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실 내공과 초식이 난무하는 무협보다는 파티플레이와 아기자기한 칼싸움과 마법을 사용하는 D&D계통의 환타지를 더 좋아합니다.
시중에 출판되고 있는 작품들 중에서 그러한 작품이 없나 요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얼마전 [추천]을 보고 '너럭바위'님의 <순례자>를 읽게되었습니다.
정신이 확 들더군요. 내가 찾던 바로 그거다 라는 느낌이 강렬하게 끌어올랐습니다.
단언할 수 있는건 먼치킨 물은 아닙니다. 그리고 쉽게 쓴 글도 아닌거 같습니다. 상당히 구성이 탄탄합니다. 사건의 표면 묘사보다는 글의 구성방식이나 짜임새에 더 점수를 주는 저에게는 오랜만에 보는 견실한 글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글의 표현이나 호홉이 수준미달이냐, 절대로 아닙니다. 단지 주인공의 '사투리'로 인해 거부감이 들수는 있겠지만 전라도 사람인 제가 보더라도 '훗' 웃으며 지나갈 수 있을정도의 사투리를 통해서 잘못하면 지루해 지거나 파티원간의 이해할 수 없는 애정행각등으로 빠질수도 있는 환타지 파티물의 부작용을 멎지게 해소했습니다.(그렇다고 아예 없다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아직 작품의 초입부분 밖에 읽지는 못했지만 처음과 같은 끝을 보여줄 수 있다면 상당히 좋은 작품이 될거 같습니다. 정통과 신선함과 재미라는 3가지 과제를 잘 버무려서 어느 것 하나 뒤떨어지거나 발목잡지 않고 밸런스가 좋습니다.
글의 내용이나 줄거리야 직접 읽어보시는게 백번좋기에 넘어가고 글의 퀄리티는 상당한 수준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단언하기에 은거하시고 계시는 중견작가분들에 필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지 이번 글의 초입만을 보았기에 신인작가분들의 고질적인 결말의 허함을 어떻게 극복하실건가가 과제가 되겠지만 지금부터라도 견실한 계획아래 끝을 준비한다면 좋은 글이 될거 같습니다.
그리고 일부 캐릭터의 경우 초기 구상과는 달리 정형화되어가는 타성을 조금 보이는데 출판본에서는 캐릭터의 성향보다는 캐릭터의 배경환경에 맞추어 성격과 행동묘사를 바꿔나가시면 더 좋은 글이 될거 같습니다.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