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불태울 것만 같았던 새빨간 노을이 지고, 하늘은 마침내 황혼을 맞이하여 어둠을 밝히는 자비로운 달과 마주한다.
새하얀 만월 아래, 거대한 한 마리의 늑대가, 펜릴이 울부짖는다.
"어헝헝, 글이 묻혀가고 있어!!!!!"
현준은 무서운 속도로 악력기를 쥐었다풀었다 하는 행위를 반복하며 어두운 방 안을 유일하게 비추고 있는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 무슨 일이야?"
때 마침 현준의 방에 놀러온 아스칼리온이 물었다. 아스칼리온의 눈에 비추이는 현준의 모습은 마치 광기 그 자체.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방에서 컴퓨터 화면만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린 현준의 눈은 영혼을 삼켜버릴 듯한 어둠 속에서도 붉게 빛나고 있다.
"글이 묻혀버렸어....!!!! ㅠ_ㅠ"
"...응? 그렇게 좋은 글이 묻혀버렸다고?!"
아스칼리온은 침통함이 서린 얼굴을 하고 안쓰러운 눈으로 현준을 바라본다. 이제서야 현준이 방구석 폐인 마냥 행동하고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이해도 했고, 납득도 했다.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좋은 글은 나눌수록 즐거움이 배가 되는 법!"(정말?)
아스칼리온이 들고온 노트북을 열어 문피아에 접속했다. 연재한담란에 무언가를 거칠게 써내려간다. 그의 타자질에 망설임은 없다. 좋은 글 추천하는데 뭐 망설일 이유가 있다는 말인가.
옆에서 악력기만 쥐고 있던 현준도 마음을 다 잡고 손을 키보드 위에 올려놓는다. 여전히 눈을 붉게 물들어있지만, 적어도 흔들림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무서운 속도로 글을 써내려 간다. 왜냐하면 그는 일일연재자이니까. 키보드가 부서질 듯 즐거운 비명을 질러댄다. 하얗던 화면을 조금씩 메꾸어가는 글씨들, 하나하나에는 많은 의미가 없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맛과 감동을 담은 하나의 작품으로 화(化)해간다.
그렇게 오늘도 그는 일일연재를 한다. 단 한 사람의 독자라도 남아있다면 완결을 내겠다. 그것이 언제나 함께한 그의 다짐. 이제와서 낮은 조회수에 잠시나마 흔들렸던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작가의 숙명. 흔들리면서도 글을 써나가는 그의 모습은 어둠 속을 비추는 만월만큼이나 아름답다.
이렇게 오늘도 그의 밤은 키보드와 함께 새하얀 만월을 문장들로 채워간다. 작업표시줄에 떠 있는 한 줄의 제목. 그것은 바로,
신들의황혼
*이 추천 글은 당연히 픽션입니다. 진지해지지 말아주세요. 픽션이에요. 작가님이 어두운 방에서 붉게 충혈된 눈으로 글 쓰고 계실지 어떨지는 저도 모른답니다~♬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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