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4 기묘n쏭
작성
15.04.14 17:14
조회
1,204


  안녕하세요. 기묘입니다.

  3인칭 시점으로 글을 쓰다보니 스스로 정립이 잘 안되는 개념이 생겼습니다. ‘시점’에 관한 것은데요. 왜 3인칭 중에서도 등장인물의 시선에서 주변을 관찰하는 시점이 있고, 제3의 존재(주로 전지적작가)의 시선에서 관찰하는 시점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그 중에서 주로 전자의 관찰자적 3인칭 시점이 익숙하고, 후자는 좀처럼 잘 쓰지 못합니다.


  부끄럽지만, 제 습작에서 문장을 조금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연화는 한동안 찾아오지 않았다. 법사와 소윤은 방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연화가 준 자료를 파악하며 시간을 보냈다. 연화가 이들을 찾은 것은 자정이 거의 다 되서였다.

 

  죄송해요. 아무래도 가주님이 안 계시니 처리해야 할 일이 많네요.”

 

  돌아온 연화는 부쩍 수척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아직 일과를 마치지 못했는지 낮에 입었던 정장차림 그대로였다. 잠 잘 때도 평상시 복장인 법사도 이는 마찬가지였지만, 소윤은 커다란 토끼가 그려진 분홍색 파자마를 입고 있었다.

  연화를 뒤따라 들어온 연홍은 그런 소윤을 보더니 슬며시 얼굴을 붉혔다. 다부진 체격의 삼십대 답지 않은 귀여운 반응이었다. 연홍은 연화의 대각선 뒤쪽으로 세 걸음 떨어져 서 있었다. 아무래도 경호를 수행중인 모양이다.

  음. 보시면 3인칭이긴 하나 ‘법사 또는 소윤’의 시선에서 ‘연화 또는 연홍’을 관찰하여 서술하고 있습니다.

  1) 처리할 일이 많다 -> 대화

  2) 연화는 피곤하다 -> 수척한 얼굴이다

  3) 연홍은 부끄러워한다. -> 얼굴을 붉혔다. 귀여운 반응이다.

  4) 욘홍은 경호원이다. -> 경호를 수행중인 모양이다.

  대략, 이런 식으로 표현을 했습니다.


  문제는 이걸 전지적 시점의 3인칭으로 고칠 때인데요. 어설프지만 한 번 고쳐보았습니다. 위 4가지 정보를 최대한 직접적으로 서술해보려고 노력했어요.

  연화는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한동안 바빴다. 법사와 소윤은 방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연화가 준 자료를 파악하며 시간을 보냈다. 연화가 이들을 찾은 것은 자정이 거의 다 되서였다.


 “죄송해요. 아무래도 가주님이 안 계시니 처리해야 할 일이 많네요.”
 

  연화는 꽤 피곤한 상태였다. 연이어 일과를 처리하느라 아직 편한 옷으로 갈아 입지도 못했다. 잠 잘 때도 평상시 복장인 법사도 이는 마찬가지였지만, 소윤은 커다란 토끼가 그려진 분홍색 파자마를 입고 있었다.

   연화를 뒤따라 들어온 연홍은 그런 소윤을 보고 당황했다. 다부진 체격의 삼십대 답지 않게 그는 어리숙한 숙맥이었다. 야심한 밤에 잠옷을 입고 있는 젊은 처자와 마주치는 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그래도 연홍은 연화의 대각선 뒤쪽으로 세 걸음 위치를 절도있게 지켜섰다. 경호원으로써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음. 근데 여기서 조금 헷갈립니다. 제3의 인물로써 상황을 담담히 서술한 게 아니라, 그냥 네 인물의 시점을 모두 이동하며 글을 쓴 것 같거든요. 처음 들었던 예시가 ‘법사 소윤’의 시점이었다면, 이번에는 ‘법사 소윤 연화 연홍’ 시점을 번갈아가며 쓴 거고, 당초 목표했던 ‘제3의 전지적 인물’이란 시점과는 거리가 먼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원래 전지적 시점이 그런 건가요?


