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무료 연재만 두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오히려 예전 무료연재 시절이 요즘보다 연재를 중단하기가 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고려해야 할 것이 오직 하나뿐이었죠.
- 독자를 배신할 것이냐 말 것이냐
예전에는 출판을 기대하면서 연재하더라도 작가연재가 아닌 다음에는 기본적으로 취미에 가까운 글쓰기였습니다. 독자들도 그렇게 인식했고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더욱 더 프로의식이 요구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추어들끼리 소설을 쓰고 읽으려면 제대로 완결을 낸다는 약속이 지켜지는 것이 기본이라는 생각이었을까요?
아니면 결과에 상관없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아마추어 정신이 요구되었던 걸까요?
어느 쪽이건 간에 예전에는 무료로 연재하던 작품이라도 어느 날 특별한 이유없이 중단하는 것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금기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지금도 환영받을 일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유료연재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서,
한 번쯤 꿈꾸었다가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포기했던 전업작가라는 꿈을 다시 찾아 돌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별로 반응도 없는 소설을 끝까지 연재하라고 요구하는 독자들은 많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전업을 꿈꾸는 사람이 미련스럽게도 이미 죽은 자식을 보내지 못하고 만지작거리고 있다면 그게 더 어리석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작품이라고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는데, 완결을 내려면 몇 달이 걸릴지 모르는 실패한 작품을 계속 끌고 간다는 것은 그냥 아마추어로서 취미생활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얘기니까요.
그래도 그렇게 하려고 했습니다.
완결도 내봤고 출판도 해봤지만, 성적과 상관없이 내가 쓰고 싶은 소설을 이 시스템 상에서 한 번 완결을 내보고 싶었습니다.
더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예전 버릇이 남아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 소설을 재미있게 읽어 주시는 분들을 배신하기 싫다는 마음이지요.
그래서 유료연재 신청했고, 어제 계약서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체국에 가지고 가려다가 현관에서 다시 돌아와 앉아서 이 한담을 쓰고 있는 겁니다.
전화 주신 문피아 관계자께서도 이 조회수로 유료 연재했을 때의 결과를 잘 생각해보신 거냐고 걱정해주시더군요.
단지 수익이 없을 거라는 걱정이 아니라, 그럼에도 끝까지 완결을 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걱정이었겠지요.
단순히 이 소설로 돈을 벌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라 이 소설이 다른 생업에 지장을 주게 될 거라는 뜻입니다.
문득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지 싶네요.
제 독자님들께는 죄송하지만, 그분들도 제 소설이 최근의 흥행 코드와는 꽤 거리가 있다는 사실은 잘 아실 겁니다.
요즘 드라마가 아무리 막장이라고 욕을 먹더라도 결국 돈을 버는 건 임성한이듯이, 전업작가를 꿈꾼다면 트렌드에 따라서 연재를 이어갈지 여부를 15화 이내에 결정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예 몇 화 이내에 조회수 몇 회 이상, 연독률 몇 퍼센트 이상이라는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연재를 중단하는 게 현명하다는 가이드라인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혹시 이미 그런 게 있는 건 아닐까요?
연독률이라는 건 어떻게 계산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연중의 조건은 어떤 것인지 한 번 여쭙고 싶습니다.
잘 경청하고, 내일까지 고민해보고, 이 계약서를 발송할지 여부를 결정하려고요.
그럼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Comment '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