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4.07.01 00:10
조회
1,659

먼저 키르기스님을 향한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그저 아래 글을 읽고 예전에 읽어보았던 다른 먼치킨 소시민 물이 생각나서요.


대충 아주 짱쌘 주인공이었는데 소시민적인 삶을 살면서 자기에게 피해를 주는 것들에 대해선 철저하게 보복하면서 스스로를 소시민이라 착각하는 그런 모순적인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그 소설에 대한 생각이 문득 떠올라 적어보는 것에 불과합니다.


힘이 있으면, 쓰기 마련이죠. 욕망이 죽은 사람이 아니라면, 결국 하나씩 하나씩 자기 힘을 쓰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죠. 너무 오래 자다보면 또 일어나고 싶고.


어떻게 안 쓸 수가 있죠? 절에서 수십 년간 선을 하신 분들도 자기 자신을 이기기가 그토록 어렵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을 얻은 주인공이라면 일단 소시민은 절대 아니죠.


하지만 그뿐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을 극복했다 하더라도, 주위 모든 사람들을 또 다 설득해야만 하죠. 여러분 같으면 여러분의 형이나 동생이 세계 최고의 갑부라면-현대 사회에선 돈이 바로 전투력이니까-용돈 좀 달라 안 그러겠습니까?


권리가 본인에게 있지만, 인간이란 게 오롯이 자기 스스로만으로 홀로 서기 어렵습니다. 특히나 소시민적인 삶을 영위하려면 끊임없이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게 되어있죠. 알바생이라면 점장의 욕망을 어느 정도 공감하고 같이 욕망하지 않으면 금세 쫓겨나겠죠?   


심지어 타자의 욕망조차 다 끊고 완벽한 AT필드로 철저히 고독한 개인을 표방한다고 해도 문제가 됩니다.

 예컨데,  제가 어디 회사의 높은 분이 되어 1000억짜리 사업을 경매해야 할 일이 생겼다고 합시다. 제게 힘이 생겼죠. 하지만, 제가 가만히 있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이 제게 로비를 해올 겁니다. 우리 회사에 수주 맡기라고요. 천억쯤 되면 그야말로 난리가 납니다.


 그래서 먼치킨 급의 힘을 지니고 푸줏간에서 고기를 썰든 라면 공장에서 일을 하든, 자기 능력을 드러내는 순간 결국 그 능력의 크기만큼 사회적 배분을 얻어가는 거죠. 이러한 상황에서 힘을 가진 자가 타인에 대해 봉사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제국을 혼자 때려 부술만한 힘을 가진 자라면 그 자가 황제가 되는 게 개연적인 전개란 생각입니다.


 그래서 힘이 있는 사람들이 절대 그냥 조용히 있기 어려운 겁니다. 만약 조용히 있으려면 철저히 자기 능력을 숨겨야만 하죠. 그리고 평생 능력을 거의 행사하지 않아야 하죠. 

 그리고 그렇게 힘을 숨긴다는 게 약간 의아하네요. 강대한 힘을 가지면서 그걸 숨긴다는 것은 에지간한 억울한 일도 겪어도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누군가 그런 힘을 갖고 싶어서 불철주야로 노력하기도 할 텐데...  또 우리가 수많은 동료를 잃어가며 어떤 목표를 이루었는데, 알고 보니 제 절친한 친구가 자기 능력의 1%도 발휘 안 했다? 이러면 엄청난 멘붕이 올 거 같네요. 물론 그걸 작가가 적절히 잘 설명한다면 전혀 문제가 없겠지만, 그건 작가의 역량에 달린 일이겠죠.


즉 제가 보기에 먼치킨과 소시민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개연성의 문제인 듯 합니다. 모순적인 걸 설명해내려면, 그만큼 작가의 뛰어난 역량이 필요할 거 같네요.

하지만, 개연성도 작가의 취향 아니겠습니까. 분명히 비개연적 전개를 바라는 독자의 수요도 엄청나니까요. 절대 비난 받을 일이 아니란 것엔 동감합니다.


