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님 다들 아시죠?
저야말로 여러분보다 별도님에 대해서 잘 모를 듯 합니다. 하지만 대충 제개 아는 정도라면 '무협의 귀재'로 평가될 수 있는 분이라는 것 정도이군요.
이 이야기는 별도님이 저번글인 '로이'를 연재하기 시작하셨을 때 누군가로부터 들은 말입니다. 작가님 스스로도 자신하고 계시지만, 별도님 글은 짜임새 있기로 유명합니다. 실제로 '로이'처럼 시나리오 상으로 평범하고, 흔한 왕가재기 이야기를 재미있게 써 내려가기 위해선 짜임새를 포함한 필력이 굉장히 중요해 집니다.
별도님의 글을 읽어보면, 일부 작가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참신한 소재라는 것이 사실은 글의 양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최근에 연재중이신 '질풍권'의 경우에도 별로 특이한 소재는 들어있지 않죠. 조금조금의 있음직한 허구이야기들이 모이고 모여, 결국 새로운 참신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시는 겁니다. 소재에 연연하지 않고요.
매번 별도님의 글에는 평소 작가가 생각하던 상상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 '질풍권'에서도 제대로 표현되었는지는 저도 평가하기 힘들지만, '난독증'이라는 희귀한 질병을 가진 사람의 답답한 무공연성기를 다루었습니다.
생각없는 작가라면, 난독증자체를 그저 무공서를 읽을 수 없다 정도의 소재로 생각하고 글을 전개하여, 그것은 그저 처음보는 소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버리기 십상입니다만, 별도님은 그 소재를 글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난독증을 가진 주인공은, 당연히 글에 재미가 없고, 골목대장놀이에 치중하게 되며, 문사적 기질 이전에 리더쉽을 키우게 됩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말 수가 적어지며 말보다 행동으로 말하게 되는 아이가 되는 것이죠.
일부 타 작가들의 글을 보면 주인공의 성격설정을 먼저 하고, 그에따른 배경을 주입한 글들은, 어딘가 어색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의 머리가 완벽하지 않다면 실수를 해서 빠뜨리는 배경들이 생기게 되고, 독자들은 저런 배경하에서 저런 성정을 가진 주인공이 순리적으로 이해가 안되고, 작가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별도님의 경우는 그 반대입니다. 캐릭터의 성격은 그저 방향성 정도만 정해놓고, 난독증 등의 중요배경설정을 합니다. 그러면 그 캐릭터는 그 배경에 어울리는 인간으로 스스로 성장합니다. 말수가 적은 아이를 처음부터 상상한게 아니라 '난독증'을 상상했기에 주인공의 말수가 적어지고, 그에 따른 아이는 고개로만 대답하고, 행동으로 보여주는등, 우직한 아이가 됩니다.
인과의 순서가 바르게 된 캐릭터의 설정과 배경등이 바로 치밀한 글의 시작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문제는 한번 자라기 시작한 캐릭터가 별도님도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커지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독자가 특정 캐릭터가 죽지 않기를 바라고, 작가가 그것을 들어주고 싶어도 맘대로 안되고, 죽일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는 작가 또한 세상이치에 따른 정해진 인과관계에 따라 글을 쓰기 때문이고, 그 룰에서는 작가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죠. 거기서 자유로워 진다는 것은 자신의 글을 부정하는 것이 되어버립니다.
어디서 많이 보신 이야기 같죠?
판타지들에 등장하는 드래곤이나 신이, 인간세계에 개입할 수 없는 이유를 댈 때 많이 나오는 소리네요.
다만 그 인과에 개입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대는 조연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 원인을 들어서 자신은 그저 개입할 수 없는 천명을 지녔다고만 해서 이해가기 어렵지만, 신이 자신의 세계를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적용하면 아마 별도님의 캐릭터 생성법 같은 것이 해당될 것입니다.
요새 질풍권이 열혈연재 중입니다. 나름 틀이 잡혔다 생각하는 작가 본인으로선, 출판하기전의 인기몰이와 마지막 검증에 해당하는 작업으로, 다른 글에 비해서 빨리 나타났다 질풍같이 연재하고 바람처럼 사라질 것이 뻔한 글입니다.
매일 아침 9시 주 5일 연재를 약속하셨으니, 9시 정각에 연재하지 못한 오늘도 두 편이 올라오겠네요. 많은 분들 찾아가서 보시고, 진정한 짜임새의 글이 어떤 것인지 겪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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