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판타지라는 장르를 알게 된 것은 게임 덕이었습니다. 파랜드 택틱스 2와 포가튼사가로 시작했지요. 양판소 하렘의 필수요소라는 엘프를 여기서 처음 알았습니다.
처음 읽은 장르 소설은 중학교 친구가 읽던 가즈나이트였습니다. 그걸로 시작해서 카르세아린을 읽었고 드래곤 라자를 읽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닥치는대로 읽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읽었던 것은 라이니시스 전기와 드래곤 남매였던가. 그때부터는 이영도 작가 작품 말고는 거의 읽은 게 없습니다. 눈물을 마시는 새는 침대 머리맡에 두고 살 정도지만. 아, 투니버스에서 방영하는 로도스도전기를 보고 열렬한 팬이 된 것도 있군요.
2003년, 고딩 때 파이오니어라는 소설을 읽고 아무런 대책도 준비도 없이 조아라에 뛰어들어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계간연재, 연간연재 수준으로 연재 속도가 극악으로 떨어졌습니다만 어쨌든 2009년 12월 현재까지 대략 160화 3,000kb 정도를 연재 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망작이라 평하고 있습니다. 아니, 쓰레기죠. 사실. 기본도 모르고 쓰던 때니.
현재는 라이트노벨에 손을 대보라는 조언들 때문에 이것저것 읽어보고 있습니다.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늑대와 향신료, 집 지키는 반시, 사후편지, 영건 카르나발, 인류는 쇠퇴했습니다 등. 하지만 뭐랄까, 이해는 못하고 있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짧게 축약하겠습니다.
글을 못 쓰겠습니다.OTL
1. 라이트노벨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라이트노벨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권 안에 기승전결이 나야 한다. 모에 - 대체 어쩌라고? - 를 알아야 한다. 현실보다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세계를 묘사하는 경향이 강하다. 젋은 층이 수요층이며 안 팔리면 1권에서 쫑 난다. 옙, 이 이상은 모르겠습니다. 짧은 지식으로 뒤져봐도 '라이트노벨은 명확한 정의가 없다'고 하니 정의는 물론이요 그 성향도 알 리가 없습니다. 원.
2. 아는 것이 없습니다. 밀리터리와 서양중세사에 미쳤던 본인이 갑자기 현대를 배경으로 한 회색도시의 이능배틀물을 쓸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밀리터리도 나름 파고 들었고, 서양중세사라면 도서관에서 수십 권을 쌓아놓고 탐독하며 어떤 책이 좋고, 어떤 책이 잘못되었으며,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것은 무엇인가 분석하며 시간을 적잖이 투자했습니다만. 이걸 갖고 '대세'이자 '보통'인 현대 서울 이능배틀물 라이트노벨을 쓰라는 건 말 그대로 무리. 뭣보다 본인은 서울의 어디가 뭐하는 동네인지도 모르는 대구 토박이입니다.
3. 환상세계가 아닌 현대물을 구상해본 적이 없습니다. 서양중세 모델 판타지가 아닌 SF나 빅토리아 시대나 스팀펑크를 모델로 한 것도 있습니다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환상세계의 기초일 뿐. 대한민국 어디를 무대로 하는 학생라이프 또는 미소녀깽판물은 도저히 상상이 안 갑니다. 아예 풀메탈패닉을 대놓고 카피하자는 계획까지 세웠습니다만 시도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
4. 완결작이 없습니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연재하는 그 망작은 애초에 기승전결이고 나발이고 없습니다. 그냥 죽고 죽이고 푹찍푹찍하는 것이 최고였죠. 옙, 양판. 그나마도 완결은 요원합니다. 몇 안 되는 애독자들에겐 슬프면서도 기쁘게도. 결국 단편 연습에 들어갔습니다만 성과가 없습니다. 언제나 환상세계 혹은 억지로 짜보는 도시이능배틀물의 설정들은 스케일이 커지고 설명이 많아지게 됩니다. 단편으로 소화가 안 됩니다.
다행히 올해는 이곳 문피아에서 다른 작품으로 그 대망의 '완결'을 1권이나마 하나 생애 처음으로 내봤습니다만, 이건 라이트노벨이라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중세를 모델로 한 세계관에 주인공이 50대 노인이면 말 다했죠. 그게 라노베로 팔릴 리가. 구성도 문제였습니다. 어떤 캐릭터는 제 역할을 못하고 비중이 확 죽어버렸고, 긴장과 그 완화를 조절 못하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나름 준비했다고 생각한 부분이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주인공의 별칭이 '미친 빌'인데 안 미친 것 같아요."라니.
5. 롤 모델을 지나치게 높게 잡은 것 같습니다. 진이 다 했어요. 말라 붙은 것 같습니다. 이게 결정적입니다. 지금 60일 가까이 글을 한 글자도 못 적고 있습니다. 조아라 잡글이라도 6년 넘게 써왔는데.
아무나 좋으니 조언 좀 바랍니다. 요즘은 뭘 해야겠다는 생각 자체도 안 듭니다. 어떤 문제에 조언을 바란다는 말을 하기도 힘듭니다. 땡볕여름 망망대해에 표류하는 기분입니다.
좀 살려주십쇼.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