  에. 그밖에 3인칭 시점에 관한 좋은 개념이나 노하우 같은 게 있으면 이야기를 나눠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Comment ' 15

  • 작성자
    Lv.16 MirrJK
    작성일
    15.04.14 17:48
    No. 1

    그러나 연화는 한동안 찾아오지 않았다. 법사와 소윤은 방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연화가 준 자료를 파악하며 시간을 보냈다. 연화가 이들을 찾은 것은 자정이 거의 다 되서였다.

    “죄송해요. 아무래도 가주님이 안 계시니 처리해야 할 일이 많네요.”

    연화는 바쁜 업무로 인해 얼굴이 수척해져 있었다. 그녀는 일과를 마치지 못했다. 옷도 갈아입지 못하여 정창차림 그대로였다. 잠 잘때도 평상시 복장을 고집하는 법사와는 사정이 달랐다. 소윤은 커다란 토끼가 그려진 분홍색 파자마를 입고 있었다. 연화의 뒤를 따라 들어오던 연홍은 소윤을 발견하고 얼굴을 붉혔다. 그녀의 옷차림은 귀여웠다. 그답지 않은 반응이었다. 영혼은 연화의 오른편에서 세걸음 뒤에 멈춰섰다. 그는 그녀를 경호중이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MirrJK
    작성일
    15.04.14 17:48
    No. 2

    제시하신 본문을 참고로 전지적으로 수정해보았습니다. 어떠신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MirrJK
    작성일
    15.04.14 17:51
    No. 3

    제가 관찰자에 비해 전지적 시점을 선호하는 이유는 비유 및 행동 묘사때문이에요.
    맨 마지막 문장, [아무래도 경호를 수행주인 모양이다.] 보다는 [그는 그녀를 경호중이었다.] 라는 직적접인 문장이 의미가 명확하죠.
    [그녀는 아직 일과를 마치지 못했는지 낮에 입었던 정장차림 그대로였다.] 두루뭉실한 문장보다는 [그녀는 일과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정장차림 그대로 입고 왔다.] 명확하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기묘n쏭
    작성일
    15.04.14 18:51
    No. 4

    명료한 맛이 있네요. :)
    시점을 이동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서술하는 방식에도 약간 변화가 필요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5 Scintill..
    작성일
    15.04.14 18:03
    No. 5

    3인칭 서술법은 두 가지있죠. 전지적, 그리고 관찰자.

    전지적 시점은 시점은 3인칭이면서 모든 인물의 시점이라고 생각하시고 쓰시면 편합니다. 그러니까 이 생각 저 생각 모든 생각(심지어 작가의 생각까지) 다 쓸 수 있고....

    관찰자 시점은 작가가 관찰중인겁니다. ~듯했다, ~인지도 몰랐다 등등 추론적인 문장을 표현해주면 관찰자의 느낌을 살릴 수 있습니다.

    전지적 시점에서는 관찰자를 오가면서 표현해줘도 사실 큰 상관이 없습니다. 전지적이니까 어떻게 표현하건 전능한 작가의 마음이거든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기묘n쏭
    작성일
    15.04.14 18:50
    No. 6

    "관찰자 시점은 작가가 관찰중인겁니다." 에서 작가 대신 등장인물이 들어가야 맞지 않을까요?

    여담이지만 환생탑의 에이스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8 휘동揮動
    작성일
    15.04.14 19:47
    No. 7

