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그렇기에 그는 검은 6번이 되었다.

그는 이론적으로 세계에 존재해서는 안될 자였다. 그렇기에 그는 버려졌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도 자신이 존재해서는 안될 자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에게는 세상의 그 어느 가족들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한 가족이 있었다.

그에게는 충분히 목숨과 등 뒤를 맡겨도 좋을 만큼 우수한 전우들이 있었다.

그에게는 그 누구라 하여도 대신할 수 없는 친구가 있었다.

그들이 '존재해서는 안 되는' 그의 존재를 증명해 주고 있었기에 그는 그 누구도 전장의 불꽃에 삼켜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기에

힘이 있다면 사용할 것이고  

의지가 있으면 불태울 것이며

비정상이라면 그를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결심했다.

그것들을 모조리 쏟아부어서 그에게 소중한 이들을 구해 낼 수 있다면

그의 소중한 이들이 수라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다면

그렇다면 그는 살인마라고 불리워도, 괴물이라고 불려도 좋았다.

그렇기에 그는 검은 6번이 되었다.

[세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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