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19세기 초, 자유와 혁명의 깃발이 휘몰아치는 유럽 대륙을 토대로 전 세계를 누비는 영국 해군 사관 호레이쇼 혼블로워를 주인공으로 하는 해양소설입니다. 요즘 연재되는 소설들 중 비슷한 작품을 굳이 고르라면 졸리로저와 비슷하겠군요. 또는 아시는 분은 아실 명작 '테메레르'와 시대 설정이 동일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슷하다는 거지, 이 소설은 너무나 현실과 동일해서 한 번 전투가 일어나면 주인공을 제외한 조연급 사관들이 떼거지로 쓰러져나가고 주인공은 매번 배에 오르기 전에 자신의 청빈함(?) 때문에 두통에 시달립니다. 참으로 현실적이지요.;;
주인공은 별볼일 없는 영국 해군의 최말단 사관후보생으로부터 군생활을 시작하여 슬루프함 함장, 프리깃함 함장, 전열함 함장을 거쳐 마침내 제독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됩니다. 그만큼 시간 설정이 광범위하며, 여타 양판소나 판타지 소설처럼 영생을 누리거나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건강무쌍한 몸을 가지지 못하고, 주인공은 하루 하루 늘어가는 뱃살과 뒤로 밀려나가는 앞머리의 압박에 허우적대고 맙니다. 뱃살이 늘어나는 것때문에 배 안의 몇 십미터도 안되는 공간을 몇 번 걷는 것을 '산책'이라고 표현하는 함장의 모습에 몇 번이고 실소를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지요. 그리고 몇 개월동안 바다에 있느라 부식이 다 떨어져서 선원수가 300명에 달하는 프리깃의 함장임에도 딱딱한 비스킷에 썩어가는 버터를 발라먹고 커피 비스므리하게 흉내를 낸 차를 마시며 한숨 짓는 모습이란......ㄱ-;
이런 모습도 있는 반면에, 마누라와 자식을 얻어 한 가정을 꾸리는 현실적인 모습도 보여줍니다. 다만 히로인은 아니에요. 히로인이라고 불러줄 매우 중요한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어 책 속에서조차 '현.시.창'이라는 절대언어를 떠올리게 해줍니다. 하지만 뱃살이 나오고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한 37살 아저씨인 주제에 27살짜리 귀족부인과 남미 바다에서의 로맨스를 즐기는 모습도 보여주지요. 이걸 보면서 손발이 오그라들 뻔했다는......
책방에서 구할 생각은 왠만하면 안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절대로 없을 테니까요. 다만 군대에 계시거나 군대에 가실 분들은 군 진중문고에 혼블로워 1권 해군 사관후보생이 포함되어 있으니 한 번 맛을 보시는 게 좋을 겁니다. 사서 볼 수 밖에 다른 선택권이 없으니 1~2권씩 꾸준히 사들이는 식으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상입니다.
PS. 물론 이 소설을 보는 것은 해양소설에 관심이 있는 경우에 한 합니다. 슬루프가 뭐고, 프리깃이 뭐고, 전열함이 뭔지, 케이프 혼이 뭔지, 칼로네이드가 뭔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설명이 매우 충실하게 되어 있다고 해도, 좀 가혹한 일이 될테니까요.
PS2. 아차차 까먹을뻔했습니다. 이 소설은 총 10권으로 완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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