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만 해도 고무림, 아니 문피아를 하루에 수십 번씩 들락거렸습니다.
정말 문피아를 좋아했고, 무협 소설에 미쳤었지요. 그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하루에 두 번 정도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들어가고는 싶은데,
"에이, 가봤자 바로 나올텐데 뭐. 이제 볼만한 소설도 없으니... 한 두번도 아니고.... 에휴..."
이런 생각이 어느새 제 의식에 꽉 차있더군요.
실제 요즘 문파아에 들어와봤자 5분도 채 안되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더이상 새로운 글을 찾아 볼 수가 없고,
투데이에 있는 글도 항상 고정되어 있고,
나는 무협을 보고 싶은데 추천글을 보면 무협은 드물고 판타지만 많고,
추천보고 들어가봤자 서장도 보지 않은 채 나오게 되고,
겉으로는 무협을 지향하고 있지만 내 머릿속에, 내 가슴 속에 강호가 그려지지 않는 무협이 대부분이고...
점점 문피아와 멀어지는 느낌입니다.
소원해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문피아가 요즘 아파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튼실한 오장육부를 지니고 있고, 혈액순환도 원활히 되어서 건강했었는데,
요즘엔 균이 침범했는지 혈액순활을 방해하고, 오장육부를 많이 상하게 하고 있네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문피아는 그대로인데 제가 변한 걸까요?
제가 글을 보는 수준이 높아지고, 책을 고르는 기준이 까탈스럽게 변해서, 오히려 그런 제가 병에 걸린 것일까요?
말 나온 김에 무협 소설 좀 추천부탁드리겠습니다.
출판된 글도 상관 없습니다.
오래된 작품도 상관 없습니다.
단, 제가 간절히 원하는 글을 간단히 말하자면,
훈영 작가님의 무무진경이나 강호비가행, 또는 강호풍님인가? 강호전쟁사같이 결코 가볍지 않아야 하며,
!!! ~~~ 등 수식어를 남발하지 않아야 하며,
나이 지긋한 노인이 말을 하는 것인지, 꼬마 아이가 말을 하는 것인지, 어째 인물은 다 다른데 어투는 다 똑같은, 도대체가 인물 구분이 안가는 대화체가 아니어야 하며,
이건 사소한 것이지만, 100년 10년이 아닌 백년 십년 이렇게 되도록이면 숫자를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무협에 숫자가 들어가면 왠지 모르게 가볍워 지는 것 같습니다.
또, 비무나 생사결을 벌인 때,
"이얏! 파천황검 제 일초 파천출현!"
이렇게 초식명을 외쳐서는 절대로 아니되며,
짥게 짧게 끊어지는 문체가 아닌 유려한 문체를 지향하며,
드라마 주몽처럼 내실은 허술할지 몰라도, 그 하나 하나의 캐릭터가 살아있어야 하며,
치밀하게 짜여진 구성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물들이 아무 이유 없이 내던지는 말, 아무 의미 없이 그냥 흘러가는 에피소드 형식 및 스토리, 글 전체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요소들이 적은 글이어야 합니다.
제가 과거 강호비가행을 보았더랬습니다.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런 글도 있구나.
이렇게 멋있는, 대단한 글도 있을 수 있구나.
어떻게 모든 스토리가 하나도 다 연결이 될 수 있을까?
문장 하나 하나까지 사소하게 넘길 수 없게 하는 몰입감.
여태껏 볼 수 없었던 광활한 배경, 거대한 스케일.
정말 작가가 얼마나 생각하고 노력하고 고생했는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 아무리 재밌는 소설이라도 두번 이상은 보지 않습니다.
한번 지나가면 그걸로 끝입니다.
그런데 강호비가행은 읽은 지 4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등장인물의 이름 하나하나가 생생이 기억납니다.
마지막 천하제일인 설천후, 유연후, 혁무린, 상이수, 종리백, 남궁소소, 천기노인, 상공 육진풍, 화살일학 정사휘, 도왕 문천, 금도산, 설가연, 황관 태공, 당령령, 제갈민, 당일기, 무림광 영충, 사다인, 초노인, 암천, 혈편, 혜각, 혜인, 유한승 등등...
요즘 강호비가행을 다시 보고 있습니다.
독자제현께 부탁드립니다.
상당한 세월이 지났어도 잊혀지지 않는 그런 무협 소설이 있다면 저에게 추천을 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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