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패러디 추천 제2탄 - 마교 -

작성자
Personacon 동방존자
작성
09.03.11 18:14
조회
716

파한이 고개를 쳐든다.  

“문성궁의 세가 하늘을 찌르니 지금 당장 중원을 도모할 수는 없음이로다. 허나, 그렇다고 넋을 놓고 좌시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오히려 뒤처지는 법, 이소국의 백년대계가 허물어지는 것은 물론이요 자칫 문성국에 의해 이소국의 존립 여부마저 도전받을 여지가 있도다.”

지당한 말이다.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잠자코 있으나 동방존자의 가슴은 뜨거워지고 있었다.

이 젊은 주군은 어리석지도 무도하지도 않다.

삼황오제가 무섭고, 오절이 두려우나 파한이 이처럼 뜻을 곧추 세우고 있다면 이소국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반드시 허점이 있을 것이다. 그토록 방대한 세력을 구축했다면, 오히려 내부를 비집고 들어갈 작은 틈은 오히려 쉽게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거대한 둑도 작은 물구멍으로 스러진다. 당장, 우리 이소국이 할 일은 그 작은 물구멍을 찾는 것이다. 필경, 문성궁의 치세에 불만을 가진 세력들이 있을 터 먼저 그들을 찾으라. 용신계도 좋고 평인계도 좋다! 세작들을 아낌 없이 풀어 중원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라.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보인다면 결코 포기하지 않으리니!”

“명을 받드옵니다!”

대답하는 동방존자의 목소리가 조금은 떨려나온다. 눈꼬리에 살짝 어린 물기를 파한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고개를 들지 못한다.

파한의 명은 동방존자를 통해 사패의 수장에게 전달된다.

동전의 수장 성검 목검영이 고무림계를 맡아 수하들을 파견한다.

서교의 수장 파검대종 학봉이 교도들을 풀어 용신계를 뒤지기로 한다.

남련의 수장 패왕 범무린이 친위대를 보내 평인계를 조사한다.

북맹의 수장 고검 북리환이 문성궁 본궁에 맹우들을 세작으로 심는다.

몇 개월 뒤, 목검영이 먼저 파한과 동방존자를 찾았다.

“길이 열릴 것도 같습니다.”

목검영의 뜬금 없는 한마디에 파한과 동방존자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다.

“명교가 조용히 활동을 개시하고 있습니다.”

파한이 놀란 빛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명교? 지금 [마교] 를 말하는 것인가?”

목검영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습니다. 강호에선 마교라 불리우지요.”

동방존자가 어깨를 으쓱한다.

“마교는 이미 빛을 잃은 것이 아닌가? 이미 수많은 고수들이 마교라는 이름 하에 세력을 일으켰다 명멸했다. 이제 마교라는 이름은 마도의 수괴가 아니라, 하오문의 다른 이름과도 같다는 이들이 나올 정도 아닌가?”

목검영이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분명, 그런 말이 있지요. 허나!”

반박형 접속사를 힘주어 내뱉은 목검영의 눈이 반짝 빛난다.

“이번에는 다릅니다. 이번에 마교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곳은, 천년 역사를 간직한 정통 ‘명교’ 입니다. [매검향] 이란 인물에 대해선 들어보셨을 걸로 압니다만?”

동방존자가 어깨를 으쓱한다.

“초기 문성궁의 핵심 고수로 알고 있네. 이계의 ‘조조할인신공’으로 한때 천하를 웅패했던 자 아닌가?”

“맞습니다. 현 명교 교주 ‘조단’이란 아이를 바로 그 매검향이 키웠다는 말이 있습니다.”

“매검향이? 허나, 나는 중원을 주유하며 마교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네. 매검향이 부활시킨 마교라면 내 시야를 벗어났을 리가 없어!”

목검영이 대답한다.

“등장한 지 얼마되지 않아 성급히 천번지복의 계를 펼치는 바람에 내분이 일어났던 것으로 압니다. 그 후 워낙 조용히 세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게지요.”

이번엔 파한이 입을 연다.

“아무래도 좋다. 허나, 마교 정도의 세력이 일어났으면, 문성궁이 좌시하고만 있지는 않았을 터인데?”

목검영이 공손히 고한다.

