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최신허생전(2005. 3. 11.)

작성자
글그린이™
작성
05.03.11 16:58
조회
792

최신허생전(2005. 3. 11.)

허생은 각종 커뮤니티 특히, 문학관련 커뮤니티의 게시판에 살다시피 했다. 컴퓨터를 켜자마자 곧장 로그인하면, 왼쪽에는 두루마리 휴지가 있었고, 오른쪽에는 컵라면이 있었는데, 두어 칸 방은 쓰레기조차 비우지 못하고 다리도 쭉 펴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허생은 게시판 읽기만 좋아하고, 그의 여자친구가 게시판에서 글을 삭제하는 알바를 하며 입에 라면 국물을 칠했다.

하루는 그 여자친구가 몹시 얼굴이 불어터져서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글을 쓰지 않으니, 게시판을 들락거려 무엇 합니까?"

허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타자치는 일을 익숙히 하지 못하였소."

"그럼 연애소설이라도 못 쓰시나요?"

"연애소설은 이모티콘을 가져다붙이고 너도나도 서열0위면 인기가 있으나, 이모티콘과 폭력이 싫은 것을 어찌 하겠소?"

"그럼 판타지는 못 쓰시나요?"

"판타지는 개념을 말아먹은 미소년과 골빈 엘프가 나오고 초딩과도 같은 드래곤이 등장하며 상황에 맞지도 않는 마법과 굴러다니는 말 뼈다귀도 소드마스터, 그 외에도 하렘을 하면 인기가 있으나, 그렇게 하자면 설정이 마구 어긋나고 낯이 근질거리는 것을 어찌 하겠소?"

"그럼 무협은 못 쓰시나요?"

"무협은 먼치킨이고 무조건 깽판을 치면 인기가 있으나, 그러려면 억지로 기연을 맺고 숭늉마시고 이 쑤시는 격으로 영약을 퍼 먹여야 하며 다른 등장인물은 대부분 바보로 만들고 봉황을 타고 다니며 수많은 여인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유린해야 하거늘, 어찌 하겠소?"

"그럼 역사소설은 못 쓰시나요?"

"역사소설은 과학기술을 가진 현대인이 과거로 가서 다른 나라 특히, 일본을 이겨버리면 인기가 있으나,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국제적 역학관계와 시대의 인식을 모조리 무시하고 우리는 잘났다는 식으로 딸딸이 쳐야 하는 걸 어찌 하겠소?"

여자친구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게시판의 글을 읽더니 기껏 '어찌 하겠소?'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연애소설도 못 쓴다, 판타지도 못 쓴다, 무협도 못 쓴다면, 비평이라도 못 하시나요?"

허생은 익스플로러를 작업표시줄로 내리면서,

"아깝다. 내가 본좌 찌질이 짓 십 년을 기약했는데, 인제 오 년인걸……."

하고 다른 익스플로러를 열었다.

허생은 원래 유령회원이라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질문답변 게시판으로 가서 아무에게나 붙들고 물었다.

"누가 게시판에서 추천과 선호와 꼬리말을 가장 많이 받소?"

변 씨(卞氏)를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허생이 곧 변 씨의 싸이를 찾아갔다. 허생은 변 씨를 대하여 도토리 몇 개를 선물하고 말했다.

"내가 쓰레기 글을 써서 돈 좀 벌려고 하니, 출판사를 소개시켜주시기 바랍니다."

변 씨는 "그러시오." 하고 당장 소개시켜주었다. 허생은 방명록도 쓰지 않고 가 버렸다. 변 씨 집의 빠돌이들이 허생을 보니 거지였다. 배경음악도 없었고, 아바타는 벌거벗고 있었으며, 방명록에 욕을 하려고 해도 방명록을 없애놓았다. 허생이 가자, 빠돌이들이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 시발라마를 아시나요?"

"모르지"

"아니, 이제 하루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찌질이에게 출판사를 소개시켜주고 성명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변 씨가 말하는 것이었다.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남의 글에 꼬리말을 달러오는 사람은 으레 자기가 대단히 똑똑한 것처럼 하고, 싸움이 붙으면 절대 지지 않으려 하며, 알지도 못하는 말을 끌어다 쓰다가 망신을 당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저 객의 아바타는 벗었으나, 몸매가 호리호리하고 엉덩이가 풍성한 것으로 보아 므흣한 여자가 틀림없다. 어차피 개나 소나 쓰레기 글을 써서 돈을 벌겠다고 나서는 판국에, 기왕이면 여자와 잇힝한 관계를 만들려는 것이다. 도토리를 안 주면 모르되, 이왕 출판사를 소개시켜준 마당에 필명은 물어 무엇 하겠느냐?"

