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무협-구무협, 신무협 등-과 차이를 보이는 새로운 유형이 있습니다. 그게 시하님의 무협인데, 굳이 이름 붙이자면 "순수무협"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왜 그렇게 이름을 붙였냐면, 시하님의 글쓰기가 참으로 순수문학의 그것과 일맥이 닿아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무협의 글쓰기는 서술과, 묘사의 서사성을 강조하느라 글 자체의 아름다움을 놓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긴박감을 강조하고 내용파악을 쉽게 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사실 그 방법을 모르거나 잘 할 능력, 혹은 노력이 모자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렇게 표현하는 것외의 다른 것을 간과했을지도 모릅니다.
시하님의 "여명지검" 중 다음 표현을 눈여겨 보시면 얼마나 기존 다른 작가들의 표현방법과 차이가 나는지 바로 아실 수 있습니다.
샛별이 동쪽에서 타는 듯 밝았고 여명은 멀리서부터 소리없는 말발굽이 되어 달려오는 중이였다.
빛이 달려온다.
영사는 탑위에 있는 자기 그림자가 길게 땅으로 드리워지는 것을 좋아했다. 어쩌면 그림자를 드리우는 빛을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누군가가 자기의 커다란 그림자를 본다면 참 근사하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을 때, 영사는 지그시 눈을 감고 말했다.
"빛과 향은 내게 머물라."
아! 밤 사이에 가라앉아있던 꽃향기의 비산이 그 말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런 글쓰기라니. 무협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표현법입니다. (심지어 문단에서 전각으로 한칸 띄는 것 마저도 좋아보일정도입니다.) 각종 수사적 장치를 사용하면서도 그게 비릿함 없이 참으로 담백하게 다가 옵니다. 기존 무협에서 본적 있을까요? 정말 저는 기억에 없습니다.
'나도 비유법좀 쓸 수 있어'하는 식의 글들은 종종 봤지만, 시하님처럼 글 곳곳에 굳이 비유법이나 그런 수사적 표현이 아니더라도 "생생한 날 것"처럼 다가오게 글을 쓰는 무협 작가는 결단코 없었습니다.
그럼 무협으로서는 어떤가?
재미있습니다. 정말로 재미있습니다.
여명지검 뿐 아니라 다른 글들에서도 그렇지만, 표현의 방법 뿐 아니라 소재를 풀어내는 참신성은 정말 신선하고도 뛰어납니다. 여명지검에서의 심장에서부터 피어나오는 징벌장과 광대극단, 무제본기에서의 말단 병사와 삼황오제의 신화는 신선합니다.
여러 이러한 소재들을 풀어내는 그 글 속에서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내는 시하님의 글쓰기는 독자로 하여금 글을 놓지 못하게 말들죠.
잡설이 길었습니다만, 시하님의 글들은 판타지판의 작가님들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을-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얼음나무숲의 임팩트를 뛰어넘을 수도 있었다고 봅니다. 단지 무협이라는 틀이 시하님의 글을 여상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일 뿐입니다.
만일 시하님의 글을 보고 일종의 충격을 받지 않은 작가님들이 계신다면, 과연 글쓰기에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해 보셨습니까 하고 반문하고 싶을 정도입니다.(물론 시하님의 글쓰기가 정답이니 따라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시하님의 글은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쉽게 쓰여진 것도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하님의 재미있고도 아름다운 작품들은 반드시 읽어 보시기 바란 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하님의 글- 무제본기, 여명지검, 윤극사본기 이 세편이 문피아 카테고리에 있습니다.
그중 무제본기는 출판되었다가 여러 굴곡을 격었고, 여명지검은 순조롭게(?) 출판본이 나왔고, 윤극사본기는 지금 연재되고 있습니다.
참고하시고, 좋은 글은 놓치지 마시길 당부드리며 이 글을 올립니다.
Comment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