“사실, 최근 문성궁이 혼란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급속도로 세력을 키우던 칠룡문이 문성궁을 나와 서장의 명문 ‘파피루스’와 손을 잡았습니다. 폐관중인 철산협이 이 소식을 접하고 비영문과 방계의 문파들을 모두 소집해 칠룡문을 급습했습니다. 칠룡문 또한 비영문의 선공을 어찌어찌 수습한 후 우방들을 모두 불러들였습니다. 소위 ‘연참대전’이 벌어진 것입니다. 양쪽을 합쳐 모두 81개의 문파가 동원된 가운데, 벌써 8개 파가 멸문의 화를 입었다 합니다. 이러한 상황이니, 마교가 수면 아래 조용히 숨어있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파한이 눈을 지그시 뜬다. 이건 소름이 돋을 정도로 반가운 소리 아닌가!

“공동은? 공동은 보고만 있는 것인가?”

목검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야기에 몰두해 예가 아님을 잊은 모양새다.

“설경진인의 엄명으로 공동은 중립을 지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허나, 세간에선 이미 ‘사무진’이 움직이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동방존자가 덧붙인다.

“연참대전과 같은 큰 사건이 일어났다면, 공동은 용신계와 평인계를 견제하기 위해 중립을 고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준욱신군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합니다. 해동에서 각성해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분신이 중원에 와 합류한 이후 보이지 않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흐음, 연참대전이라…! 정말 귀추가 주목되는군. 그런데, 문성궁은 예하의 세력들이 벌이는 싸움에는 간여하지 않는 것인가?”

목검영이 답한다.

“원칙적으로 자율을 보장하고는 있다하나, 연참대전 정도의 큰 전쟁이 벌어지면 직접 나서곤 했습니다. 다만, 공교롭게도 연참대전이 문성궁의 천도(遷都)와 맞물렸다고 합니다. 궁주인 금강은 말할 것도 없고 다라나 등 본궁 고수들이 모두 천도에 신경을 쏟고 있어, 연참대전을 만류하기 위해 구주팔황마신이 독행했다 하옵는데, 비영문과 칠룡문 모두 모른 척하는 모양입니다.”

파한이 껄걸 웃는다.

“허, 문성궁이 의외로 허술한 데가 있구먼! 어찌 궁의 천도를 연참대전과 같은 내부 갈등보다 중요시한다는 말인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사실 파한은 속으로 문성궁에 대한 진정한 공포를 느끼고 있다. 연참대전과 같은 거대한 싸움을 오시하는 배포라니! 단순히 체계의 오류로 인한 것이라면 걱정할 것이 없으나, 그러한 오류 때문이라면 문성궁은 진즉에 강호에서 사라졌으리라. 결국, 관리의 미숙이 아니라 내부 경쟁을 방치해 전체의 힘을 키우는 것일 가능성이 높고, 조직에 대해 어지간히 자신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전략인 것이다.

허나, 파한의 속마음을 읽고 낯색이 굳는 것은 오로지 동방존자 뿐…, 멋모르는 목검영은 파한을 따라 환하게 웃고 있다.


Comment ' 6

  • 작성자
    Lv.30 현도(玄盜)
    작성일
    09.03.11 18:21
    No. 1

    파피루스에서 뻥 터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5 성삼자
    작성일
    09.03.11 18:23
    No. 2

    이 글을 읽는 많은 독자님들은 우선 동방존자님의 이소파한을 읽어봐야 할듯합니다. 패러디에 이런 필력이라니.....패러디가 이렇게 재미 있을수 있는지요. 헐;;;동방존자님이 추천하신 마교~지금 보러 달려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동방존자
    작성일
    09.03.11 18:24
    No. 3

    울적한 기분에 그리고 지난번 추천글의 반응이 괜찮았길래, 그 뒤로 이어서 하나 더 올려봅니다.. 추천하는 글은 '매검향'님의 '마교'입니다..
    그 필력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떨리건만, 생각보다 큰 관심을 받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마교라는 말이 무협에 이제 너무 흔하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좋은 글이기에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겸사겸사, 제 글의 주인공이 이런 식으로라도 얼굴을 내비쳤으면 하는 바램이기도 하고.. 제 글 읽으신 분들은 무슨 뜻인지 아실 겁니다.. ㅜㅜ
    암튼, 다음에는 용신계를 한번 건드려볼 것을 약속드리며,
    이만.. OTL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09.03.11 18:48
    No. 4

    정말 적절한 추천입니다. 마교,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어서 달려가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1 나진(娜振)
    작성일
    09.03.11 18:51
    No. 5

    아ㅣ흑흑 ㅋㅋㅋㅋ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매검향
    작성일
    09.03.12 08:14
    No. 6

    동방존자님!
    추천에 감사드립니다!^^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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