허생은 출판사를 소개받자, 다시 찌질이 짓을 하지 않고 글을 써서 문학관련 커뮤니티에 올렸다. 처음에는 연애소설을 썼다. 이모티콘과 느낌표(!)와 물음표(?)와 말줄임표(······)만 많이 쓰면 용량을 부풀리기도 좋았고 뻥뻥 띄워서 글을 써도 빠순이들이 잘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쓴 것은 판타지였고 그 다음 쓴 것은 무협, 역사소설이었다. 그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나오는 대로 나불거리며 썼다. 독자들이 이렇게 써달라고, 저렇게 써달라고 하면 무조건 들어주었다. 주제도 없었고 미리 만들어둔 줄거리조차 없었으며 일단 쓰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베끼기는 일도 허다했다. 사실, 알고 보면 주인공의 이름과 몇 가지 에피소드만 바뀔 뿐,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어떤 게 어떤 글인지 허생조차도 몰랐지만 어쩔 수 없었다. 소설로서의 내외적인 요소를 갖추면 오히려 인기가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허생은 수많은 추천과 선호와 꼬리말을 얻었다. 대부분 '속이 시원합니다', '정말 화끈하네요', '너무 야해서 좋았습니다', ‘웃겨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는 식의 찌질성의 추천하는 글도 많이 얻었다. 책을 읽는 재미와 웃겨서 웃는 재미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초딩적인 감상이었으나 허생은 상관하지 않았다. 출판하려면 무조건 인기가 좋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다른 작가들도 그런 식으로 쓰레기 글을 썼으나 허생은 한 달에 열 권의 글을 써댔기 때문에 도무지 허생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말하자면 흔히 말하는 공장식 쓰레기 글이었다.

그리하여 드디어 소개받은 출판사와 여기저기에서 앞 다투어 출판제안을 했다.

"이따위 쓰레기 글로 출판계를 좌우했으니, 우리나라의 문학계를 알만하구나."

그는 다시 동사무소에 가서 몇 만원 주고 출판사를 등록한 후에 자기 글을 직접 출판하며 말했다.

"만약 내 글이 출판되지 않으면 대여점이 망할 것이다."

허생이 이렇게 말하고 과연 그렇게 되나 시험해보았더니 얼마 안 가서 대여점이 다 망했다.

허생은 서버 관리자를 만나 말을 물었다.

"혹시 쓰레기 글을 쓰는 작가와 그것을 좋아하는 찌질이 독자들을 데리고 놀만한 게시판이 없는가?"

"있습지요. 언젠가 바이러스와 웜을 먹고 컴퓨터가 지랄을 했는데, 친일파 찌질이와 초딩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게시판을 발견했습니다. 그쪽 알바는 온갖 욕설과 비방이 담긴 글도 삭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므흣한 사진과 동영상도 대놓고 공유하니, 쓰레기란 쓰레기는 다 모여들어서 찌질이 짓을 해도 아무도 놀라지 않습니다."

그는 대단히 기뻐하며,

"자네가 만약 나를 그 곳에 데려다 준다면 함께 본좌급이 될 걸세."

라고 말하니, 서버 관리자가 그러기로 승낙을 했다.

드디어 링크를 타고 그 게시판에 이르렀다. 허생은 실망하여 공지를 띄웠다.

"게시판에 이렇듯이 꼬리말을 붙여주지 않으니, 무엇을 해 보겠는가? 무릇 이 게시판의 관리자가 군대에 갔기에 그나마 얼마는 버틸 수 있겠구나."

"제대로 된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대체 무엇을 한단 말씀이오?"

서버 관리자가 말이었다.

"찌질이 짓을 하다보면 사람이 절로 욕을 하며 모인다네. 내가 쓰레기 글을 썼을 때에도, 내 글을 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재미있어 하며 몰래 읽어주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지. 도로 개념이 생길까 두렵지, 꼬리말이 없는 것이야 근심할 것이 있겠나?"

