 것이 가소로웠던 것이다.
그때였다.
“키이이익!”
혈묘가 자존심이 상했던지 호야에게 덤벼들어 코를 할퀴어버렸다. 호야는 불의에 기습을 당하자 벌떡 일어나며 크게 울부짖었다.
“크허어어엉!”
그 엄청난 소리에 객잔 안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서 먹던 것을 모두 뱉어냈다. 가까이 있던 설향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바보야! 그런 기본적인 것들은 미리 배워놔야지!”
“바보는……. 사자……. 못 배운 건 우리 탓…….”
사마화지의 말에 한영령이 소강연을 나무라면서 말했다.
“사마 사매의 말이 맞아. 우리가 잘 가르치지 못한 탓이야. 사제. 다른 문파와 비무를 할 때는 사문과 자신의 이름을 대면서 먼저 인사를 해야 하는 거야.”
“으응.”
설향이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합장을 하려는데 손에 검을 쥐고 있어 불편했다. 이에 다시 검을 집어넣고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며 예를 갖추었다.
“아미파의 설향.”
“잘 부탁드린다고 해야지.”
한영령의 말에 설향이 검을 뽑으려다가 다시 합장을 하고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아미파의 설향. 잘 부탁드립니다.”
‘훗! 귀여워.’
고한연은 그런 설향을 보고 귀여워서 어떻게 하지 못하겠다는 눈이었다.
그녀도 설마 설향이 이렇게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너무나 급한 상황이라서 힘 조절을 하지 못하고 힘껏 후려쳤던 것이다. 이에 적어도 이삼 일간은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라 여겼건만 설향은 그녀의 예상과 달리 이를 악물고 당당히 일어섰다. 정말 칭찬해주고 싶은 정신력이었다.
“훗!”
팽화란이 미소를 지으며 앞쪽에 떨어진 도를 주워들어 어깨에 올렸다. 그리고는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소리쳤다.
“좋은 근성이다. 나 칠대 대장 팽화란은 네가 만들려는 새로운 정무대를 인정한다!”
“…….”
팽화란의 뜻하지 않은 선언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깨고 제일 먼저 소리친 것은 무생이었다.
“우오옷! 해냈어! 설향!”
무생이 설향에게 달려가자 설향의 사저들도 기쁜 얼굴을 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풍백입니다.
설향 3권이 1월 5일에 나옵니다.
이번에도 열심히 썼으니까 재미가 있을 겁니다. ^^
많이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정규연재란에 [선악경계]를 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지금 설향을 쓰고 있는데다 이사준비를 하느라 바빠서 규칙적인 연재는 못하고 있지만 조만간 성실연재를 할 생각입니다.
현재 5편정도 글을 올려놓았습니다.
꼭 오셔서 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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