Comment ' 8

  • 작성자
    Lv.51 와따꼴라
    작성일
    14.07.01 00:20
    No. 1

    슈퍼맨은 솔직히 개연성 무시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7.01 00:22
    No. 2

    그래도 전 재미있게 봤습니다. 나름 클락-슈퍼맨에 대한 설명도 열심히 제시한 거 같고요. 그 설명에 대한 독자의 납득 여부는 차후 문제지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채이서
    작성일
    14.07.01 06:25
    No. 3

    그럼 드래곤이 유희할땐 항상 최강자로만 살아야한다는 건가요? 엄청난 부자가 재산을 좋은 곳에 기부하거나 복지재단에 기부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은 흔하지는 않지만 종종들을 수 있는 일이죠. 자기기준과 다르다고 개연성이 없다고 하면 안돼죠. 흔하지는 않지만 가능한 일이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7.01 08:29
    No. 4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고정관념을 주장할 때엔 별다른 근거가 없어도 됩니다. 하지만, 기존의 고정 관념을 흔들고 싶을 때엔 그만한 근거를 가지고 와야 합니다. 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다고 21세기에 주장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증거들을 제시해야 사람들이 진지하게 읽어본다는 것이죠.

    이 점은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설에서 사건을 엮는 인과관계도 결국 주장과 근거에 불과하니까요. 그래서 소설에서도 흔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얘기할 때 그에 대한 입증책임을 지게 되는데, 그것이 제대로 된 설명이 아니거나 그런 설명 자체가 부족하고 없다면 개연성이 없게 됩니다.

    물론 고정관념에만 의존하는 소설은 매우 개연적이지만 식상하겠죠. 보통 리얼리즘 소설들이 그렇고요. 전개는 뻔해질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소설의 작가들은 비개연적인 사건들을 집어넣으며 그것을 독자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열심히 변명해야 하는 겁니다. 예컨데 타자님의 눈마새를 봅시다. 그 세계관만 때오면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들입니다. 도깨비가 피를 무서워하고 레콘이 물을 무서워한다? 제정신이 아니죠. 레콘도 도깨비도 실존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걸 아주 아름다운 필력으로 적절하게 소설에 녹여내서 독자들을 납득시키신 거죠. 인물들의 반응이나 소품들을 적절히 활용해서 독자가 마치 그런 세계가 있는 것처럼 믿게 하니까요. 반면, 그런 노고들이 없었다면 눈물을 마시는 새도 개연성없는 허무맹랑한 소설이 되어버렸겠죠.

    충분히 그 점을 글에서 어필했는데, 제가 글 솜씨가 부족해서 채이서님을 제대로 이해 못 시켜드린 거 같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2 다훈
    작성일
    14.07.01 11:00
    No. 5

    슈퍼맨은 외계인이라는 걸 숨길 필요가 있었지요.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그 힘을 썼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마오유우
    작성일
    14.07.01 13:19
    No. 6

    러시아에 필즈상(수학계의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수학자가 있는데, 교수직도 안하고(거의 왠만한 유명대학들이 다 교수직 하실레요라고 오퍼를 넣었죠) 걍 어머니 연금에 기대어서 살고 있죠. 수학자 기준으로는 먼치킨인데 사는 것은 소시민이죠.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삶을 사느냐의 문제 아닐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7.01 15:07
    No. 7

    그런 주관적 개인의 신념을 말하는 게 아니잖아요. 당연히 본인이 뭘 하고 살든 주변에 피해만 안 주면 아무도 뭐라 안 합니다.

    하지만, 그게 일반적으로 아무런 설명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죠?

    필즈상 받을만한 수학자가 어머니 연금에 기대사는 이유에 대해 소설을 쓰려면 그런 합당한 이유를 설명해줘야 한다는 말입니다. 뭐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대인 공포증이 생겼다거니, 인간의 욕망을 초월했다거나 등등요. 아니면 몰래 타임머신을 개발하느라 밖에 나갈 시간이 없다던가.

    다들 가치와 개연성에 대해 굉장히 혼란을 가지고 계신듯 한데, 그런 차이가 생기는 것은 우리가 일반적인 가치-고정관념-개연성-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그 말은 그게 개연성이 없는 내용이니까 충분한 설명으로 독자들을 납득시켜야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말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살혼검
    작성일
    14.07.01 22:58
    No. 8

    오 뜬금 없는 소리지만 난바라다님 글 잘 쓰십니다 내용도 어느정도 공감하구요 부럽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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