이 때, 문학관련 커뮤니티의 게시판에 수천의 시발라마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아무 글이나 원츄 날리며 책으로 사보겠다고 해놓고는 사실은 P2P로 받아보는 폐인들이었다. 각 서버에서 알바를 뽑아 공유하는 글을 삭제하였으나 좀처럼 게시판의 질서가 잡히지 않았고, 시발라마들도 나가 활동을 못해서 덜덜덜, 하며 곤란한 판이었다. 허생이 시발라마의 싸이를 찾아가서 초딩 같은 독자들을 달래었다.

"한 명이 책 열 권을 빌려와서 돌려 읽으면 얼마나 걸리오?"

"일인당 한 시간이면 충분하니 하루도 안 걸리죠. 요즘 책이 좀 얇습니까?"

"모두 개념이 있소?"

"없소."

"저작권은 아시오?"

시발라마들이 어이없어 웃었다.

"개념이 있고 저작권을 아는 놈이 무엇 때문에 P2P를 쓴단 말이오?"

"정말 그렇다면, 왜 개념을 챙기고 저작권을 알려고 하지 않는가? 그럼 시발라마, 폐인, 초딩이라는 소리도 안 듣고 살면서, 직장을 얻으면 집에는 어머니께서 차려주는 따뜻한 밥을 먹을 것이요, 정당히 돈을 주고 책을 사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서 책을 읽을 것인데."

"아니, 왜 바라지 않겠소? 다만 돈 주고 살만한 책이 없잖소. 요즘 책은 백 원 주기도 아깝소."

허생은 웃으며 말했다.

"P2P로 다운받으며 읽으며 어찌 돈을 걱정할까? 내가 능히 당신들을 위해서 쓰레기 글을 읽게 해줄 수 있소. 내일 어디서 오프모임에 나와 보오. 붉은 깃발을 단 봉고차가 모두 내 쓰레기 책을 실은 차이니, 마음대로 가져가구려."

허생이 그들과 언약하고 사라지자, 모두 그를 또라이라고 비웃었다.

이튿날, 시발라마들이 오프모임에 나가 보았더니, 과연 허생이 자기가 썼던 쓰레기 책 백만 권을 싣고 온 것이었다. 모두들 대경(大驚)해서 허생 앞에 줄지어 절했다.

"오직 본좌의 명령을 따르겠소이다."

"너희들, 힘껏 책 백 권도 못 지면서 무슨 독서를 하겠느냐? 인제 너희들이 공방양민이 되려고 해도, 개념이 없어졌으니, 갈 곳이 없다. 내가 여기서 너희들을 기다릴 것이니, 한 사람이 이 쓰레기 책 백 권씩 가지고 가서 다른 개념 없는 놈에게 팔아 두루마리 휴지 한 박스, 라면 다섯 박스씩 바꿔오너라."

허생의 말에 시발라마들은 모두 좋다고 흩어져 갔다.

허생은 몸소 천 명이 1년 동안 탁탁탁 할 사진과 동영상을 준비하고 기다렸다. 시발라마들이 빠짐없이 모두 게시판으로 몰려왔다. 드디어 다들 게시판에서 탁탁탁을 즐기니 문학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시끄러운 일이 없었다.

그들은 게시판을 여러 개 만들고 말 잘 듣는 알바를 고용하여 각종 쓰레기 글을 써댔다. 그리고 그것을 일본과 중국에 수출하여 고기를 많이 낚았다. 그러자 과거사 문제와 독도 문제로 찌질거리던 일본과 동북공정으로 고구려가 어쩌고, 간도가 어쩌고 하던 중국은 낚시질에 낚였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덥썩덥썩 또는, 파닥파닥 하였다.

허생이 탄식하면서,

"인제 나의 조그만 시험이 끝났구나."

하고, 이에 시발라마 천 명을 모아 놓고 말했다.

"내가 처음에 너희들과 이 게시판에 들어올 때엔 먼저 탁탁탁을 하게 한 연후에 따로 외계어를 창조하여 인터넷소설을 새로 정의하려 하였더니라. 그런데 본래 소설이라는 것은 문학이요, 문학은 예술이라, 역시 고민하지 않고는 글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인제 여기를 떠나련다. 다만, 탁탁탁을 하거들랑 문을 잠그고 하고, 라면을 먹으면 엎지르지 말도록 하여라."

게시판에 연결된 링크를 모조리 끊으면서,

"가지 않으면 오는 이도 없으렷다."

