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입니다.
100회 넘어가면 하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어느새 380회가 넘었습니다.
이 글의 특징은 길이가 길고 진행 속도도 더디다는 겁니다.
배경은 번 대륙.
이 대륙이 있는 행성은 중력은 지구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지구보다 좀 작아서 경도 간격이 지구보다 짧습니다. 위성도 두 개고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SF 같지만 그냥 판타지입니다.
중세 유럽을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고 유라시아 짬뽕입니다.
내용도 짬뽕입니다. 모험 + 전쟁인데, 전반부에는 전쟁이 나오지 않습니다.
몇 단락 발췌해 봅니다.
적병도 노를 발사했다. 물레로 돌리는 커다란 쇠뇌를 두 병사가 함께 옮기고 다른 한 병사가 발사했다. 앞뒤 좌우로는 또 다른 병사들이 방패로 머리 위를 막아주었다. 보병의 뒤에서 발사하는 데다 성벽 위로 쏘아야 해서 위력이 떨어지기는 해도 노의 크기가 컸다. 맞으면 죽는 수밖에 없다. 수비병들은 두꺼운 돌 성벽으로 몸을 가렸다. 공격할 때에는 톱니처럼 들쭉날쭉한 성벽의 뚫린 자리에 나섰다, 다시 벽 뒤로 몸을 숨긴다. 성벽에 부딪치는 쇠뇌의 살 끝이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컥!”
한발 늦었다. 적병의 노에 맞은 병사가 피를 토했다. 뚫린 가슴에서 이미 뼈와 내장이 짓뭉개져 살아날 가망은 없다. 검은 군복이 흘러내린 피로 번들거린다. 쇠뇌에 맞은 병사는 쓰러진 후에도 버둥거리며 피를 토해내다 숨졌다.
옆에는 싸움이 한창이다. 죽은 전우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 죽음은 홀로 맞는 것이다.
잔돌이 바람에 섞여 있었다. 싸늘한 공기가 대지를 식혔다. 메마른 땅을 나아가는 여섯 필의 어리말이 있었다. 세 갈래의 단단한 발굽이 맨땅을 두드렸다. …(중략)… 찬 홍 등은 금세 가나와 이삭이 기다리는 곳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이미 말에 올라 있었다.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에르론과 찬 홍을 보고 사태를 파악한 이삭이 비명을 질렀다.
“만날 쫓기니? 로니, 무슨 짓을 한 거야!”
가나는 찬 홍이 끌던 두 짐말의 고삐를 쥐고 제일 먼저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이삭도 뒤이어 어리말을 출발시켰다. 찬 홍과 에르론이 허둥지둥 어리말에 올랐다. 얌카 호나니와 세 명의 기수가 속도를 높여 옆을 스쳐 지났다. 에르론과 찬 홍의 어리말도 달리기 시작했다.
“거기 서라! 도둑놈들!”
넓지 않은 궁 안에서 가장 운치 있는 장소는 회랑으로 둘러싸인 안뜰이다. 라즈하는 담박한 풀밭과 물안개를 감아올리는 샘 언저리에 이르렀다. 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안개는, 한여름에는 시원하고 한겨울에는 따스했다. 라즈하는 자욱한 구름 속을 맥없이 어슷어슷했다. …(중략)… 라즈하는 엇섞인 감정과 온넋의 회선무(回旋舞) 속에서 견뎌냈다. 온몸의 세포를 찌르는 통증과 끓어오르는 격동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고통스러운지 분간할 수 없었다. 있는 힘을 다해 넋을 휘돌리면서도, 라즈하는 끝내 울부짖지 않았다. 남들의 시선을 느껴서가 아니었다. 폐가 타들어 가는 듯해,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라즈하가 분출하는 힘의 회오리야말로 소리 없는 절규였다.
‘왜!’
푸른 물결이 싱싱한 생명력을 간직한 채 꿈틀거렸다. 시계(視界)를 가득 메운 옥수수밭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넓었다. 어디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고 어디서 끝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길쭉한 팔 뾰족한 손을 흔들며 마지막 숙성의 때를 기다리는 옥수수들이었다.
일곱째 달인 다는달도 초순을 넘어 중순을 채워가고 있었다. 피는달에 심은 이 옥수수들은 이달 안으로 거두어질 터다. 수염에 여릿하니 감긴 몸은 누르께한 알이 탱탱 빽빽이 들어차, 달군 볕에 뜨겁게 익어간다. 수확이 지난 어느 날, 불과 물로 미역 감은 햇옥수수, 질긴 껍질을 벗겨 내 한 입 깨물면 고소한 즙 찰진 살이 혀를 감싸리라. 콰말타 북동부, 낮은 산과 구릉의 연속인 드넓은 대지는 옥수수로 완전히 덮여 있었다.
현재 18장 연재중입니다.
총 33장으로 잡고 있으니 반은 넘었지만 갈 길이 멉니다.
검기와 마법 없는 판타지를 읽고 싶은 분이라면 한 번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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