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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기대되는군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단것을 무척이나 좋아합...”
반색하며 접시를 받아들던 프란츠가 순간적으로 표정을 굳혔다. 항상 미소를 달고 다니던 그로선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도련님? 왜 그러십...... 시오.”
의아함을 느끼며 접시를 받아들던 란도 프란츠와 똑같은 표정으로 굳어버렸다. 혀마저 굳어버린 모양이었다.
“응? 어서들 드셔보세요.”
시나가 해맑은 표정으로 권유했다. 허나 프란츠와 란은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놀랍게도 초콜릿이라며 내민 접시 위엔 초콜릿의 ‘ㅊ’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보라색을 띠는 네모난 물체 위에서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자세히 보니 그 김조차 검은색이다. 이건 분명 매연이다.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낀 두 사람은 재빠르게 눈빛을 교환했다.
‘도련님. 힘내십시오.’
‘뭘? 설마 날 버리겠다는 거냐!?’
‘사람은 언젠가 다 한 번씩은 죽습니다.’
‘지금이 그때로구나!’
‘갑자기 고향이 그리워지네요.’
‘최고의 요리는 한입만 먹어도 눈앞에 고향 풍경이 펼쳐진다고 하더니만... 아직 먹지도 않았건만 이 초콜릿이라는 것도 뭔가가 눈앞에 펼쳐지긴 하는구나. 지옥도가.’
‘제 고향은 용암 속이었던 모양입니다.’
둘은 몸을 덜덜 떨며 의자에 앉아 포크를 들었다. 포크가 초코릿을 건드리자 치익-하는, 마치 용암을 건드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더 이상 그 둘의 얼굴에서 미소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꼬르륵 소리를 내던 배조차 ‘갑자기 혼자 있고 싶어지는군’이라고 겸양하며 침묵을 지켰다.
“아! 그러고 보니 이건 실례로군요!”
순간 식은땀을 흘리던 프란츠가 포크를 놓으며 소리쳤다.
“이건 원래 우리들의 몫이 아니지 않습니까? 객이 먼저 시식을 하다니 그건 예의에 어긋나지요!”
프란츠는 기로에게 먼저 들라는 손짓을 하곤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죄책감이 가슴에서 스멀스멀 올라왔기 때문이다. 란도 교수대에 올라갔다가 ‘아차, 넌 지금이 아니라 다음 차례다’라는 소리를 들은 사형수처럼 배배 꼬인 표정으로 슬며시 포크를 내려놓았다.
“역시 크로하의 분들은 예절을... 중시하시는군요. 굳이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기로는 거절할 명분을 찾지 못한 채 포크를 들었다. 그러자 시나가 미소를 한층 더 활짝 피웠다.
“어서 먹어봐. 네 것은 특별히 더 신경 썼어.”
‘닥쳐!’
“이거... 기대되는군요. 영광입니다.”
입과 마음으로 전혀 상반된 검정을 읊조리며 초콜릿을 향해 포크를 가져갔다. 왠지 요리를 해주겠다고 했을 때부터 불안하긴 했다. 하지만... 이건 아니잖아.
‘업보구나 업보. 그동안 너무 많은 죄를 짓고 살았어.'
어쩌랴, 먹어야지. 이걸 안 먹으면 시나에게 한동안 들들 볶일 것이다.
“오오!”
이윽고 초콜릿이라 쓰고 폐기물이라 읽는 그것을 기로가 한입 삼키자 프란츠는 감동한 눈빛을 해보였다. 어찌 저토록 순종적인 마부가 있단 말인가? 저 정도면 주인을 위해 가차 없이 목숨도 버릴 정도의 충정이다.
“후...”
“어땠어?”
기대어린 투로 묻는 시나의 말에 기로의 동공은 비정상적인 수축과 확장을 반복했다. 맛은...... 굳이 표현하자면, 위가 보라색으로 오염되며 검은 연기를 내뿜더니 그 안에서 갑자기 마왕이 소환되어 나와 ‘누가 날 불렀는가. 오랜만에 아주 강렬한 절망의 파동을 느꼈다’라고 감탄하는 듯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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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소환된 마왕과 주인공이 애틋한 사랑을 일구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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