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판타지를 읽는가?"
저는 이 글을 추천할때면 이 다소 유치한 선문답을 내놓고 싶습니다. 왜 판타지를 읽는가? 저의 경우라면, 작가의 상상력에 열병처럼 앓아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만약 당신이 100% 까지는 아니라도 어느정도 저 대답에 동의한다면, 당신에게 강력히 추천해 드리는 작품이 있습니다.
보니비 作, [망각의 문]
망각의 문의 가장 커다란 장점은 대륙을 넘나드는 거대한 스케일, 그 스케일에 걸맞는 환상을 보여준다는 것이겠죠. 인물들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듯(호흡이 깊은 서사구조 치고 이 장점을 이정도로 크게 살린 소설도 드물겁니다), 뛰어난 작가적 상상력이 그들에게 개성을 불어넣고- 당장이라도 그들이 모니터 밖으로 뛰어나올듯한 역동성을 부여합니다.
신화 한가운데 오롯이 놓인듯한 기분- 이야기가 살아있는듯한 기분,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그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전율했습니다.
[망각의 문]의 또다른 장점은 작가님의 중독적인 문장이겠죠. 보니비님의 문장은 독특합니다. 만연체의 경향을 보이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한 문장에 농축하는 기법이 뛰어나고, 그럼에도 문장은 대단히 화려합니다. 그 문장을, 아주 거칠게, 궂이 확정짓지면 '몽환적이다'라는 단어가 적당할 듯 합니다. 문장마다 숨을 크게 내어쉬고 읽지 않으면 견딜수 없을 만치 감정을 농축하면서, 거대한 환상에 서서히 중독되게 만드는 그 개성적인 문장. 오늘날 장르계의 많은 '작가'들이 자신만의 문장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음을 볼 때 보니비님은 단연 돋보이는 분이십니다.
그 밖에도 깊은 호흡을 다루는 방식이 대단하다, 이야기의 완급조절이 뛰어나다, 수많은 이야기를 주워 삼길 수 있겠지만, 보니비님의 작가적 역량은 절정이라 할만치 뛰어나니 이러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싶습니다. 이 대작을 추천하면서 '기본적인' 요소까지 들먹이기에 저는 좀 슬프군요.
초반 줄거리를 짤막하게 소개하자면, 이것은 폐허로 부터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검은 들녘- 죽은자의 땅이라 불리우는, 아무도 살 수 없는 그 땅에 들어간 한 학자가 아기를 들고 나오며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들녘으로 양분된 두 대륙- 한 대륙은 마법의 땅이고, 또다른 한 대륙은 마법이 없는 평화의 땅이지요. 그러나 평화의 땅에 살던 아이의 일상이 깨어지면서, 모든것이 어긋나면서- 그 아이가 불사를 풀어주면서 모든 이야기가, 모든 톱니가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이야기가 완결로 달려가는 이 시점에서 이 소개는 극히 초반부가 되겠습니다. 다만, 한가지 경고하겠습니다만, 인물에 너무 몰입하지 마십시오. 저 처럼 울어버릴지도 모르니까요.
덧. 분량 대박…이겠군요.
뱀발. 띄어쓰기 하고 검색하시면 안되요~! [망각의문]으로 검색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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