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드"
"예."
한니발의 부름에 뒤쳐져 있던 제이드가 말고삐를 움켜쥐고 앞으로 달려 나왔다.
"처음으로 전쟁터에 서본 소감은?"
"……."
제이드의 굳게 닫힌 입술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아무리 검술천재에 신검 클라우솔라스의 주인이라지만 첫 살인을 한 충격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첫 전투의 흥분과 두려움. 그 더러운 기분을 평생 잊지 마라."
한니발은 한쪽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며 얼굴을 뒤덮은 빗물을 쓸어내렸다.
"……."
제이드의 차가운 얼굴이 더욱 차갑게 굳어갔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나뿐 아니라 여기 있는 선배들도 너와 똑같은 경험을 했다."
제이드는 주변에 따라오는 선배기사들을 바라보았다. 선배기사들은 자신들도 그러했다는 듯 가벼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공포나 두려움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 그러나 피에는 익숙해 지지마라. 피에 익숙해지면 그 순간부터 너는 기사가 아니라 살인마에 불과하다. 비록 적군이지만 저들 또한 우리와 똑같은 피가 흐르는 인간이다."
"예."
기사와 살인마의 차이.
아직은 어렵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말이었다.
드래곤과 사투를 벌이는 흑기사. 제국 어디를 가도 저만한 조각상은 본적이 없었다. 날개가 부러진 채 바닥에 깔린 드래곤은 이제라도 당장 브레스를 내뿜을 것 같았고, 날카로운 발톱을 세운 두 발은 당장이라도 자신 배위에 올라탄 기사를 찢어발길 기세였다. 그리고 드래곤의 눈을 보라. 인간에 대한 적의와 분노로 당장이라도 터져 버릴 것 같았다. 드래곤 배위에 올라서 있는 흑기사의 모습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이미 승자였다. 오만하게 드래곤을 깔아 눕히고 당당하게 두 다리로 버티고 서있는 모습을 보라. 흑기사의 크기도 보통 사람보다 세 배는 커 보였다. 드래곤과 비교해 전혀 꿇릴게 없었다. 창을 움켜 쥔 두 팔은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근육으로 덮여 있었고, 꽉 다문 입술에선 그의 굽히지 않는 강인한 의지가 느껴졌다. 흑기사는 검은색 창을 들고 당장이라도 드래곤을 찌를 기세였다. 어찌나 생생한지 지금이라도 고개를 돌려 달려올것 같았다. 그런데 검은 창을 든 기사의 모습이 왠지 낯익었다. 어디서 봤을까? 맞다! 벽화에서 봤던 그 슬픈 얼굴의 기사였다.
"저거야. 저 놈이 날 불렀다."
레이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드래곤위에 올라타 있는 기사를 바라봤다.
지잉 징.
제이드도 뭔가 이상했다. 클라우솔라스가 울고 있었다. 마치 오랜 숙적을 만난 것처럼, 조금은 두려움에 떠는 것 같았다.
"안 돼! 멈춰라."
이 느낌은 무얼까?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끝없는 슬픔과 아픔이 전해온다. 지금 당장이라도 펑펑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창이 부르고 있었다. 어서 와서 자신을 이 끝없는 슬픔에서 건저 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한 발 한 발 창과 가까워 졌다. 이제 조금만…. 손을 뻗기만 하면…. 창이 닿았다. 손끝으로 따듯한 슬픔이 밀려왔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듯 한없이 따듯한 슬픔이다. 비록 한 번도 본적 없었지만 어머니의 손길이 바로 이런 느낌일 것이다. 자식을 두고 먼저 죽어가는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갓난아기를 품에 안을 때 느껴지는 그 따듯한 슬픔….
화악!
레이의 손이 창에 닿자 뿜어져 나온 검은 빛이 광장 안으로 가득 퍼져나갔다. 검은 빛이 레이의 몸을 감쌌다. 레이는 마치 어머니의 품에 안긴 것처럼 평안한 표정이었다.
화아아아악!
그리고 다시 거대한 검은 빛이 레이와 창에서 뿜어져 나왔다.
-본문중 발췌
안녕하세요 :D
문피아에 서식(?)중인 kailena라고 합니다.
추천은 처음으로 하는듯하네요.
소울리버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전설의 사대무구와 그 주인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신검 클라우솔라스의 주인인 제이드와 마창 소울리버의 주인인 레이가 등장했군요. 앞으로의 전개가 더욱 궁금해지고 앞으로 등장할 인물들이 기다려진달까요 :D
금산님의 필력은 위 본문에서도 알 수 있으실겁니다.
스크롤의 압박이 심했지만, 금산(金山)님의 소울리버(Soul Reaver) 강력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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