하고 외계어를 쓰지 못하게 하며,

"그래도 쓰레기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쓰겠지. 한글은 배운 어른도 구사하기 쉽지 않거늘, 하물며 정신적인 초딩이 어디서 되지도 않는 외계어를 구사함이랴!"

했다. 그리고 글을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알바를 골라 모조리 탈퇴시키면서,

"이 게시판이 자폭하도록 만들어야 되지."

했다.

허생은 커뮤니티를 두루 돌아다니며 자신이 쓴 쓰레기 글로 된 책을 가난하고 의지 없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 똥을 닦을 때 쓰도록 했다. 그러고도 책이 십만 권이 남았다.

"이건 변 씨에게 갚을 것이다."

허생이 가서 변 씨의 싸이에 가서

"나를 알아보시겠소?"

하고 묻자, 변 씨는 놀라 말했다.

"이제는 아바타가 남자니, 혹시 군대를 가고 싶어 성전환을 하였소?"

허생이 웃으며,

"나는 원래 남자요. 그런데 책 십만 권이라 새로 나타난 찌질이들에게 읽도록 하시오."

하고, 십만 권을 변 씨에게 내놓았다.

"내가 폐인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게시판의 글 읽기를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출판사를 물었던 것이 부끄럽소."

변 씨는 대경해서 일어나 도토리를 돌려주었다. 허생이 잔뜩 역정을 내어,

"당신은 나를 다람쥐로 보는가?"

하고는 방명록도 쓰지 않고 가 버렸다.

변 씨는 가만히 아이피를 추적해보았다. 그리고 허생이 자주 나타난다는 게시판에서 알바에게 변 씨가 말을 걸었다.

"저 싸이가 누구의 싸이오?"

"허 생원 싸이입지요. 가난한 형편에 게시판의 글 읽기만 좋아하더니, 하루아침에 쓰레기 글을 쓰겠다고 5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으시고, 시방 여자친구 혼자 사는데, 집을 나간 날로 메신저에서 삭제했습지요."

변 씨는 비로소 그의 성이 허 씨라는 것을 알고 탄식하며 돌아갔다.

이튿날, 변 씨는 도토리를 모두 가지고 그 집을 찾아가서 돌려주려 했으나, 허생은 받지 않고 거절했다.

"내가 싸이를 꾸미고자 쓰레기 글을 썼다면 책 백만 권을 버리고 도토리를 받겠소? 이제부터는 당신의 도움으로 싸이를 꾸미겠소. 당신은 가끔 나를 와서 쪽팔리지 않을 정도로 방명록이나 써주고 배경음악이나 깔아주오. 싸이가 그런 정도면 족하지요. 왜 일촌신청 때문에 정신을 괴롭힐 것이오?"

변 씨가 허생을 여러 예쁜 처자들과 일촌을 맺도록 권유하였으나,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변 씨는 그 때부터 허생의 싸이에 몸소 찾아가 관리를 해주었다. 허생은 그것을 흔연히 받아들였으나, 혹 못생긴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주면 불편한 기색으로,

"나에게 폭탄을 갖다 맡기면 어찌하오?"

하였고, 혹 두루마리 휴지나 들고 찾아가면 아주 반가워하며 서로 탁탁탁을 즐겼다.

이렇게 몇 해를 지나는 동안에 두 사람 사이의 정의가 날로 두터워 갔다. 어느 날, 변 씨가 5년 동안에 어떻게 백만 권이나 되는 쓰레기 글을 썼던가를 조용히 물어 보았다. 허생이 대답하기를,

"그야 가장 알기 쉬운 일이지요. 마우스에는 원래 왼쪽 버튼과 오른쪽 버튼이 있는데, 복사할 곳을 마우스로 긁은 후에 색깔이 반전되면 오른쪽 버튼을 눌러 복사를 선택하고, 다시 다른 곳에 붙여넣기를 하여 주인공의 이름만 좀 바꾸고 에피소드만 몇 가지 추가하여 제목을 바꾸면 새로운 쓰레기 글이 되지요. 원래 독자들이 찌질하면 좋은 글과 쓰레기 글을 구분하지 못하는 법이라, 그저 몰라도 어려운 말 좀 가져다 쓰고, 좀 웃겨주고, 주인공을 어쨌든 먼치킨으로 만들어서 왕따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하렘으로 인기 없는 추남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일진회에 대한 환상이나 심어주고, 주인공 외에는 다 바보로 만들고, 영지는 아무라도 경영하면 부자 땅이 되는 것처럼 해놓고, 싸우면 무조건 이기는 것으로 환호하게 만들고, 여자들도 옷을 훌렁훌렁 벗고 덤벼들게 하면 책으로 탁탁탁을 하게 하는 경지에 이를 수 있소. 소설이라 하면 본래 문학이라는 예술이나, 개나 소나 쓸 수 있는 것처럼 자기만족성으로 한정하면 독자들이 저절로 더 찌질해져서 다음 글을 올려달라고 아우성치며 알아서 추천까지 해주니 이보다 더 쉬운 일이 어디 있습니까?"

