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 이 글은 이래서 좋아졌다!
첫 장에서 애인과 게임 아바타를 놓고 갈등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나를 잃고 게임 속에서 방황하는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을 잘 그려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이 병원에 있는 장면 표현을 위해.
작가님이 병원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는 한담을 올리셨을 때는 그 모습을 떠올리며 미소가 가시질 않더군요.
구름과 흙과 지렁이뿐인 세상에 홀로 선 주인공.
주인공이 딛고선 땅에 꿈틀거리는 ‘지렁이 더미’에 엉덩방아를 찧을 뻔한 주인공을 순간 떠올리고는 엉덩이가 근질거리더군요. 찌낚시를 하고자 거름 더미를 파헤치며 지렁이를 잡아본 경험이 있는데도 말이죠. 아니 그래서 더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네요.
하고많은 것 중에 허허벌판에 지렁이를 깔아놓은 묘사를 했을까.
더 무시무시한 것도 많을 텐데. 그런 생각을 했었죠. 그렇게 무심히 넘기며 글을 읽어가다가 ‘시원한 얼음’이라 자신을 소개한 괴인과 ‘흑룡’ ‘은아’ ‘소인‘ 만나고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며 ‘아니 저 사람 보게’하는 넷 세상에서 볼 수 있을법한 인간상의 현실감을 느꼈죠.
......열심히 읽고 나서 미련 없이 뒤돌아섰습니다. 이런 불량한 독자!
그런데, 이 글이 종종 생각나는 겁니다.
why?
가끔 게시판을 드나들며 추천 글을 찾아보게 됩니다.' 황야는 영화 큐브 같다' '긴장감을 다시 회복했다' 혹은 '서바이벌 소설 같다' 등등. 그런가보다 라고 단순히 넘어갑니다.
그렇게 기억에서 잊어갈 즈음.
어느 날 보게 된 동영상의 지렁이 이야기. 찰스다윈과 지렁이연구. 수 톤의 유기물을 순환하며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원천. 그제야 무릎을 탁치며 나름대로 이해했죠. 알고는 있었지만 떠올릴 수 없었던 찜찜한 감각이 날아가고 순식간에 줄줄 황야의 이야기가 이해가 되는 겁니다.
이 둔감한 독자를 용서하소서.
‘황야’ 는 결코 황량한 땅이 아니었던 겁니다.
비옥한 땅이자 많은 가능성을 내포한 땅이라는 것. 그 속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물들이 가꾸어가기 나름인 세상이라 느껴지는 거죠.
이제야 2부가 시작되는 장면의 이해할 수 없던 배경. 인물들의 이합집산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오~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구나하고 느껴지더군요.
그렇게 생각을 하고나니, 의료기를 주렁주렁 몸에 달고 병원의 유리벽 속에 있지만 정신은 황야 속에서 있는 여주인공을 대면하는 장면에서.
매트릭스에게 영감을 준 공각기동대 후속 tv판 Solid State Society속에서 노인들의 마지막 여생을 함께하는 전자동 노인 간호시스템이라는 우울한 미래 이야기를 떠올리거나 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요. 또한, 서비스를 중지한 소프트 ‘황야’가 알 수 없는 곳에서 저절로 성장한다는 것은 마치 '정보의 바다에서 탄생했다’라고 주장한 네트 생명체와 일맥상통하게 느껴지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손을 놓은 후에도 자꾸만 생각나는 그 무엇인가 숨어있는 황야. 연참대전에 참여하여 맹활약 중인 황야. 직접 읽고 나서 판단해도 후회하지 않으리라 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떨까요? 그 속으로 저는 다시 가보렵니다.^^
아래는 황야로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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