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챙!
날카로운 금속성이 귀를 울린다.
그와 동시에 붉디붉은 액체가 지상을 수놓기 시작했다.
왠지 그 광경은 아름답게까지 보여서, 오히려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정말 피라고?
순간적으로 아까 내가 뒤집어썼던 붉은 피들이 기억났다.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이 끈적끈적함.
옷에 묻은 피들, 안 지워지면 어떻게 하지?
끈적끈적한 것이 기분이 나쁘기도 했고,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나로서는 처음 보는 시체였던 것이다.
그제야 이 세계가 '진짜' 같다는 현실감이 들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믿지 못할 광경에 현실도피라고 하게 된 걸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게 된 살육의 현장에서 나는 공포심보다 먼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때 나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무언가 잘못돼도 한 참은 잘못 되고 있다는 것을.
만약 이 모든 게 꿈이라면, 이런 기분이 들 수는 없다.
무엇보다 진짜 같은 꿈을 꾸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어째서 그것이 현실이 아니었다고 단정 지을 수가 있는 것일까? 아마 그것은 꿈에서 깨어나게 된 순간, 그 꿈을 모두 잊어버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비극은 이제는 영원히 평범했던 나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이 세계를 인정하고 있었고 그것은 내게 있어서 또 다른 무언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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