"처음에 내가 선뜻 출판사를 소개시켜줄 줄 알고 찾아와 청하였습니까?"

허생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당신만이 내게 꼭 소개시켜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능히 요즘 책이라도 한 번 내보았다는 사람치고는 누구나 다 소개시켜주었을 것이오. 저런 글도 출판하는데 하며, 자신의 글이 쓰레기 글이 아니라고 안심한 것이 아니오? 내 스스로 나의 재주가 족히 백만 권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타이밍은 하늘에 매인 것이니, 독자들이 찌질하지 않았다면 그것을 어찌 알겠소? 그러므로 능히 나의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은 나보다 더 쓰레기 글을 쓰는 사람이라, 반드시 더욱더 많은 책을 팔아먹고자 할 텐데 어찌 소개시켜주지 않았겠소? 이미 출판사를 소개받은 연후에 바로 출판하지 않고 게시판에 쓰레기 글을 올리며 이벤트니 뭐니 한 것은, 책의 광고를 위함이었습니다."

변 씨가 이번에는 딴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문학관련 커뮤니티의 비평가들마다 서로 자기가 많이 안다면서 유식한 듯 비평을 하는데, 지금이야말로 도배의 신공을 뽐내고 일어설 때가 아니겠소? 본좌의 그 재주로 어찌 괴롭게 파묻혀 지내려 하십니까?"

"어허, 자고로 묻혀 지낸 본좌가 한둘이었겠소? 우선, 을룡타는 능히 일본 고이즈미의 뒤통수를 후려칠 만 하였으나 반칙이라는 이유로 퇴장 당하였고, 싱하 형 같은 분은 군대에 갔을 것이라는 소문만 남기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고 있소. 나는 쓰레기 글이나 쓰는 사람이라, 내가 쓴 백만 권의 쓰레기 책은 능히 중국과 일본에 제2의 한류를 일으킬 만 하였으나 모두 똥 닦이로 쓴 것은 당최 한국의 작가와 독자와 출판계를 어찌 볼까 두려웠기 때문이었지요."

변 씨는 한숨만 내쉬고 돌아갔다.

변 씨는 본래 잘난 척하는 비평가, 이완과 아는 사이였다. 이완이 당시 유명한 문학관련 커뮤니티에서 본좌가 되어서 변 씨에게 씹을 거리가 없는지를 물었다. 변 씨가 허생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이완은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이 필명이 무엇이라 하던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소인은 그분과 상종해서 3년이 지니도록 여태껏 필명도 모르옵니다."

"그인 개죽이급 본좌야. 자네와 같이 메신저를 해보세."

밤에 이완은 빠돌이들도 다 물리치고 변 씨만 데리고 허생과 메신저로 대화를 시도했다. 변 씨는 이완을 기다리게 하고 혼자 먼저 들어가서, 허생을 보고 이완이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허생은 못 들은 체하고,

"당신 다운받은 므흣한 동영상이나 어서 이리 보내시오."

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탁탁탁을 즐기는 것이었다. 변 씨는 이완을 초대해놓고 방가방가도 하지 않는 것이 민망해서 자주 말하였으나, 허생은 대꾸도 않다가 탁탁탁을 거나하게 하고 나서야 비로소 방가방가하며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이완이 착한 가슴의 처자 사진을 보내도 허생은 바탕화면으로 등록하지 않았다. 이완은 몸 둘 곳을 몰라 하며 커뮤니티에서 씹을 거리를 찾는다는 뜻을 설명하자, 허생은 손을 저으며 막았다.

"사진 한 장 보내놓고 썰이 길다. 너는 지금 무슨 일로 찌질거리느냐?"

