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제목만 보고 '그저 한순간의 발상에 의해 즉흥적으로 쓴 글' '마굴 양판소에서 많이 봤다'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목숨 걸고 단언하는데 '절대' 아닙니다.
흰새님은 상사화도 쓰고 계십니다만 두 작품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천양지차입니다. 상사화가 꿈에 젖은 평민 소녀의 힘차고 밝은 이야기라면 메이드일기는 냉정한 현실 속에서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살아가는 평민 소녀의 애타고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더 재미있는 점은 두 작품의 배경설정이 똑같은지라 서로 교차하게 된다는 겁니다. 몸담고 있는 나라가 서로 적대국인지라 아주 야~~~악간, 정말 개미 눈물만큼의 접점밖에 없지만 차후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만날 일이 많아지리라 생각됩니다.
본래 최하급의 메이드였던 주인공은 그녀의 입장에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일을 겪으면서 황제의 전속메이드가 됩니다. 당연히 뒷담화의 폭풍우가 몰아치기 시작하죠. 그녀를 끌어내리려는 살벌한 음모가 계획되기까지 합니다. 주인공은 그저, 평온하게 목숨을 이어나가고 싶은 건데 말이죠...그런 소박한 소망조차 현실은 들어주질 않는가 봅니다.
주인공의 환경은 불우합니다. 귀족이기는 하지만 몰락한 지 오래라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평민과 다를 바가 없는 집이죠. 술 먹고 어머니를 패는 아버지를 보면서 그녀는 자연스레 현실에 안주하는 삶을 선택하기 시작합니다. 내가 어찌할 수는 없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돼. 라고 말이죠.
인간적으로 어딘가 망가져 있으면서도, 그걸 모른 척 하고 살다가 힘든 일이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자각하게 되고, 주인공은 그저 숨죽여 슬퍼할 뿐입니다...제대로 울지도 못하고, 그저 참을 뿐이지요. 울음조차 이불 속에 숨어서 끅끅거릴 뿐 어디 하나 하소연할 곳도 없습니다.
전 이 작품을 보면서 '아 정말 어찌 이 정도로 주인공의 현실적인 갈등과 괴로움을 표현할 수 있었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설정? 평범하지요. 지금까지 귀족, 황궁의 메이드가 주인공인 소설 숱하게 봐왔습니다. 근데 이런 소설 정말 처음 봅니다.
혹시 여자가 주인공인 작품은 무조건적으로 이유 붙일 필요 없이 싸잡아 싫다시는 분은 보지 마시길. 하지만 심리묘사가 잘 되어 있는 작품을 찾으신다면 메이드 일기를 추천 드립니다. 꼭! 읽어 보세요. 읽고 나서 뭔가 찡한 걸 느꼈습니다. (더불어 최근화에서 진정으로 주인공을 생각해주는 캐릭터가 나타나 안도하는 중. 이 작품은 반드시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해!)
하지만 상사화처럼 한 달째 무소식이라는 거~ 흰새님 컴배애애애애액!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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