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멍하게 앉아 있습니다.
에... 개인적인 일이지만 참 기분이 묘하네요.
e-sports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지요.
progamer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지요.
처음 저 말을 들었을 때, 게임을 좋아하는 저 역시 참 많이 비웃었습니다.
참 생소한 말이 나왔구나 생각했습니다.
고작 게임에... 고작 아이들 놀이에...
다른 사람들처럼 괄시하고 무시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마음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좋아해서 가진 작은 관심은 커다란 관심 불렀고, 눈에 낀 편견이라는 색안경은 바뀌어 변해갔습니다.
저와 같은 편견에 찬 사람들을 ‘그들’이 바꾸어 놓았습니다.
e-sports.
progamer.
그들은 어린아이들의 놀이 판이라 불리는 그곳에 스포츠 정신을 만들었습니다.
열정을 불어 넣고, 각본 없는 드라마를 만들어 냈습니다.
다른 스포츠들처럼 그들의 경기에 가슴이 터질 듯 흥분하기도 하고, 눈물을 쏟을 만큼 감동하기도 하였습니다.
무시하고 괄시하던 고작 게임에... 고작 어린애들 놀이에... 저는 그렇게 마음을 뺏겼습니다.
자신들의 놀이를, 괄시받으면서 자라온 그 판을 지키고 가꾼 그들이 대단하다 생각했습니다.
헌데...
그 판이 지금 무너져 내리려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키우고 가꾼 e-sports가 지금 무너져 내리려 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키우고 가꾼 그들 손에 무너져 간다면 이렇게 화나지도, 가슴이 아프지도 않을 겁니다.
협회?
방송사?
인터넷을 떠다니는 수많은 기사들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저는 어째서 선수들도 아닌, 팬들도 아닌 제 3자들의 손에 어째서 좋아하는 판을, 놀이터를 잃어야 하는 걸까요.
참, 가슴이 아픕니다.
상황이 비슷해서 일까요?
저 역시 그리 칭찬 받지 못하는, 소위 남는 것 없는 시간 죽이기(killing time)라 불리는 글을 쓰고 있는 글쟁이여서 그런지 지금의 모습이 더욱 슬프고 가슴이 아픕니다. 노력하고 열심히 가꾸고 키운 글이, 괄시하고 무시하던 다른 이들의 손에 무너지면 어찌해야 할까요?
편견의 안경을 벗어 버리려할 때 이처럼 무너져 내린다면 어찌해야 할까요?
문학이라는 커다란 카테고리에서 유난히도 멀리 떨어져 나온 무협과 판타지입니다.
가야 할 길이 많고, 험난한 놀이터입니다.
그러니 더욱 노력해야겠지요.
그들처럼, 많은 사람들의 눈에서 편견의 안경을 걷어버릴 정도로 열심히 말입니다.
그리하면 적어도 저와 여러분들이 아닌 다른 이들의 손에 이 소중한 터전이 무너지지는 않을 테니까요.
저는 지금 너무나도 다른, 하지만 그래서 더욱 닮은 두 개의 편견 속판을 보며 생각합니다.
적어도 제가 손에 쥔 글만큼은 다른 이들의 손에 망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누구도 빼앗을 수 없도록 단단히 지켜줘야겠다고...
지금 온 오프라인에서는 e-sports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무너져 가는 판을 지키기 위해 뛰고 계십니다. 어른들 돈 놀이에, 그들만의 배불리기 싸움에 힘겹게 가꾼 텃밭을 잃고 싶지 않으신 것이겠지요.
부디, ‘그들’이 열심히 키워온 e-sports가 현 상황을 넘어서 잘 타결되길 빕니다.
훗날 ‘아... 그때는 뭐, 그런 것도 있었지.’ 말하는 날이 오지 않기를 빕니다.
-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마음에 말을 잃은 글쟁이가...
* 두서없는 긴 글을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뜻밖에 상황에 마음이 심란하여 이렇게 푸념하며 마음을 달래어 봅니다. 혹, 이 글이 연담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삭제토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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