"친한 사람이나 나보다 똑똑해 보이는 글은 칭찬해주고, 나머지는 무조건 깝니다."

"그렇다면 너는 커뮤니티에서 제법 아는 척을 했겠군. 내가 소설에 대해서 말해주겠다. 소설은 워낙에 정의가 다양하니 말하지 않겠으나 예술인 문학의 한 장르인 것은 확실하며 주제, 구성, 문체가 3요소이다. 하지만 요즘의 인터넷소설은 대체 주제가 무엇인지 즉, 뭘 말하자는 것인지 모르겠으며 구성도 엉망이라서 생각도 하지 않고 일단 써가다가 손이 닿는 대로 쓰는 것 같다. 게다가 문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어서 묘사와 서사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데다가 늘 콰콰쾅, 으아아악, 퍼퍼퍼퍽 등의 의성어가 대부분이고 그나마 문장과 문단조차 구분하지 못하니 이를 어찌 소설이라고 한단 말이냐? 인터넷소설이라고 해서 소설이길 포기했단 말이냐? 내 문학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추구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는 하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어야 하지 않겠느냐? 대학에 가서 소설에 대해 연구하란 얘기가 아니다. 그저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키보드를 두드리기 이전에 소설이 무엇인지 잠시 공부라도 하란 말이다.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

이완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그렇게 하면 못 알아듣습니다. 제이(第二)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

했다.

"나는 원래 '제이'라는 것은 모른다."

하고 허생은 외면하다가, 이완이 자꾸 므흣한 사진을 보내 결국 말을 이을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작가, 독자, 출판사들이 쓰레기 글과 좋은 글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 알면서도 돈에 눈이 멀어서 외면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도 쓰레기 글은 싫다고 하면서도 뒷구멍으로는 그러한 쓰레기 글을 보면서 킬킬거릴 뿐만 아니라 쓰레기 글을 비난한다는 사람들도 버젓이 쓰레기를 게시판에 올려댄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말이지. 요즘 비평하는 것만 보면 쓰레기 글이 곧 없어질 것처럼 비장하다. 그러나 실상은 오히려 쓰레기 글이 더 범람하고 좋은 글은 묻혀버리고 말지. 오늘부터라도 과감히 쓰레기 글에 대한 선호를 삭제하고, 좋은 글을 찾아 읽으며, P2P 등으로 다운 받지 않을 것을 맹세할 수 있겠느냐?"

"개념이 없어 못 알아듣겠습니다."

했다.

"이것도 못 알아듣겠다, 저것도 못 알아듣겠다 하면 도대체 무엇을 씹겠다는 말이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무릇, 글을 쓴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요즘 글을 쓰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일이 쉬우니 누가 소설을 어렵게 생각하고 공부하려고 하겠느냐? 덕분에 개나 소나 끄적거려서 인기 좀 얻으면 출판을 하려고 드니, 게시판에 공지로 소설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과 제반 필요한 지식들을 먼저 보게 하여 글을 올리도록 하겠느냐?"

"작가들이 모두 대책도 없이 글을 쓰는데 누가 일일이 공지를 확인하겠습니까?"

허생은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비평가란 것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익명이나 다름없는 닉네임이나 필명으로 활동하면서 감히 비평가라 뽐내다니, 이런 이율배반적인 일이 있느냐? 이른바 그럴 듯한 말만 늘어놓고, 친한 사람의 역성이나 들고, 좋은 글을 찾아내는 데에는 게으르며, 내가 정의하는 것만이 옳다며 그때까지 배운 지식으로 곡학아세하니 어찌 비평가라 할 것인가? 싫은 소리 좀 하면 우르르 몰려들어서 다구리나 치고, 자성을 촉구하면 그렇지 않는 것이 쥐꼬리만큼 있다면서 그것을 핑계 삼아 움직이려 들지 않고 굳이 내버려두며, 절대 처음 본 것 이상의 다른 면을 살피려 들지 않으며, 한편으로는 개념 없는 글을 욕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서 서로 추켜세우는 짓을 하지 않느냐? 그래도 어찌 비평가로서 씹을 거리를 찾는다고 하겠는가? 비평가라는 게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너 같은 자는 아이피를 추적하여 해킹해야 할 것이다."

하고 사이트를 검색하여 해킹프로그램을 다운받는 것이었다. 이완은 방화벽이 깜빡거리자 놀라서 컴퓨터를 꺼버렸다.

