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에디트 프로그램을 실행 한다.
그러면 어김없이 하얀 백지가 눈 앞에 나타난다.
하얀 화면은 내 머릿속을 백지화 시킨다.
언제 어떻게 글을 쓸 건지 감이 안온다.
“다시 글을 채워야 하는 구나.”
막연한 공포가 다가온다.
그래도 글을 써야 하기에 글을 써본다.
어디서 부터 이야기를 시작 할지 손가락이 초조하다.
머리를 감싸고 고민하다 타이핑을 시작 한다.
마치 내가 주인공인 듯, 내가 악역이 된 듯, 입으로 중얼 거리며 머리로 그림을 그리며 손가락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한 없이 써내려가다 중간에 잠시 고민을 한다. 습관적으로 페이지 수를 내려본다.
“아. 2페이지”
개행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천자가 안된다.
아직도 1천자는 더 써야 한다.
뼈대로 쓴 글에 살을 붙이기 시작 한다. 그리고 나서 보면 이제 3페이지. 약 2천자 언저리를 넘을 즈음이다.
문뜩 보면 화면에는 빨간 줄(잘못된 표현 안내)이 한 그득 하다.
애써 무시하고 글을 더 써내려 간다.
4페이지에 돌입 하기 시작 하면 3천자 언저리. 이제 되었다. 최소한 한편은 올릴 수준이다.
조금 여유를 갖고 빨간 줄 들을 지워 나간다. 이야기를 잠깐 검토 해보고 수정도 하고 추가도 한다.
어느새 4페이지가 넘어서고 5페이지에 들어갈 때면 이미 3천자가 넘고 약 4천자 쯤 된다. 이제 한편이 끝났다.
글을 올리고 나서 보이지 않던 오타를 다시 훑어 보면서 찾아 본다.
한 숨을 쉬어본다. 미루다 미룬 방학 숙제를 하나 해결한 것 같다.
그러나 다시 에디터 프로그램을 켜보면 다시 백지가 다가온다.
오늘은 피곤해서.
내일은 일이 많아서.
수 많은 핑계로 미루다 끝내 결심을 서서 글을 쓰려 하면 다가오는 공포감.
백지에서 눈을 돌리면 이 공포감을 맛보지 않아도 된다.
도망치다 피하다 언제가 다시 찾아 오는 이 백지를 -
“다시 글을 채워야 하는 구나.”
중얼거리며 나는 다시 받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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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백지 공포증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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