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문학은 말 그대로 환상 문학입니다. 현실의 제약에 관계 없이 작가가 상상하는 세계가 있는 그대로 그려지는 것이 판타지 문학의 특징이자 장점이죠.그렇지만 최근의 한국 판타지 도서는 더 이상 판타지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그 격이 떨어졌습니다. 이영도, 전민희 급의 작가분들 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기만의 세계관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시는 분들이 있다지만 요즘 출판되는 대부분의 소설이 사실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세계관, 같은 플롯, 같은 캐릭터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그 출판되는 글들도 그나마 괜찮은 평가를 받아서 출판이 된 것일텐데요.
어느정도 설정의 제약을 받는 SF나 순수문학보다도 글 속의 세계가 식상한 글을 진정한 판타지 문학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사실상 지금의 판타지소설은 무협 대본소 소설과 동급이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뽕빨물, 개연성 파괴, 철저한 상업주의 등의 단점을 들어 폄하하는 라이트노벨이 오히려 지금의 판타지 소설보다 더 적극적으로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느껴지시지 않습니까? 세계관 표절과 자기복제가 난무하는 요즘 작품을 보면 정말 한숨만이 나올 뿐이지요. 양산형 판타지 소설이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쓰일 정도로요.
물론 대중소설이기에 상상력이 빈약해도 재미만 있으면 된다고 하시는 분들 또한 있습니다. 사실 고전의 반열에 오른 몽테크리스토 백작도 흔한 복수극을 아주 맛깔나게 쓴 대중소설이지요. 그렇지만 판타지 소설에서의 상상력의 부재는 글의 재미를 앗아가버린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합니다. 있을 수 없는 공상의 세계를 누비는 것을 핵심적인 매력으로 삼는 환상문학에서 그 최고의 장점을 포기하는 것이니까요.
돈을 벌려면 글에 대한 작가로서의 양심을 파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시는 분들은 솔직히 하고싶지 않은 말이긴 합니다만 저급한 글이라고밖에 드릴 말씀이 없네요. 먹고살기를 위한다는 것이 하향 평준화된 판타지 문학에 대한 변명일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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