이튿날, 친한 사람들을 데리고 다구리하려고 다시 게시판에 찾아갔더니, 허생은 회원탈퇴하고 간 곳이 없었다.

---

허생전은 여러 모로 풍자하기가 좋군요.

이것은 비난입니다.

너부터 잘 해라는 말은 사양합니다. 저는 대통령에게 욕 한 번 하기 위해 대통령이 되고 싶지도 않고, 국가축구대표팀의 정신력을 탓하기 위해 국가축구대표가 되고 싶지도 않으니까요. 이 말을 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일은 우리 모두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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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70 한담 후아암, 돌아왔습니다...... +6 Lv.9 해적정신 05.03.11 261 0
14669 한담 새로운 기능을 이용해 봅시다. +8 Lv.99 드폰 05.03.11 565 0
14668 한담 가 인 님의 남아일생이 조금 이상하네요.. +4 Lv.1 무협좋아! 05.03.11 1,154 0
14667 한담 [추천] 클라우스학원 ^^ +9 Lv.59 bbar98k 05.03.11 661 0
14666 한담 연혼벽을 찾으려면...... +7 Lv.1 무타용병단 05.03.11 675 0
14665 한담 궁귀 작가님..흥흥..너무합니다~! +6 Lv.1 [탈퇴계정] 05.03.11 1,104 0
14664 한담 죄송합니다 출판일이 좀 미루어 질듯 합니다. +5 Lv.1 임용 05.03.11 542 0
14663 한담 ㅠ.ㅠ 책이 책이 +6 Lv.1 Linkinpa.. 05.03.11 422 0
14662 한담 [목풍아] - 오늘 이연참 들어갑니다. +13 Lv.8 판관필 05.03.11 380 0
14661 한담 추천]숨겨진 보물? 이라할만한 소설 +9 Lv.1 오행 05.03.11 2,605 0
14660 한담 저 군대로 복귀합니다. +13 Lv.17 파천 05.03.11 680 0
14659 한담 선작 무법자가 계속 N이 뜨는데 새글은 없고 왜 이... +3 Lv.37 주지자 05.03.11 641 0
14658 한담 추천 한 분 하구요. 질문 하나랍니다. +18 Lv.13 묘한[妙翰] 05.03.11 669 0
14657 한담 목풍아 추천합니다>ㅁ</// +1 련[漣] 05.03.11 344 0
» 한담 최신허생전(2005. 3. 11.) +16 글그린이™ 05.03.11 792 0
14655 한담 추천]화끈하고 독하고 여자 밝히는 소설 ~! +16 Lv.1 오행 05.03.11 2,213 0
14654 한담 쌩뚱맞은 질문 ㅡ.ㅡ +18 Lv.1 무운혈풍 05.03.11 362 0
14653 한담 판타지나 게임판타지 잼난거 없을까요? +7 Lv.1 돛단배 05.03.11 667 0
14652 한담 이 소설 제목좀 알려주세요. +13 Lv.1 샤이카 05.03.11 575 0
14651 한담 그냥 한번 생각해본것.... +14 Lv.99 운룡 05.03.11 287 0
14650 한담 종횡무진 3권 분량 삭제. +13 Lv.10 송현우 05.03.11 638 0
14649 한담 연담SCV님의 모든 것.... +15 Lv.9 김민석™ 05.03.11 572 0
14648 한담 [추천]벽오금학도. +11 Lv.1 남궁훈 05.03.11 1,274 0
14647 한담 그냥 놀자고 한 것은 아니지만..^^ +4 풍운산인 05.03.11 333 0
14646 한담 몇년전 무협 추천 +6 Lv.23 풍이풍 05.03.11 618 0
14645 한담 <추천> 작연란 임영기님의 '쾌검왕' +2 Lv.1 眞如 05.03.11 579 0
14644 한담 기달릴거에여 ~~ 추천 해줄 때까지 ㅡㅡ;; +9 Lv.1 독서의제왕 05.03.11 481 0
14643 한담 쿠힐 =ㅅ=;; +4 Lv.92 흑색숫소 05.03.11 133 0
14642 한담 여긴 연재한담이거든요. +26 Personacon 연담지기 05.03.11 719 0
14641 한담 외국에서 무협 빌려보기!!!!! 쩝 +22 Lv.1 男國 05.03.11 98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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