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감상란의 8804번 '왕립 우주군...호불호의 명암'을 보시면 이 작품에 대한 대략적인 감상이 나와있습니다. 제가 올리려고 했는데 암절님이 먼저 올리셨더군요. 제가 느낀 것과 대부분 일치하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암절님의 감상과 이 글 사이에는 일체의 연관성이 없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허락없이 감상글을 연계시킨 점에 대해서는 암절님께 양해를 구합니다.)
왕립우주군에는 일본 장르문학과 애니메이션, 게임의 오마쥬와 패러디, 더해서 일본식 작명, 조어, 표현이 다수 등장합니다. 이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싶습니다.
광복절이 다가오니 국수주의가 고개를 드는구나...라는 것과는 관계없습니다. 제가 이 소설의 패러디를 인지하는 점 또한 제가 그 부분에 관해 친숙하거나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알고 있는 것, 친숙한 것과 장르문학소설로 정식으로 출판하는 것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왕립우주군은 전체적으로 좋은 작품입니다. 치밀한 설정과 짜임새 있는 구성. 장르문학계에 희귀한 SF소설로 드물게 주목할만한 작품입니다. 창작성에 대한 의구심은 논외로 하고, 함대전, 우주전 등의 장면묘사는 좋았습니다.
설정의 치밀함을 말하자면 제가 1권을 구매해서 임의로 물리적 수치에 관한 부분을 선택해 계산해 봤는데 거의 정확했습니다. 작가의 세심한 정성이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문제는 왕립우주군에 일본 작품에 대한 패러디와 오마쥬가 '과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작가 자신의 자연스러운 생각과 사고가 표현으로 드러난 것인지 모르겠으나, 일본식 표현이 상당수 존재합니다. 글을 자연스럽게 읽어나가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러한 표현과 내용이 연재시에는 일단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되겠죠. 하지만 출판되어 일반에 공개된다는 점에서는 아리송합니다. 왜 출간 전에 전체적인 수정이 존재하지 않았을까요?
하나 생각해 볼 것은 왕립우주군이 겨냥한 독자층이 이 작품에 포함된 패러디을 잘 이해하고 있는 독자들이고, 그들의 충성도와 구매욕을 자극해 고정독자층으로 양성하는 것입니다. 그외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대로 내용의 참신함에 반해서 이 책을 대여 또는 구매하게 되겠죠.
두번째는 작가 자신의 강력한 의지로 인해 작품의 내용이 여과없이 출판된 것입니다. 설마 출판사측에서 패러디를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되겠죠. 패러디가 작품에 색깔을 덧입히는 역할도 하지만, 분명히 작품의 전체적인 일관성.. 아아 쉽게 말해 작품성을 심하게 떨어뜨리는 암초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출판물에 등장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일본식 조어와 표현들도 일반인으로서는 쉽게 소화하기 어려운 것이겠죠. 작가의 의도에 비롯된 것이 아니라면 표현에 한해서는 작가의 역량을 되새겨 봐야하는 부분입니다.
다른 하나는 고무판-고무림에서 왕립우주군이 연재되었다는 점입니다. 제가 분명히 기억하기론 금강님이 예전에 적으셨던 글 중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NT노벨로 나오는 일본 번역 소설들의 저가공세는 장르문학계에 있어서는 우려할 만한 사항이다. 이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장르문학의 폭을 확대시켜야 한다.'
즉 고무판은 일본번역소설에 대해서 대립된 축을 형성하고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왕립우주군은 일본의 장르문학, 애니메이션과 연계된, 즉 이 것을 소스로 해서 거진 재생산된 것과 다름없는 작품입니다. 작가 자신의 창작 또한 존재하지만, 작품 특유의 재미로 본다면 전자에 무게가 실립니다. 그리고 그 왕립우주군이 고무판에서 연재되어 좋은 평을 받고 있단 말이죠. 이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장르문학의 폭을 좁히자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본장르문학에 대한 노골적인 패러디와 오마쥬가 가미된 작품이 고무판에서 연재되어 출간되었다는 것을 일단 이해할 수 없고,
그리고 만화에서 따온 표현과 묘사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경향에 더해서, 일본장르문학의 번역투, 조어마저 그대로 빌려오는 점 또한 우려할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표현에 관해서는 실생활에서도 쓰니 그리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분이 많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러한 표현들이 패러디와 더해지면서 더욱 두드러져 보인 것은 저뿐일까요?
ps. 삭제되는 걸 싫어해서 적절히 생략과 여과의 멋을 살려서 글을 올리려고 했으나, 본심을 말하기 위한 수위조절이 너무 어렵더군요. 실패하고 그냥 한담란에 솔직하게 적습니다.
개인적으로 별로 논란이 될 것 같진 않습니다. 댓글도 잘 안달리는데, 논란이 생길리가 있겠습니까? 공감하는 분이 있을런지 궁금합니다.
삭제되더라도 이 글의 내용에 동의하는 분이 더 있는 걸 확인한 후였으면 합니다. 그래야 헛짓꺼리 한게 되지 않으니까요.
ps2. 제목수정했습니다. 조회수 좀 늘려보자고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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