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글 올리고나서, 여유가 잠깐 생겨서 글을 씁니다. 참 고3이 글도 쓰고, 여유도 있다고 떠들고, 세상 참 좋아졌죠? (..)
오늘 한수산 님의 사람을 찾아, 먼길을 떠났다. 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단 이틀 안에 상대를 짐승으로 만들어버리는, 한낱 죽음 앞에서 발버둥치게 만드는 고문을 당하셔서 한때 인간에 대한 사랑을 잃어버리시고, 또한 수많은 참담한 민족사 앞에서 흘렸던 눈물자국이 남아있으며, 스승이라는 영원히 돌아가지 못할 향수를 그리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일단 가볍게 추천 때리도록 하겠습니다.
뭐랄까, 나름대로 글을 쓰면서 느끼는 거지만 참 머리아픕니다. 문학과 장르는 너무나도 다르며, 도대체 무엇이 정도이고 무엇이 정답인지는 누구도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에 받았던 감동만큼은 분명히 있기 때문에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습니다. 사실상 그것이 제 호흡이라는, 생존에 가까운 그것만큼은 잊지 못하기에 분명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글을 쓰는 사람들은 공감할겁니다. 누군가 함께 내 감정을 나누었으면 한다. 사실상 글은, 소설은, 문학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작가와 독자간에 이루어지는 감정적인 커뮤니케이션, 언어를 통해 실존되지만 결론적으로 한없이 추상적인 감정을 나누는 커뮤니케이션. 하지만 정작 작가들은 글을 쓰면서 한없는 고독에 빠지게 됩니다. 지독한 딜레마죠.
저도 비슷한걸 겪고 있고, 또한 겪을 겁니다.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동을 간신히 손수건을 쥐어짜듯 잡아 당겨 절제하면서, 그 안에 남아있는 핸드폰의 진동보다 더욱 크게 찌리릿하는 그것을 느끼며, 한편으로는 스스로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장르문학을 쓰고 있습니다. 이게 사실은 더욱 슬프게 만듭니다.
누군가 말하더군요. 문학을 하고 싶으면 장르를 하지 말라고. 장르와 문학은 분명히 다르니, 애초에 다른 이상을 꿈꾸지 말라고. 하지만 전 장르에서도 인류가 가장 보편적으로 가질 수 있는 그 감성을 꿈꿉니다. 세계 어느나라의 누가 읽어도 하나같이 공감하고, 세상을 보다 사랑하게 될수있는 그런 글을 꿈꿉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장르의 한계를 느끼고 순수문학으로 돌아갈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날에도 오늘날의 도전을 아깝다 여기지는 않을겁니다.
고3 입니다. 사실상 글을 쓸때가 아닙니다. 하지만 전 판타지를 쓰고 있고, 한편으로는 문학공모전을 뒤지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그 어느것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그 끝에 가서는, 저 혼자만이 끌어안고, 모 게임에서 말했다시피 "이상을 안고 익사할."그런 것임에 불과하더라도, 사실상 모든 이상주의자들은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이루어지지 않기에 분명한 이상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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