    관찰자시점은 작가가 관찰중인 것이 맞아요. 등장인물이 관찰자가 된다면 그건 1인칭 서술이 되거든요.
    쉽게, 같은 방안에 등장인물 둘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면, 그 안에 세번째 인물로 작가가 들어가는 것이 관찰자 시점이고,
    전지적 작가시점은 방 바깥과 등장인물들의 머릿속까지 들락날락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관찰자 시점에서는 등장인물의 정확한 생각이나 의중을 작가가 알 수가 없죠. 작가가 마치 등장인물처럼 본것을 그대로 서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이건 어떤 장르적 특성과 맞물리면 굉장히 긴장감있는 글이 될 수 있어요.
    대신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작가는 모든 등장인물의 숨은 속내 하나하나까지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웃으며 악수를 청해도 그의 속내는 어떻다, 라든가 하는 식으로 서술할수가 있죠.
    보통 순수문학에서는 전지적 작가 시점이 많이 쓰여요. 사건의 전달보다 인물 심리의 깊이있는 탐색이 더 가치있다고 여기는 문단의 분위기 때문인 것 같네요.
    어떤 소설가는 '문장이 단순히 사실을 나열한다면 그것은 소설이 아니다'라고도 했죠. 즉,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이 없다면 소설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 같았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사실 위의 두가지가 칼로 선을 긋듯 확연하게 둘로 나뉜다고 보지는 않아요. 풀어나가는 글의 이미지에 적합하게 서술이나 묘사의 분위기가 바뀌는게 더 좋다고 보는거죠. 물론 시점은 통일해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명확한 구분, 즉 챕터 등으로 구별해서 시점을 바꿔주는 게 좋죠.
    역시 또 저는 사족이 길어지는군요.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기묘n쏭
    작성일
    15.04.14 19:52
    No. 8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헷갈리던 것들이 좀 잡히네요.

    제가 혼동했던 것은, 전지적 작가가 일부 등장인물(이를테면 주인공)은 심리까지 모두 알면서 다른 등장인물은 그렇지 않은, 그런 시점을 무어라 분류해야 하나 했던 거 같아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8 휘동揮動
    작성일
    15.04.14 20:01
    No. 9

    정확하지 않지만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그것은 전지적 작가 시점을 사용하면서도 의도적으로 다른 인물의 심리는 표현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싶어요.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고 반드시 모든걸 다 오픈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필요에 따라 정보의 노출을 조절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MirrJK
    작성일
    15.04.14 18:17
    No. 10

    맞아요. 전지적 시점이 되려 포괄적이죠. 제한된 정보만을 보여주다가, 일상적이거나 쉽게 넘어갈 부분은 모든 정보를 다 공개하면서 넘어갈 수 있으니까요. 되려 관찰자 시점이 소설 풀어나가는데 더 힘들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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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글
    작성자
    Lv.25 Scintill..
    작성일
    15.04.14 18:20
    No. 11

    시점은 풀어나가는 난이도에 앞서 작가의 의도한 프레임을 구축하는 하나의 장치입니다.... 글에 맞는 시점을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5.04.14 18:39
    No. 12

    저는 3인칭보다 1인칭이 더 익숙하더라고요. 소설을 쓸 때도 상황에 몰입하면서 써서 그런가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3인칭을 쓰려고 펜이나 키보드를 잡으면 3인칭을 가장한 1인칭이 나오더랍니다. 3인칭이 너무 어려워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다스게일
    작성일
    15.04.14 21:01
    No. 13

    동일한 3인칭 시점 내에서도 상당히 다양한 수준의 표현이 가능합니다. 얼마나 인물 안에 들어가서 관찰하느냐의 정도, 얼마나 한 번에 한 인물의 시점에서 오래 서술할 것인가의 정도 등등...

    참 말로 하기 힘드네요. 음... 예시는 힘들어서 일단 패스. 죄송합니다 -_-;;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기묘n쏭
    작성일
    15.04.14 21:02
    No. 14

    잉잉. 좀만 더 알려주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다스게일
    작성일
    15.04.14 21:26
    No. 15

    음... 예시글을 작성하긴 어렵구요. 이거 진짜로 광고 아닌데요.
    제 서재에 있는 소설을 보시면 1화하고 2화 모두 특정 인물을 주인공으로 서술하는 3인칭 시점인데, 문체의 느낌이 확연히 다른 걸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자세히 말로 하긴 어렵고 궁금하시면 한 번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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