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내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줬음 좋겠는데 홍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B 새로 친구를 사귀는 경우를 생각해봐. 아무도 절박하게 친구를 사귀고 싶어하는 사람과는 친구가 되고 싶어하지 않아
A 하지만 그 말은... 홍보를 하지 말라는 것과 똑같잖아
B 제일 좋은 방법은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거야. 너와 한 번이라도 대화를 나눈 사람은 너와 친해지고 싶어한다면 가장 좋지. 니가 외모가 쩔거나 돈이 존나 많거나 재능이 뛰어나거나 왠지 모르지만 친구가 엄청나게 많거나 아무튼 매력이 있다면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할거야
A 그럼 지금 쓰고 있는 글이 매력 있는 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쓰면 되는 거구나! 내 글에 사람들이 매력을 느낀다면 한 번이라도 읽은 사람은 계속 읽게 될테니까
B 아니지. 니가 그런 재능이 있으면 애초에 이런 고민을 안 했겠지
A
B 울지 말고
A 안 우는데
B 그래? 좀 울어야 될 거 같은데. 넌 아무런 재능도 없고 니 글은 아무런 매력도 없으니까
A 그래. 이제 좀 눈물이 날 거 같다
B 실망하지마. 애초에 상품이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아서 그 상품이 받아야할 응당한 대가를 받는다면 자본주의에 문제가 왜 생기겠어. 상품의 가치는 아무도 정확히 파악할 수 없거든. 그러니까 세일즈맨이라는 직업이 있는 거고 기업들이 마케팅에 수 많은 돈을 쏟아 붇는거야
A 난 니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지 조차 모르겠다
B 니가 팔려고 하는 상품 그 자체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야. 교보문고에서 산 안마기 기억 나?
A 아 그거. 충동구매긴 했지만 참 잘 샀지
B 거짓말 하지 마. 사놓고 한 번도 안 썼잖아.
A 우리 엄마는 굉장히 좋아하셔!
B 어머니 드리려고 산 게 아니잖아. 넌 그냥 직원 아줌마의 영업 기술에 넘어간 것 뿐이야. 그리고 이미 산 이상 잘 샀다고 인지부조화를 하는 것 뿐이고. 좋은 영업이란 이처럼 사기를 당한 당사자가 본인이 사기를 당한 게 아니라고 믿게 만드는 거지
A 좀 헷갈리는데. 홍보를 하라는 거야 하지 말라는 거야?
B 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거지. 제대로된 홍보를 하려면 심리학과 경제학 지식 있어야 하고 업계 노하우와 충분한 운이 따라야 하지
A 아 나 사실 그 중에 하나는 갖고 있는 것 같...
B 여기서 말하는 심리학은 대학원 수준에서 배울 수 있는 소비자 심리학을 말하는 거야
A
B 이미지 메이킹이 가장 중요해. 괜히 광고에 연예인을 갖다 쓰는 게 아니거든. 연예인의 이미지와 상품의 이미지를 조건화 시켜서 그 상품에 연예인의 이미지를 덧입히는 거지. 반대로 상품의 이미지로 연예인 이미지를 덧입히게 되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게 상품에 좋은 이미지를 덧입히는 데 성공한다면 그 때부터는 그 이미지 자체가 상승 작용을 일으켜서 너가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양적 피드백의 연쇄 작용이 일어날 거야. 너가 미성년자 성매매나 도박이나 음주 운전을 해서 좋은 이미지를 한 방에 날려 먹지 않는 이상. 그 이후에 차츰 상품의 가치를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해서 천천히 죽어가겠지. 하지만 한 번도 못 살아보는 것보다 천천히 죽어가는 게 낫지? 그러니까 처음에 이미지 메이킹이 가장 중요한데...
A 모르겠다. 그냥 글이나 쓰는 게 나을 거 같아. 좋은 글을 쓰다보면 한 명이라도 재밌게 봐주는 사람이 있을 거야. 난 그거면 충분해
B 거짓말 하지 마.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왜 계속 조회수를 확인해?
A 젠장!
B 일단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영업 못하는 세일즈맨이 형편 없는 물건을 파는 꼴이랄까. 다음 달에 권고사직을 받을 거야
A 뭐 다행히 나는 세일즈맨이 아니니까. 권고사직을 당할 일은 없지
B 좀 비참하네. 물건이 형편없다는 부분은 부정을 안 하다니
A
B 여기서 가장 끔찍한 부분은 널 권고사직시키는 게 네 자신이 될 거라는 거야
A 이번엔 정말 끈기 있게 쓸거야. 매일 매일 쓸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절대 놓지는 않을 거라고
B 언젠가 글을 올리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조회수가 0인 날이 와도 그럴 수 있을까?
A 0는 너무 심하다. 아니 애초에 디폴트가 조회수 1 아니야? 내 자신이 보는 것도 카운트 되는 거 같던데
B 그런 거에 신경 쓰고 있다는 거 자체가 좀 비참하다
A 인정해
B 네 자신을 상대로 의지를 시험해 봐. 난 그 결과를 알지만
A 나도 알아. 그리고 이번에는 이전과는 다를 거야
B 그 결심조차도 이전에 한 수 많은 결심들과 크게 다를 거 없네
A 시끄러! 예전에는 글 쓰는 게 가장 귀찮았지만 지금은 다른 귀찮은 일들이 더 많고 글 쓰는게 그나마 덜 귀찮으니까 괜찮아
B 난 니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지 조차 모르겠다
A 아무튼 잘 부탁드립니다
B 열심히 할게요. 근데 니가 쓰는 글에 대한 얘기는 하나도 하지 않았는데?
A 알아. 친해지려고 애쓰는 사람하고는 친해지고 싶지 않은 법이라며. 쿨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거야
B 완전히 포인트를 잘못 잡고 있는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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